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트위터 등에 '가카 빅엿' 글을 올린 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2일 통합진보당 입당 선언을 하기 위해 국회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남소연
통합진보당의 유력한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 알려졌던 서기호 전 판사가 결국 낙마했다. 통합진보당은 4일 새벽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위원장과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처장을 각각 비례대표 순번 5번과 6번에 배치했다. 이에 앞서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도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 3번에 낙점돼,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19대 총선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는 이들 3인이 최종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서기호 전 판사는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통합진보당의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의 탈락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희 대표의 밀어붙이기 탓" 이정희 대표는 지난 2일 서 전 판사와 함께 입당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 전 판사에 대해 "공정하고 청렴하고 독립적인 법원과 검찰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시사했다. 서 전 판사 스스로도 "국회의원이 돼 사법개혁·검찰개혁에 나서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서 전 판사는 이틀 만에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일각에서는 서 전 판사가 통합진보당의 한 정파만 믿고 입당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희 대표 측이 당내 대표단과 심사숙고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다가 철퇴를 맞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서 전 판사 스스로도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 당혹해 하는 눈치다. 그는 4일 오후 <오마이뉴스>의 전화에 응대하지 않은 채, 문자메시지를 보내 "향후 행보는 여러 사람과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도대체 서 전 판사가 입당하고 비례대표 후보에서 낙마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통합진보당 개방형 비례대표 논의는 지난 2월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정희·심상정·유시민 공동대표는 대표단 결정으로 이정희 대표가 교사·공무원·학계·법조계 인사를 개방형 비례대표로 영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민사회와 언론 쪽은 심상정 대표의 몫이었다. 유시민 대표는 후보 추천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심상정 대표의 추천을 받아 입당했고, 박 전 처장은 2월 27일 100여 명의 시민사회 인사와 입당을 선언한 자리에서 "시민운동의 대중성과 전문성, 정책 능력을 진보정치에 불어넣는 역할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의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처장에 대한 면접 결과, 대표단 모두 합격점을 주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박 전 처장 면접 이후 같은 날 밤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며 "이정희 대표가 느닷없이 새로운 후보로 3인을 추천했는데 그들이 바로 서기호 전 판사와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위원장, 정세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갑자기 3명의 후보를 추천해 대표단에서는 이들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29일 한 언론에 서기호 전 판사가 통합진보당의 개방형 비례대표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후 통합진보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당 내부에서 명확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기호 전 판사 비례대표 유력'이라는 보도를 접한 대표단이 불쾌한 것은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