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디자인하다

고품격 탁상용 다이어리 선물

등록 2012.01.03 08:41수정 2012.01.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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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입니다. 주일이기도 하구요. 새해 첫날을 주일로 시작하는 해가 자주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설교는 시간에 대한 것을 주제로 해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시간에 매듭을 지어 일주일, 한 달, 일 년, 한 세대, 한 세기 등으로 나누었습니다. 여기서 달력이 나왔고, 시간을 재는 기구, 시계가 나왔다고 합니다.


오늘 예배 끝나고 성도들에게 달력을 두 개씩 나누어 드렸습니다. 하나는 교회 달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탁상용 다이어리입니다. 교회 달력은 바나바훈련원에 주문해서 제작한 것입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이강천 원장님이 세계 명소를 다니면서 앵글에 담은 사진을 배경 면으로 두 달치의 월력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달력 하단에 저희 교회 이름과 주소 그리고 담임목사 이름까지 넣었습니다.

탁상용 다이어리는 판매용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도서출판 풍경에서 만든 것인데, 다이어리 이름까지 박혀 있습니다. 그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시간을 디자인하다'입니다. 도서출판 풍경은 독실한 그리스도인인 김성찬 집사님이 운영하는 출판사입니다. 여행용 책자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회사인데, 이번엔 출판사의 이름을 걸고 고급 탁상용 다이어리를 제작한 것 같습니다.

김 집사님은 저의 목회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있는 분입니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어려울 때 늘 말없이 도와주는 손길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김 집사님이 구랍 12월 중순 경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교회에 달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전화였습니다. 누군가가 물질로 도와줄 때 그것을 무조건 감사하게 받는 것이 저의 자세입니다.

건성으로 봐서 그런지 모를 일이지만 달력에 이름이 달린 것은 제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목을 세세하게 다 기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2 名品 CALENDAR
시간을 디자인 하다'


글씨체도 여러 가집니다. 뿐만 아니라 표지의 그림이 너무 수려합니다. 꽃이 수 놓여 있는 한가운데에서 조금 위에 달력 이름이 인쇄되어 있고, 그 위에 꽃잎 시계가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아마 '시간을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을 돋보이게 할 양으로 이런 꽃시계를 포진시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 꽃시계의 시분초 침이 가리키고 있는 시각이 제각각이네요. 무슨 철학적 의미가 있을까요? 왼쪽 시계는 4시 40초를, 가운데 시계는 9시 25분 5초를 그리고 오른쪽 것은 7시 57분 20초에 침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일반적인 탁상용 다이어리와 구별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달력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이 처음 하는 말이 '고급스럽게 보이네요'였습니다. 표지 안쪽엔 '2012년 CALENDAR'라는 제목 밑에 01~12까지 열두 달의 월력이 산뜻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제가 '산뜻하다'는 단어를 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무지개 색을 동원해서 적재적소에 맞는 색상을 씌우고 있었으니까요. 한 눈에 쏙 들어오는 페이지들입니다.


a 탁상용 다이어리 '시간을 디자인하다'의 표지 고품격 탁상용 다이어리는 표지부터 다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속 내용도 여기에 부합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년이 즐겁게 디자인될 것 같습니다.

탁상용 다이어리 '시간을 디자인하다'의 표지 고품격 탁상용 다이어리는 표지부터 다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속 내용도 여기에 부합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년이 즐겁게 디자인될 것 같습니다. ⓒ 이명재


이 달력이 선물용이라는 것은 그 다음 페이지의 글 내용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량으로 구입하면 매입자의 상호와 이름을 인쇄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상투적인 냄새가 약간 풍기는 인사말이지만 읽기에 따라 보내는 이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한 내용입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謹 賀 新 年

희망찬 壬辰年(임진년) 새해가 밝아 옵니다.

지난 한해 보내주신 관심과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평소 마음에 두고도 찾아뵙지 못하는 것에 송구스러움을 전하며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하루를 지내고 나면 더 즐거운 하루가 오고
사람을 만나고 나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더 행복한 일을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드림'

작은 농촌 교회인 저희 교회가 달력을 제작했을 것 같지 않았다고 생각했던지 이 탁상용 카렌다 50부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급하게 '덕천성결교회, T. (054)436-3**3, 담임목사:이명재'라는 내용을 석 줄로 고무도장에 새겨서 '...................... 드림'의 공란을 메웠습니다. 훌륭한 저의 신년 선물이 된 것입니다. 성탄 카드 및 연하장을 보내고 받는 관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이 때, 저는 이런 탁상용 달력이 그것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받는 순간의 기쁨보다 일 년, 열두 달 간직하며 기리는 의미가 더 크게 될 것입니다.

마주 보는 두 면에 한 쪽은 그 달치의 달력을 그리고 그 맞은편엔 날짜와 요일별로 시간을 기록하도록 공란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거기에 생일, 기일, 결혼 날짜, 입학식 등 다양한 의미의 날들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공부를 주 내용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은 계약을, 또 목회자는 목회 일지 등으로 그 공란들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에 종사하든 또 어떤 직위에 있든 나름대로 거기에 맞는 내용을 채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의 상품 가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관계되기 때문에 높다고 할 것입니다.

시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달력 오른쪽 상단에는 시간에 대한 명언들이 박혀 있어 눈길이 갔습니다. 덤으로 2011년 12월 달의 것도 있었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테오프라스테스), 새해 1월 '새로운 시간 속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 한다'(아우구스티누스)로 시작해서 12월 '미래를 신뢰하지 말라'(롱펠로우)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의 책에서 인용했을 법한 경구들입니다. 그 중엔 이름을 잘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시간 앞엔 만인이 평등하며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으니 유용하게 사용하자는 내용들입니다.

마지막 장엔 이 달력을 발행한 출판사 '도서출판 풍경'의 연락처가 명기되어 있었고 그 옆엔 유명한 데이비드 슈워츠의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란 책에서 인용한 아래의 이야기가 대화체로 올려져 있었습니다.

세 명의 벽돌공이 부지런히 벽돌을 쌓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 벽돌공들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벽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벽돌을 쌓고 있어요."  두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시간당 9달러 30센트짜리 일을 하고 있소."  세 번째 벽돌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요? 나는 지금 세계 최대의 성당을 짓고 있어요." 이 세 사람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렇습니다. 시간은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자리 잡습니다. 일로,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한 일이 축적되어 맺게 되는 위대한 열매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성찬 집사님이 보내 준 '시간을 디자인하다'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 달력을 저에게 선물로 받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해 기뻤습니다. 이 작은 탁상용 달력이 여느 것보다 크게 보이는 것은 이런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 2012년의 아름다운 약속들을 저는 여기에 디자인할 것입니다. 마음이 벌써 비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합니다. 이 달력으로 인해 감사하는 마음을 주고 받아야 할 분들이 많습니다. 새해 아침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탁상용 달력 #선물 #도서출판 풍경 #김성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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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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