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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폭의 동양화입니다 ⓒ 성락
▲ 한폭의 동양화입니다
ⓒ 성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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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짐작으로 20센티미터는 족히 쌓인 것 같습니다. 사방이 산인 이곳(강원 횡성 안흥)은 늦은 겨울 또다시 한 폭의 거대한 동양화가 그려졌습니다.
급한 대로 스마트폰으로 이곳저곳 담아봅니다. 발목까지 눈이 빠지고 또 계속 쏟아지는 눈 탓에 골짜기를 내려오면서 차 안에서 셔터를 누릅니다. 모두 사진에 담고 싶은 절경입니다.
밤사이 내린 눈은 찰눈입니다. 약간 녹는 상태로 쏟아져 내린 눈은 나뭇가지에 그대로 쌓여 엄청난 무게로 나무를 짓누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큰 소나무가 부러져 넘어지면서 전깃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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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인 소나무 ⓒ 성락
▲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인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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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이 아니었더라면 길이 막혔을 상황입니다. 전깃줄이 위태해 보입니다.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한국전력에 전화를 했습니다. 출동하겠다는 답이 돌아 왔지만 길에 쌓인 눈이 녹으며 빙판으로 변해 차량이 접근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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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속에 묻힌 백련사 ⓒ 성락
▲ 눈 속에 묻힌 백련사
ⓒ 성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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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적막함이 감도는 백련사는 아예 눈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봄 기운에 싹을 틔우려던 나뭇가지 위로 눈꽃이 피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마지막 가는 겨울이 선사한 황홀한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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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나무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 성락
▲ 봄 나무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 성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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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에 다다르자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눈은 필시 농사용 비닐하우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도 마을 선배의 하우스 한 동이 폭삭 주저앉았었고, 얼마 전에는 윗동네 후배의 낡은 축사가 눈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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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솜사탕 모양을 연출한 눈꽃 ⓒ 성락
▲ 솜사탕 모양을 연출한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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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까지 오는 동안 좌우 늘어선 하우스들을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눈은 아주 고마운 눈입니다. 봄 가뭄이 제법 심각했었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식당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자동펌프가 물을 끌어 올리지 못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농민들의 가뭄 걱정이 이번 눈으로 말끔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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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 놓기에 너무 아까운 눈꽃 나무 ⓒ 성락
▲ 빼 놓기에 너무 아까운 눈꽃 나무
ⓒ 성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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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이제 멈추었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서서히 갠다는 일기예보가 적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온은 더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바람도 거세집니다. 이 겨울 마지막 큰 눈, 미끄럼 사고나 하우스 피해, 나뭇가지가 꺾이는 사고 없이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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