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의 느림보우체통. '슬로시티' 청산도를 빛내는 우체통이다. 1년 뒤 배달해 준다.
이돈삼
범바위와 칼바위 능선을 넘으며 탁 트인 바다의 전망을 조망하는 5코스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1년 뒤 배달되는 느림보 우체통도 이 길에서 만난다. 청산도 사람들의 독특한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랑이논과 구들장논, 오래된 돌담을 만날 수 있는 6코스와 7코스도 인기다.
가파른 산을 깎아 층층이 만든 다랑이 논과 한옥에 사용했던 구들구조를 논에 차용한 구들장논이 애틋하다. 쌀 한 톨이라도 더 얻기 위한 섬사람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지혜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도시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생태적 지혜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면서 편안한 정겨움도 묻어난다.
뿐만 아니다. 슬로길 코스엔 저마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다양한 꽃과 나무가 반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쉼터도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걷기를 더 재밌게 해줄 슬로걷기축제도 30일까지 열린다. 청산도 사람들이 손수 거둔 갖가지 특산물을 싸게 살 수 있는 특산물 판매장도 들러볼만 하다. 돔, 농어, 해삼, 멍게, 전복 등 청정바다에서 갓 잡아온 신선한 회도 맛볼 수 있다.
생선회, 전복죽 등 전통 해물음식도 특별한 맛이다. 성게비빔밥도 별미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섬사람들의 소박하고 유순한 심성은 '슬로시티' 청산도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래저래 멋진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