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죽으면 북한 붕괴한다고?
"후계장악 여건, 김정일 때보다 유리"

[전문가 긴급좌담 1] 김정일 사후 북한의 내일을 얘기한다

등록 2011.12.25 14:46수정 2011.12.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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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진이 공개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진이 공개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 통일부


지난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너무도 조용하고 차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중병에 걸린 김정일이 곧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에 기초한 '북한붕괴론'을 비웃듯 북한 사회는 마치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너무 조용히 추모 모드에 들어갔고, 주변국들도 '안정적인 권력이양'을 한목소리로 합창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최종책임자는 김정일이며, 김정은이 얼마나 책임을 져야할 지는 확실한 정보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며 그간의 강경했던 대북 기조를 '유연하게' 전환할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김정은은 과연 김일성으로부터 이어받아온 절대권력을 무리없이 승계할 수 있을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향후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으려 할까 등 김정일 사후 북한의 향방은 시간이 지날 수록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김정일 사망후 일주일 남짓 쏟아진 수많은 정보와 기사들을 정리하고 독자들에게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제시하기 위해 <코리아연구원>과 함께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이 좌담은 이정철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이 사회를 맡았으며,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백준기 (사)연구센터코리아컨센서스 소장, 정창현 <민족21> 주간 등이 참여했다. 좌담은 지난 22일 코리아연구원 사무실에서 열렸다.

장의위원장 선임하지 않고 김정은을 1번 배치한 이유는?

 사회자 이정철 숭실대 교수

사회자 이정철 숭실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사회(이정철)
: 김정일 체제가 안정화될 것이라는데 다수가 동의하는 듯하다.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얘기하기 위해 장의위원 명단을 통해 분석해보고, 북한이 중국의 덩 체제로 개혁개방으로 나설 가능성, 미중러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응 등을 짚어봤으면 한다. 두 번째로 사망시점과 장소 등과 같은 대북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걸 가지고 우리가 무얼 판단할 수 있느냐 그런 메타 차원에서 말씀들을 해달라. 세번째는 북미접촉과 북미관계를 전망해 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총론으로 김정일 없는 2013년 체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실천적 방침에서 얘기를 하는 것으로 정리하기로 하자.


먼저 김정일 사후 발표된 장의위원회 명단을 통해 북한 체제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정창현 : 국가 장위위원회 명단을 보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장의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고 김정은을 1번에 배치했는데, 아직까지 김정은이 국가기구의 최고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의위원장을 맡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1번으로 배치해서 모양새를 맞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로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장의위원회보다 구성이 더 늘어났는데 이것은 지난해 당대표자 회의를 통해서 과거에 공석이었던 자리를 다 채웠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본다. 장의위원이 늘어난 것에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장의위원 순번을 보면 북측 내부에 이미 김정일 위원장 유고에 대비한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증거로서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009년도부터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불편한 모습들을 노동신문에 그대로 노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에 당창건 기념식 행사 생중계에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절뚝 거리면서 걸어오는 장면을 그대로 다 북쪽 주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 위원장이 상당히 건강상태가 안좋다는 것을 시사함으로써 대비하도록 했고, 그 다음 후계자 등장에 대한 정지작업을 하기 위해 유고 대비 프로그램이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결과, 현재 북한 주민들의 동요라든지, 권력층 내부에서의 동요 이런 부분들이 94년에 비해 훨씬 차분한 상태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 : 김정일의 유고 대비 매뉴얼이 가동되었다면 김 위원장의 작년 방중과 올해의 방러, 당대표자 회의, 최고인민회의 등의 행보가 모두 그런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 이번에 각국이 보여준 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응을 평가해 달라.

이희옥 : 2009년 이후 양국간에 세 차례 정상회담이 있고, 확인할 수는 없지만 김정은이 2010년 8월에는 중국을 방문해서 이미 중국 지도부들과 상견례를 했던 것으로 파악한다. 금년 2월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이 북한에 갔는데, 북한 중앙통신에서는 멍젠주가 북한 후계체제를 명확히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고, 중국 인민일보가 그걸 받아서 후계문제가 상당히 정리가 잘 된 것으로 기사를 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후계체제 문제는 상당히 일찍 정리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지금도 그런 매뉴얼대로 움직여 나간다고 평가한다.

