<무한도전> 팬이라면 이 정도는 아셔야 합니다

영등포구청은 어떻게 '무도 나눔가게'의 파트너가 되었나

등록 2011.12.24 14:41수정 2011.12.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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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을 읽으실 독자님들, 메리 크리스마스(^^). 때가 때인 만큼,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싶을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 특히 서울 영등포에 살고 계신 분들에게, 소개해 드릴 만한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영등포구청 1층 일반민원실에 있는 '나눔가게'입니다.

<무한도전> 팬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네요. 지난 여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음반 판매 수익금을 '종잣돈'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콩나물, 달걀 등 친환경 농산물을 팝니다.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생산했지요. 김성수 주교(전 성공회대학교 총장)가 운영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직업자활법인입니다.

누가 파느냐고요. 영등포 쪽방촌에 살고 계신 분이 팔고 있습니다. 아주 귀한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 곳에서 물건 하나 사는 것만으로도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자활을 '3중으로' 돕게 되는 것입니다. 왜 3중이냐, 판매 수익금 모두 불우 이웃을 위해 쓰이거든요. 판매원 인건비는 'MBC 나눔'이 책임진다고 합니다.

a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 MBC



영등포구 나눔 사업 다양, 수상 경력도 화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찾다가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옆길로 '훅' 샜습니다. 영등포구, 참 여러 가지 나눔사업을 하더군요. '나눔의 거리', '따뜻한 겨울 보내기', '장애인 자활을 위한 제과·제빵 교육',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 '노인상담사 케어링' 등등등.

물론 타이틀만 그럴 듯할 수 있겠습니다만, 각종 수상 경력도 화려하더라고요. 서울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 그물망 지속가능복지 인센티브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구, '2011 자원봉사활성화분야 인센티브 사업' 역시 최우수구로 선정됐습니다. 장애인 복지 종합평가에서도 우수구로 뽑혔더군요.


이 정도면 뭔가 있다고 봐야 했어요. 오히려 나눔가게는 영등포구 나눔 '내공'의 극히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난 22일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을 만났습니다. 일단, 나눔가게 이야기부터 시작했지요.

"지난 여름 MBC 임직원들과 영등포 지역 봉사활동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어요. 구청에 가게를 만들면 어떻겠느냐, 어려운 이웃 일자리 창출도 하고, 수익금으로 또 어려운 이웃을 돕고 … 듣고서 바로, 참 좋다고 했지요."


"다른 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

a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 이정환

- 쉬운 결정 같지만, 한편으로 또 여러 고려사항이 있었을 텐데.
"구에서 예산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 공간도 원래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했던 자리였거든요. 언제든 그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곳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어요. 일종의 위탁 판매니까, 예산이 들어갈 일도 없고, 다른 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를 별로 즐겨 하는 편이 아니다"는 말을 믿었어야 했어요. 인터뷰 내내 이런 식이었거든요. 별 어려움이 없다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거창하게 복지 사업 관련 철학을 물어봐도, 다시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그것도 의미)로 빠지기 일쑤. 구청장님, 인터뷰 맥 잡기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놓치지 않을 만한 '단서'는 있었습니다. 나눔 사업에서 예산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거든요. 실제 영등포 나눔 사업을 찬찬히 뜯어보니 그와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 구청장 말을 빌리면 "다른 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업의 예,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청소년 희망디자인 드림코칭',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 학원 수강(교재 포함)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57개 보습학원이 '재능'을 기부합니다.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사업, '사람들의 꿈'이란 주거사업체가,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에는 케이스터디란 전문교육기관이 역시 재능을 기부한다고 합니다.

영등포구 나눔 기부 참여 이웃 600여 곳 "예산보다 연결이 중요"

'아름다운 이웃 서울 디딤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어려운 이웃에게 자신의 재능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좋은 일, 영등포구에서 참여하고 있는 이웃 숫자만 600여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에서는 아예 참여 이웃이 많은 거리를 '나눔의 거리'로 지정했다는데요. 구청 뒷길, 대림동 썬프라자 거리, 신길동 성애병원 사거리, 문래동 로데오 거리 등 벌써 4곳이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조 구청장은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민간과의 연결이 중요하고, 그러니 소통이 중요하다, 따라서 구에서 할 일은 연결과 소통이란 것이었죠. 예산이 꼭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 어떤 뜻인지 조금씩 감이 잡히더군요. 조 구청장은 "이것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감을, '노인상담사 케어링 사업'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 영등포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노인전문상담센터'를 개설했는데요, 이를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지역주민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노인전문상담사' 강좌를 개설하여 전문 자격시험까지 거쳤는데,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무려 195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노인 분들의 소외감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노인전문자원봉사자를 양성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주민과 노인이 직접 상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이제 상담사들이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우울증 검사, 그림 검사, 웃음 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활동을 직접 보고 감동 받은 것도 여러 차례였어요."

a  영등포 나눔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최효운(왼쪽)씨와 손정인씨

영등포 나눔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최효운(왼쪽)씨와 손정인씨 ⓒ 이정환


어느 노숙인의 눈물 … "단 한 명이 중요, 그럼 연결이 됩니다"

이와 함께 조 구청장은 나눔 사업의 초점이 '자활'에 맞춰져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베풀자? 그보다는 희망을 주자"는 것이죠. 그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과·제빵 교육을 예로 들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랑다운 자랑'도 나왔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보신 적 있죠? 거기 나왔던 제과·제빵 학교가 바로 우리 영등포구에 있습니다. 장애인들, 청소년 시절까지는 부모님이 어떻게 책임진다고 쳐요. 하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어차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해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나중에 자격증을 받으면 사회적 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겠지요. 본인이 직접 제과점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럼 지금 '나눔가게'처럼 연결이 될 수도 있을 거고요. 이렇게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우리가 배려해줘야 해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활 전문프로그램 수료식이 열립니다. 프로그램에 독거 노인 댁을 방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나이든 어르신들이 이불을 덮고 방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 흘리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불 한 번 제대로 덮어주지 못한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다고, 어머니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요.

제2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노숙인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손 한 번 내밀어 주는 것이, 그들이 성장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아세요? 이번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두 명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에요. 단 한 명이 중요합니다. 그럼 연결이 됩니다."

나눔가게 가서 물었더니 "경제적인 도움도 좋지만요"

끝으로 조 구청장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1년 열 두 달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이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것이 전체적으로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나누면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구청 1층 민원실 '나눔가게'에 다시 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쪽방촌에 살고 있다는 손정인(36·여)씨에게 물었습니다. 나눔가게에서 일한 소감, 여기서 일하니 어떤가란, 뻔한 질문이었죠. 하지만 그 답은 뻔하지 않았답니다.

"경제적으로도 물론 많은 도움이 되지만, 생소한 사람들과 많이 접하게 되잖아요. 이렇게 가게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물건을 사실 수도, 안 사실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어요. 그전보다 성격도 훨씬 밝게 바뀌는 것 같고요. 굉장히 좋아요(웃음)."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자판기 커피 한 잔 후 '몰래' 바라봤는데, 민원인을 안내하는 그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거든요. 어떻습니까. <무한도전> 나눔가게와 영등포구청, 이 정도면 잘 어울리는 '한 쌍' 아닙니까.
#영등포 #조길형 #무한도전 #복지 #도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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