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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짐작으로 20센티미터는 족히 쌓인 것 같습니다. 사방이 산인 이곳(강원 횡성 안흥)은 늦은 겨울 또다시 한 폭의 거대한 동양화가 그려졌습니다.
급한 대로 스마트폰으로 이곳저곳 담아봅니다. 발목까지 눈이 빠지고 또 계속 쏟아지는 눈 탓에 골짜기를 내려오면서 차 안에서 셔터를 누릅니다. 모두 사진에 담고 싶은 절경입니다.
밤사이 내린 눈은 찰눈입니다. 약간 녹는 상태로 쏟아져 내린 눈은 나뭇가지에 그대로 쌓여 엄청난 무게로 나무를 짓누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큰 소나무가 부러져 넘어지면서 전깃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습니다.
전깃줄이 아니었더라면 길이 막혔을 상황입니다. 전깃줄이 위태해 보입니다.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한국전력에 전화를 했습니다. 출동하겠다는 답이 돌아 왔지만 길에 쌓인 눈이 녹으며 빙판으로 변해 차량이 접근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늘 적막함이 감도는 백련사는 아예 눈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봄 기운에 싹을 틔우려던 나뭇가지 위로 눈꽃이 피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마지막 가는 겨울이 선사한 황홀한 아름다움입니다.
큰길에 다다르자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눈은 필시 농사용 비닐하우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도 마을 선배의 하우스 한 동이 폭삭 주저앉았었고, 얼마 전에는 윗동네 후배의 낡은 축사가 눈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적이 있습니다.
가게까지 오는 동안 좌우 늘어선 하우스들을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눈은 아주 고마운 눈입니다. 봄 가뭄이 제법 심각했었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식당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자동펌프가 물을 끌어 올리지 못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농민들의 가뭄 걱정이 이번 눈으로 말끔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
눈은 이제 멈추었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서서히 갠다는 일기예보가 적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온은 더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바람도 거세집니다. 이 겨울 마지막 큰 눈, 미끄럼 사고나 하우스 피해, 나뭇가지가 꺾이는 사고 없이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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