사회 : 2009년 7월에 북중이 전략대화를 통해 전략적 방침을 정할 때 핵문제를 넘어서 후계문제까지 의제로 삼았다는 얘긴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이희옥
: 그렇다. 그 당시 중국이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가장 큰 관건이 후계체제 문제였다고 생각되고, 2010년 8월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양국간 정상회담 내용에 보면, '양당 간에 집정 경험을 공유하고'란 표현이 있다. 이것은 이제 북한으로 하여금 후계체제가 정리가 되고 난 다음에 북중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당-국가 체제를 상당히 제도화함으로써 북중관계를 끌고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김정은이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는 그 시기가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오르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향후 대를 이어서 북중 권력간에 어떤 교감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틀, 제도의 틀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 : 러시아쪽 대응은 어떠했나?

백준기 :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 명의로 보낸 조전에서 '김정은'으로 표현했다. 러시아는 '전략적 제3자'라는 포지셔닝을 한 것 같다. 그것은 미국의 반응과 중국의 반응 사이에 중간적 입장이라는 것인데, 그게 조전이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전략적 제3자란 첫째 제1은 남북한이 당사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고, 제2의 이해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으로 보는거다. 그 속에서 제3의 포지셔닝을 하겠다는 건데, 남북 당사자들 하고는 직접 접촉을 하고, 미국과 중국 보다는 앞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접촉 방식도 그 순서에 따랐다. 북한과는 직접 연락을 취했고 이명박 대통령과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통화를 했다. 두번째로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이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하고 '동아시아와 그 지역 안보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그 후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통화한 것을 보면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에 전략적 제3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22일 코리아연구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의 북한과 국제정세'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 22일 코리아연구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의 북한과 국제정세'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 김경년


"중국은 김정은 체제 인정했으나 러시아는 공식표명 안해"

사회 : 그러니까 러시아는 어쨌든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여전히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인가?

백준기 : 1차적으로는 그렇다고 본다. 지금 나오고 있는 몇가지 시나리오 중에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정권의 붕괴라고 본다. 그러나 김정은의 리더십을 공고하게 보느냐, 아니면 김정은 리더십이 아니라 북한의 집단적인 리더십을 공고하게 보느냐의 판단은 유보한 것 같다. 남북한의 어떤 급변 사태에 의한 통합은 굉장히 회의적으로 보지만, 김정은 리더십에 대해 확실하게 안정적이라고 보지 않았다는 증거는 많이 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중간적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미국 같은 경우 '김정은 리더십'이 아니라 '뉴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너무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를 승인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이 교수님 말씀처럼 김정은 체제를 인정을 한 것인데, 러시아 같은 경우는 내용적으로는 인정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그걸 표명하지 않겠다는 거다. 그 얘기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이게 다른 리더십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사회 : 이번에 보면 일본이 중국보다 빨리 조의 표명을 했다. 이것이 어떤  판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일본도 매뉴얼대로 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하는데, 김준형 교수는 미국쪽을 어떻게 보나?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김준형
: 제가 보기엔 미국쪽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미국에선 호들갑을 한 번 떨었다. 그 이후에 아마 준비된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지난 94년 하고 비교를 해서도, 그때는 미국이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한국하고 완전히 안좋았던 적이 있어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은 이것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는 방안으로 물밑 작업을 오히려 더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일단 오바마는 가만히 있고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정은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얘기를 하는 식의 상당히 정리되고 세련된 방법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제네바 북미 회담의 분위기도 반영이 되었다.

사회 :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이 김정은 체제에서 지난 78년 중국의 개혁개방과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올해 '세계로'라는 구호가 평양 시내에 걸리기도 했는데...

정창현 : 2010년 김일성 종합대학 로비에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내린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휘호가 걸렸다. 나는 지난 2009년 이후 북쪽에서 새로운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일정 부분 포용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논의의 결과가 김일성 종합대학에 걸림으로써 앞으로의 방향성을 주었다고 보고 있다. 또 이것은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안정돼가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개혁은 아니더라도 경제적 대외 개방으로 가는데 있어선 굉장히 중요한 유훈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본다.

"강성대국의 해인 내년 4월에는 축제를 해야 하는데..."

사회 : 그렇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 국면이 개방에 더 유리할 수 있느냐, 아니면 이게 오히려 더 취약할까 하는 것에 궁금증이 생긴다.

정창현 :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북한의 김정은 체제라고 하는 것은 이미 당대표자회의가 열린 2010년 9월 28일 출범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는 이미 김정은의 북한이지, 김정일의 북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한 당과 군내에선 김정은 주도로 모든 게 움직이는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일 유고라는 측면이 짧게 이루어지면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존의 노선을 빨리 가져가기 위해서 김정은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정책이 나올 것이다.

