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연
예전에 육촌 동생이 장작 구이 통닭장사를 했는데 못 팔고 남은 것은 늦은 밤 신내동의 배나무 아래서 소주 한 병씩 차고앉아 해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동생을 생각하며 배시시 웃고 있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양복 입은 신사와 말끔하게 생긴 부인이 만 원에 세 마리씩이나 하는 통닭을 사면서 덤으로 굳이 한 마리를 더 달라고 난리다. 어이가 없어 하는 짓을 좀 더 지켜보는데, 허허! 이 아줌마 장사가 처음인가 보다. 막무가내로 한 마리 더 달라고 목청을 높이니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양복장이 신사가 통닭 아줌마 우는 것을 보더니 마누라 팔소매를 잡아끌며 그냥 가잔다. 통닭은 포장도 해놨는데 아무래도 그냥 돌아설 모양이다. 순간 아내가 말리기도 전에 욕부터 튀어나왔다.
"여보쇼! 포징해 놓은 것 가져 가야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아니, 만 원에 세 마리짜리 통닭인데 한 마리 더 달라는 건 또 뭐야? 해도해도 너무 하네 정말. 닭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줄 아나? 살다 살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요. 포장해놓은 것 가져가쇼."순간 양복장이 부인이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라며 삿대질을 하고 난리다. 결국은 옆에서 지켜보던 냉면집 사장님과 만 원에 세 장 하는 속옷가게 종업원이 참다못해 내 편을 들고 나선다. 그제서야 슬그머니 아스팔트바닥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집어 던진다. 땅에 떨어진 돈이 지나가는 택시의 바람에 펄럭, 저만치 날아간다. 통닭 아줌마가 주우러 가는 것을 옷소매를 붙잡고 돈 준 사람이 주워오라고 악을 써댔다. 결국은 저만치 날아간 돈을 주워 다가 곱게 바치고 통닭 세 마리를 들고 가는데 그 뒷모습이 딱하다 못해 '세상 참 절룩거리며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