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에서 세계 피폭자 모여 '비핵평화선언문' 발표

23~24일 경남 합천에서 열린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 성황리에 폐막

등록 2012.03.28 17:51수정 2012.03.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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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세계핵피해자증언대회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자인 호소카와 코지 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24일, 세계핵피해자증언대회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자인 호소카와 코지 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장성하

국내 원폭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우는 경남 합천에서 지난 3월 23~24일 양일간 개최된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가 '2012 합천 비핵·평화선언'을 채택하며 성황리에 폐막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및 체르노빌, 후쿠시마, 남태평양 마셜제도 비키니섬과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및 대만 등지에서 온 세계 피폭자를 비롯하여 국내외 비핵평화 전문 활동가와 학자, 문화예술인 그리고 합천 주민과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과 청소년, 어린이 등 이틀 동안 연인원 약 5000명이 참석하였다.

 현장예술가 최병수씨 연출의 비핵 퍼포먼스.
현장예술가 최병수씨 연출의 비핵 퍼포먼스.장성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국내 최초로 열린 세계 핵 피해자 증언대회였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에서 온 파벨 브도비첸코씨와 비키니섬의 조니 존슨씨, 후쿠시마에서 온 무토 루이코씨를 비롯하여 대만, 한국, 일본과 마셜제도 등 5개국에서 온 피폭자와 2세들이 핵 피해의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1954년 3월 1일 미군의 핵실험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인 남태평양 마셜제도 비키니섬의 선주민인 조니 존슨씨는 "우리는 늙어가고 있고 우리의 고향 비키니섬에서 죽을 수도 없다. 브라보 폭격 후 58년, 우리의 잃어버린 낙원 비키니섬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핵과 수소폭탄의 지역이 되어 버렸다"고 토로했다.

또, 체르노빌 사고를 증언한 파벨씨는 "우리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상 우리의 힘을 모아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핵 문제는 우리가 같이 해결해야 하는 목표다. 우리 자손들은 우리보다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시에서 온 무토씨는 "나는 가장 새로운 피폭자다. 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 아이들을 살리고 안전한 식품을 먹을 권리 등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여 시민단체가 활동 중이다. 우리는 혼란과 절망 속에 있지만 합천 대회에 참여하여 세상에 많은 동료가 있음을 알고 용기를 얻었다. 모두가 손잡고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발언했다.

 24일 오전,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한 비키니섬 핵실험 피해 생존자인 조니 존슨 씨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4일 오전,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한 비키니섬 핵실험 피해 생존자인 조니 존슨 씨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장성하

또 24일 오전에는 해외 피폭자들이 국내 원폭피해자 1세대 110명이 입주하여 생활하고 있는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하여 핵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져 오는지를 이야기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역사적인 만남의 순간도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해외 피폭자와 방문단을 맞이하며 국내 피폭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한 김일조 할머니는 "오랫동안 며느리에게는 내가 피폭자라는 사실을 말하거나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이제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알려야 하며, 우리 세대에 다 못한 일들을 미래 세대가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복지회관 뒤뜰에 마련된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각을 방문하여 추모의 묵념을 하고, 합천군내의 피폭자 가정을 방문하여 피폭자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24일 대회를 폐막하며 세계 피폭자와 참가자의 결의를 모아 채택한 합천 비핵평화선언을 낭독하는 피폭자들.
24일 대회를 폐막하며 세계 피폭자와 참가자의 결의를 모아 채택한 합천 비핵평화선언을 낭독하는 피폭자들.장성하

대회에 참석한 세계의 피폭자와 국내외 참가자들은 이틀간의 대회를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의 결의를 모아, '2012 합천 비핵 평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세계 각국 정부는 핵무기 철폐와 함께 핵 에너지가 아닌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대책을 즉각 서둘러야 한다"는 것과, "한국을 포함하여 피폭자가 있는 세계 각국 정부와 핵 보유국 및 기업이 세계의 피폭자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죄와 정당한 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전 세계에서 핵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생명과 인권, 삶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전 인류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국제적인 연대와 공동 행동을 통하여 세계의 피폭자를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러시아에서 온 파벨 브도비첸코 씨의 제안에 따라 '세계 피폭자 국제 협의기구'도 발족하여 세계 피폭자 지원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활동도 펼쳐나가기로 결의하였다.

 핵 문명의 야만을 표현한 최병수 화백의 작품으로 판화찍기 체험을 하는 청소년들.
핵 문명의 야만을 표현한 최병수 화백의 작품으로 판화찍기 체험을 하는 청소년들.장성하

이틀에 걸쳐 열린 대회에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대학원 교수의 기조강연 그리고 핵 피해의 현장과 실태를 담은 국내외 다큐멘터리 상영과 각 분야 지성들이 모여 비핵평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토론하는 토크쇼도 열렸다.

그밖에도 국내 최초로 원폭피해자 1, 2세와 지역의 청소년들로 결성된 '합천평화씨알합창단'의 노래 데뷔 무대와 정주하, 위르겐 네프쯔거, 코다마 후사코, 이재갑 등이 참여하는 사진전, 콘서트, 현장예술가 최병수의 설치미술 및 퍼포먼스, 홍성담의 걸개그림도 선보였으며, 대회 현장 안팎에서도 짬짜미 평화공연과 청소년 평화캠프, 야외 체험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틀 내내 합천 일원에서 펼쳐졌다.

이번 대회는 국내 원폭피해자와 2, 3세 환우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합천평화의집'과 국제구호 NGO '위드아시아'가 공동으로 주최하였으며, '2012합천비핵·평화대회조직위원회'가 주관하고, 원폭피해자 1,2세 단체와 탈핵·평화·환경·여성·종교단체 등 약 30개 단체가 참여하였다.

덧붙이는 글 | * 전은옥 기자는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 조직위원회 상임집행위원이며,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입니다.
* 본 기사는 <탈핵신문> 창간준비4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전은옥 기자는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 조직위원회 상임집행위원이며,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입니다.
* 본 기사는 <탈핵신문> 창간준비4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 #세계핵피해자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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