두번째로는 북쪽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강성대국으로 선포한) 내년 4월달에는 축제를 해야되는 것이다. '비통한 심정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남긴 유훈을 완수하면서 그것을 축제의 장으로 변신시켜 나가자'라며 내년 4월 행사를 크게 하고 그 기조가 10월달까지 가는 흐름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사회 : 이런 분석은 '북한이 3년상을 반복할 것이다'거나 '변화를 가져오는 게 리스크를 높인다'는 일반의 평가와는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창현 민족21 주간

정창현 민족21 주간 ⓒ 코리아연구원

정창현
: 그렇다. 김정일 위원장 같은 경우 3년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국방위원장이었고, 최고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상징적으로 국방위원장이라고 하는 타이틀과 최고사령관이라고 하는 직위를 통해서 당과 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외부에서 우려하듯이 북한 내부에서도 '이게 다음은 어디로 가는거냐'란 우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 것을 빨리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3년상으로 가기 보다는 아마도 올해 안에 최소한 최고사령관직이라든지 국방위원장직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번 당규약에 당 총서기가 당중앙 군사위원장을 겸직하도록 규정을 했다. 당대표자들을 소집해서 추대하는 방식으로 하든가, 그럴 여건이 안된다고 보면 전원회의를 열어서 거기서 김정은을 총서기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당중앙 군사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사회 : 제도적 리더십을 갖추고 국면전환을 한다는 뜻인가.

백준기 : 실제로 러시아 같은 경우는 북한에 이미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고, 한 3년 동안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급변사태는 없고 당분간 안정적으로 갈 거라고 보고 있다. 내가 볼 때는 한편으로 아까 얘기한 후계정치의 연속인데, 실제로 만약에 현재 김정은이 어떻게 보면 최상층 관료들에 의해서 지도자로 옹립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라면 관료에 의해 만들어진 지도자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의식이라는 게 생기지 않을까. 부채의식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개입한 관료들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그래서 러시아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회색 추기경'이라는 표현들을 쓴다. '내가 김정은을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거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후견정치가 좀 세게 가지 않겠느냐. 어떻게 보면 이건 약간 좀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사회 : 정책전망으로 보면 어떤가? 정 대표는 개방정책으로 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백준기 : 결과적으로는 동의하는데 그 프로세스는 약간 다를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는 내부에서 어느 정도 권력 갈등이 내재할 수밖에 없다.

사회 : 대충 북한이 보수적인 노선보다는 개방으로 갈거라 예측하는데 김준형 교수는?

김준형 :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고 본다. 유훈이라는 것이 반드시 어떤 모양새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이것이 개혁개방으로 갈 수도 있고, 여차하면 보수적인 방법으로 사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가장 급한 것이 경제니까 개혁개방으로 가지 않겠느냐 싶다.

정창현 : 김일성 주석이 남긴 3대 유훈이 있다. 부강조국 건설,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의 안정 등인데,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김 위원장이 지난 기간 무얼했느냐 하는 내용이 김정일의 유훈이 되는 것이다.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서 지금 김정은 영도자는 이러이러한 걸 한다',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 수사가 등장할 거라고 본다. 지난 2010년 8월 방중 한 김 위원장이 두 가지를 준비한다. 하나는 내부적으로 그동안 논의해온 정책적 방향을 확정하고, 또 하나는 김정은은 전격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아마 김정일이나 북측 지도부 내에서는 김정은을 빨리 공개를 해야한다는 쪽으로 변화가 된 것 같다. 아까 '섭정체제' 얘기도 나왔는데, 2010년에 김정은 체제가 실제로 출범했다고 보는 것이고 거기에 실제로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

사회 : 자연스럽게 김정은 체제의 성격 문제로 넘어가자. 길게 할 건 어쨌든 북한이 변화를 가져갈 거란 전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의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안정성이 있어야만 정책변화가 가능할텐데, 정 주간은 일단 여전히 유일지도체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정창현 : 그렇다. 1980년대에 김정일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행로를 보면 철저하게 혁명원로에 대한 존대를 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정은이 그런 원로들 관리를 잘하면서 자기를 떠받치고 있는 새로운 세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 가면서 적절하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있어서 지금 김정은의 멘토가 과연 누구일 것인가라고 했을 때에는 아무래도 새로 짜여질 지도부에 누가 포진할 것인가를 봐야한다.

