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사후처리 기대? 10대들 보기에도 부끄럽다

[서평] 함규진 선생의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등록 2012.04.19 16:15수정 2012.04.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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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책겉그림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 철수와 영희

▲ 책겉그림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 철수와 영희

요즘 아이들은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하다.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이성 친구와 뽀뽀도 한다. 학교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딴전을 피는 아이들도 많다. 다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요즘 10대들에게는 윤리와 도덕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경향이다.

 

어른들은 세대 간의 차이라고 단정해 버릴 것이다. 옛날에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면 무릎을 꿇고 들었노라고, 담배를 피우다가도 동네 어른에게 들키면 뒷주머니에 감추기라도 했다고 말이다. 요즘에는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게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고 하소연할 것이다.

 

과연 시대가 변한 탓일까? 아이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걸까?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분명 잘못이 있다. 무엇보다도 10대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지 않은 탓 말이다. 더욱이 아이들 앞에서 본받도록 해야 할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탓도 많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모습은 거울과 같은 까닭이다.

 

함규진 선생의 <10대와 통하는 윤리학>은 왜 윤리와 도덕을 지켜야 하는지에서부터, 가족 간의 윤리, 학교와 나라와 세계와 생명에 관한 윤리까지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 세대에 맞게 질문을 곁들이고 있고, 아이들 스스로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도 제공한다. 그야말로 현재 아이들이 겪고 있는 주제들을 망라한 것이니 무엇보다도 실제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

 

"윤리를 따지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죠.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내게 피해 주기를 꺼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내가 무지무지 강한 '초사이언3'쯤 되어서, 아니면 '데스노트'를 손에 들고 있어서, 아무도 내게 피해를 줄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마냥 좋은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인 이상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들어가는 말)

 

개인과 가족의 관계는 가정 안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다. 흔히들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집 밖에서도 샌다고 하니 말이다. 가정윤리는 그만큼 사회와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10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곤욕스러운 것은 학교윤리일 것이다. 학교생활 속에서 선생님이나 학우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것 말이다.

 

물론 그건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딴전을 피우고 있고, 체벌이 금지된 마당에 선생님들은 담임을 맡는 것조차 싫어하기 때문이다. 업무는 업무대로 힘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통제가 안 되니 말이다. 그 속에서 윤리적인 학교를 만들어가는 게 쉬운 일일까? 이 책에서는 그런 일이 제도를 통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학교를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공동체를 만들려면 학생들의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까? 선생님들도 옛날이 좋았다는 타령만 늘어놓지 말고, 좋은 대학 보내는 일에 급급해하지 말고, 학생들이 훌륭한 가치관을 정립하게 하게끔 도와야 하는 게 아닐까?"(61쪽)

 

한편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에 대한 윤리'에 대해서도 귀중한 가르침을 제공한다. 이른바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다. '개똥녀'니 '루저녀', '땅콩남'이니 하는 비속어들과 욕설들로 인해 자살까지 하는 일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걸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실명제를 거론하기도 한다는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해 반대한다. 이유가 뭘까? 사이버 공간의 최대 장점인 '익명성' 때문이다. 그게 사라지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기에 그에 따른 제도적인 조치에 앞서서, 누리꾼들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사이버상의 상대방을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는 것 말이다. 이른바 성경에서 말하는 '황금율'이 그것이다.

 

최근 논문표절시비로 얼룩진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는 어떠할까? 10대들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것은 '정의의 윤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 그것은 철저한 검증도 못한 내부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당선 이후의 사후처리에 기대려는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의란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결코 옳지 않은 행위였다. 10대들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행위다. 그것은 온갖 비리가 있어도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모든 것을 무마시키겠다는 행위와 같은 격이다. 그 같은 행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악법을 고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독재 정권하에서 '대통령 임기를 종신제로 한다.' '집권당을 제외한 정당은 인정하지 않는다.' 등 등 국민이 민주적으로 정권을 바꿀 기회를 없애버리고, 정권 마음대로 법률을 만드는 경우다.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따를 필요가 없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다."(122쪽)

 

이 밖에도 이 책에는 10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을 많이 던진다. 이른바 대형 마트의 가격 파괴와 소형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관한 것에서부터, 자살과 안락사를 비롯해 낙태에 관한 윤리 등 다양한 현실 문제에 대한 논의들이 그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10대 청소년들이 이 시대의 윤리와 도덕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12.04.19 16:15ⓒ 2012 OhmyNews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 함규진 선생님이 들려주는 윤리와 도덕 이야기

함규진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철수와영희, 2012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함규진 #정의의 윤리 #생명 윤리 #윤리와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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