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는 웃고 콜텍은 울고... "이상한 대법원"

[현장] 대법원, '콜트'는 부당해고 판결...'콜텍'은 고법판결 파기환송

등록 2012.02.23 17:16수정 2012.02.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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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법원이 금속노조 콜텍지회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콜텍 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실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법원이 금속노조 콜텍지회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콜텍 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실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같은 사장 밑에서 같은 일 하다가 해고당했는데 왜 판결이 다르냐."

23일 오후 2시 20분께, 금속노조 콜텍 지회의 '고등법원판결 파기환송' 소식이 전해지자 방금 전만 해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콜트악기 지회 조합원들의 표정은 침울해졌다.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은 믿기 어렵다는 듯 '고법 파기환송' 6글자가 찍혀 있는 문자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이날 오전 10시, 인천 부평에서 전자악기를 만들던 콜트 공장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던 대법원은 그로부터 4시간 후인 오후 2시, 대전에서 통기타를 만들던 콜텍 공장 노동자들의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대해서는 부당해고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환송했다. 콜트·콜텍 사측은 지난해 2007년 국내 공장 폐업 신고를 내고 중국·인도네시아 공장에서 기타를 생산하고 있다. 23일은 이들이 '투쟁'한 지 1848일째 되는 날이다.   

콜트 노동자들 "'해고자' 주홍글씨 사라져...떳떳하게 살 수 있어"  

a  대법원이 금속노조 콜텍지회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콜트악기·콜텍 지회 대법원 판결에 따른 긴급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부당한 정리해고와 위장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법원이 금속노조 콜텍지회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콜트악기·콜텍 지회 대법원 판결에 따른 긴급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부당한 정리해고와 위장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앞서 콜트악기 노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을 때만 해도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들뜬 분위기였다. 방종운 지회장은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자본이 해외로 이전한다고 해서 국내 사업장을 폐업하는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면서 "만약 이번에 대법원에서 패소했다면 아마 국내에는 생산직 공장이 얼마 남지 않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 지회장은 "박영호 사장은 1995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연수생 등을 통해 기술을 이전한 후, 2005년 인도네시아 공장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2006년 국내 공장에 노조가 들어서자 2007년 국내 공장을 폐업했다"면서 "한진중만 해도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농성을 했으니 복직 약속을 받아낸 것이지 안 그랬으면 다음 순서는 폐업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콜트악기 노동자들이 일하던 인천 부평 공장은 문을 닫은 상태. 방 지회장은 "인천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 데 한달이면 된다"면서 "복직하고 공장이 다시 돌아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1년간 콜트 악기 공장에서 일했다는 임아무개(55)씨는 올해 7월이면 정년이 끝난다. 임씨는 "만약에 계속 회사에서 일하다가 올해 정년퇴직을 했으면 집에서 잔치를 했을 텐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는 "너무 좋다. 큰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해고자'라는 이름이 주홍글씨처럼 새겨져서 어디를 가도 손가락질을 받을 것만 같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임씨는 "이제 떳떳할 수 있게 됐다"라고 웃어보였다.

콜텍 노동자 "2년 넘게 대법원 판결 기다렸는데...다시 싸울 것"


a  대법원이 금속노조 콜텍지회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콜텍 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실망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이 금속노조 콜텍지회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과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콜텍 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실망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오후 2시 30분께, 법정을 빠져 나온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굳은 표정이었다. 대법원은 이인근 지회장을 비롯한 콜텍 지회 간부 3인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지급 청구소송 역시 원심을 깨고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회장은 "2009년 11월에 두 개의 소송 모두 고법에서 이겼는데 오늘 모두 파기 환송됐다"라며 착잡해했다. 2년 넘게 기다린 대법원 판결. 전날(22) "피가 마른다"고 하던 장석천 사무장은 "다시 하면 되죠. 쉽게 생각하면 돼요"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콜트악기·콜텍 지회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준비했던 금속노조 관계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고개를 푹 숙였고, 몇몇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7년간의 기다림 끝에 현대자동차 사내사청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낸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역시 웃을 수 없었다.  

기자회견에서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은 "오늘 참 이상한 날이다. 콜트·콜텍은 박영호 사장이라는 한 자본 밑에서 자본의 횡포로 길거리에 내쫓겨 5년을 싸워왔다"면서 "당연히 같은 결과를 예상했는데…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든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대법원 2부와 3부가 어떻게 다른 판결을 내나"라고 반문했다. 이 지회장은 "대법원 판결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회장은 "판결문을 받아봐야 왜 다른 판결이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콜트콜텍 #콜트 #콜텍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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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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