지금 이야기되는 장성택이나 김경희, 리영호, 그 다음에 경제적인 문제에서는 이철, 이런 사람들이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결국은 신구의 조화를 모색을 하면서 가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김정은이 얼마만큼 정치력을 발휘하느냐 하는 것은 김정은의 몫이고, 북쪽 내부의 원로그룹들이 그걸 얼마나 원만하게 조정해주느냐 문제인데, 난 김정은이 김정일 보다는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가리라 본다.

 백준기 한신대 교수

백준기 한신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백준기
: 공식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북한이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번 표현했다. 대신에 그것이 김정은 리더십 중심의 유일지도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집단지도체제로 가느냐에 대한 판단은 안한 것 같다. 왜냐하면 둘 다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김정은의 단일한 리더십이 공고화 되었을 때는 당연히 김정은 리더십으로 가는 것이고, 두번째는 후견적 또는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것도 문제없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불안하거나 고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러시아 고위관료가 있다. 이 사람은 오히려 자기는 새로운 공간이 창출될거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는 3년상까지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번에는 오히려 단기간에 뭔가를 이뤄내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겠느냐, 이런건데 만약 그렇다면 동북아, 한반도에 새로운 공간이 열리는 거여서 오히려 희망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 : 김정은 체제에서 아까 이야기 하신 '회색 추기경'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면.

백준기 : 3년상을 하지 않고 일찍 끝내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갔을 때는 최단 시간 내에 김정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되는데 만약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게 삐그덕 거릴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랬을 때 외부 변수가 중요한데 만약에 중국이 지원해 주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이 과정에서 이 갈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근데 중국이 해소해주고 지원해주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관료들 사이에서 김정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회의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 장성택이라고 본다. 지금 러시아 외무부도 그렇고 러시아 전문가들 2/3 가까이가 지목하는 게 두 명인데, 하나는 군에서는 리영호고, 당에서는 장성택을 얘기한다.

"김정은이 보여줄 게 많지 않다" - "아니다, 내년엔 최선 다할 것"

김준형 : 김정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도발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경제 개방이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1, 2년 심지어는 3년까지도 어렵지 않을까. 만약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면 김정은이 보여줄 수 있는게 많지 않다.

정창현 : 그렇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이라고 본다.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가 북쪽 경제를 평가할 때는, 우리 1인당 GNP의 몇분의 1밖에 안된다는 관점에서 '아, 불쌍하네' 한다. 근데 북쪽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 작년보다는 나아졌네', '그 전 해보다 조금 나아졌네' 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까지는 식량 배급이 1인당 350그램 나왔는데 '어, 김정은 들어오고 나니 500그램으로 늘었네, 조금 좋아진 모양이네'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년에 북한은 어떤 부분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할 것이냐라고 봤을 때 내년 상반기, 늦어도 10월까지는 평양에 전기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희천발전소가 완공이 되면, 일단 평양의 전력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 다음에 원산, 함흥 같은 주요 도시들에 대해서 전력을 적어도 밤에는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다. 두번째로는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게된다. 45층짜리 고층 건물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 평양이 바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거라는 것이다. 또 그 뒤에 굶는 한이 있더라도 내년 태양절부터 10월까지는 식량 배급량을 확실히 늘릴 것이다. 그 기반을 가지고 내년에 어쨌든 김정은 체제가 아래로부터 안정이 될 수 있도록 북쪽은 최선을 다할 거라고 본다.

김준형 : 그 가정을 받아들일 경우 정 주간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장성택과 또는 추기경들과 김정은 사이에 벌어질 문제는 없는거 아닌가?

정창현 : 없다.

백준기 : 그걸 만약에 보여준다면 실제로 벌어질 걸 봉합시키는데, 그런데 만약에 못보여준다면 문제가 생길거다.

정창현 : 아니다. 그걸 만약 못하면 제일 먼저 문책을 당할 게 장성택일 가능성이 높다.

백준기 : 저는 오히려 그걸 거꾸로 보는게 뭐냐하면 최고지도자로서의 정책결정자, 예를 들어서 김 주석과 김 위원장 이전에, 실제로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자기가 과업을 부여한 밑에 하급 관료가 못했을 때는 당에서 문책이 들어갔는데 실제로 지금 김정은이 문책할 정도의 위치가 될까라는 거다. 오히려 그 문제 때문에 어쨌든 성과를 보여야 된다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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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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