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농성 "MBC 무너졌다"MBC노조원들이 9일 낮 여의도 본사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의 문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새해 출발부터 MBC 내부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종사자들이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례 없이 각오도 비장하다. MBC 노조(언론노조 MBC본부)가 9일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공정방송 복원 및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MBC 기자들은 '편파 뉴스'와 '경쟁력 약화'의 책임을 물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MBC 기자들이 실시한 불신임 투표에서 압도적인 의견으로 불신임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MBC가 어쩌다,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 언론노조 MBC본부가 "MBC 재건을 위한 종결투쟁"을 선언하고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몰락한 MBC, 정권의 품에 안긴 MBC로 총선, 대선을 방송할 수 없다"며 "MBC를 재건하기 위해 대오를 갖추고 종결 투쟁에 몸을 던진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9일 아침 '조합원에 보내는 편지'에서 피맺힌 MBC 자화상을 차례로 서술했다.
- 단협해지 선언으로 연임을 거머쥔 김재철 사장을 지켜봐야 했던 2월- '<PD수첩> 죽이기'로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뿌리 채 뽑아 정권에 헌납했던 3월- 마지막 남은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유린했던 4월- 시사 프로그램 탄압에 저항하는 구성원들에게 보복인사와 본보기 징계를 남발했던 5월- 더 이상 밀릴 곳 없는 벼랑 끝에서 공세적 방어로 로비농성을 전개했던 6월- 마침내 해지된 단협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7월- 대반격을 위한 단협쟁취 파업찬반투표를 전개하며 사장 사표쇼와 방문진의 3선 사장 임명쇼를 지켜봐야 했던 8월- 대법원 무죄 판결(<PD수첩> 미국산 쇠고기 편)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굴종하는 사과와 제작진 징계를 막아내지 못한 채 파업돌입의 끝자락에서 극적인 단협쟁취를 이끌어낸 9월- 쇄신대상인 김재철 사장과 마주 앉아 공영방송 MBC의 몰락만은 저지해보려 안간힘을 다했던 10월과 11월- 취재현장에서 우리의 동료들이 'MBC는 물러가라'는 야유와 손가락질을 받으며 공영방송 MBC의 몰락을 온몸으로 확인해야 했던 12월2011년 한 해 MBC가 걸어온 길이다. 힘든 여정이었음을 알려준 일지다. 정 본부장은 현재의 MBC에 대해 "공정과 신뢰를 상실한 MBC, 영혼 없는 돈벌이 방송으로 전락한 MBC"라며 "이는 불행히도, 김재철 사장이 이끌고 우리가 만들어놓은 MBC의 자화상"이라고 개탄했다.
때마침 "MBC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했다"는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도 높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언론인권센터 등 시청자단체는 9일 여의도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최근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를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골 깊은 MBC 내부갈등은 MB 측근의 사장임용과 연임강행에서 비롯됐다.
MBC 노조의 92%가 김 사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주요 이유로는 임단협 일방파기 등 조합파괴 정책, 즉흥적 발상에 의존하는 일방통행식 경영, 지나치게 가벼운 언행 등 자질부족, 정권 눈치 보기에 따른 공정성 훼손 등이었다.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일러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MB는 측근을 사장에 앉혀 MBC를 'MB씨'로 만들었다는 따가운 비판을 들어왔다. 이제 MBC를 사랑하는 국민, 시청자들에게 놓아줄 때다. MBC를 재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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