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오페라 하우스
김준희
"독일에 왔으면 족발을 먹어봐야죠!"
일행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한다. 독일에 오면서 상상했던 것은 '맥주와 소시지'였는데, 갑자기 웬 족발? 한국에서는 족발에 막걸리 또는 소주를 마셨는데…. 독일에서는 족발에 맥주를 마셔야 하나보다. 아무튼, 시내 구경도 했으니 독일 족발을 먹기 위해 중앙역 인근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족발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택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삶은 족발과 구운 족발, 가격은 약 13유로. 내 앞에는 구운 족발이 놓여졌다. 접시에 놓여진 커다란 고기 한 덩어리. 겉에 기름이 윤기 있게 자르르 흐르는 것이 꽤 맛있어 보인다. 김치가 있다면 좋겠지만 여기 와서 그것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 족발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한국처럼 족발이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테이크 자르듯이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잡고 고기를 찢어가며 먹는다. 구운 껍질은 바삭한 데, 안의 살코기는 무척 부드럽다. 따뜻한 족발과 시원한 맥주. 독일에서 맛볼 수 있는 적절한 조합일 것이다.
독일 사람들이 설마 매일 이런 족발을 먹지는 않을 텐데. 독일에서 살다 보면 살이 찌거나 아니면 빠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만 같다. 기름진 음식에 적응해서 매일 맛있게 먹다 보면 살이 찔 테고, 거기에 거부감을 느껴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 보면 살이 빠질 테고….
족발에 맥주를 배불리 먹고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린다. 한국도 아직 쌀쌀할까. 독일의 4월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가도 잠깐씩 해가 비치곤 한다. 근처 마트에 들어가서 캔맥주를 몇 개 샀다. 500ml 캔맥주 하나가 우리 돈으로 1500원이 채 안 된다.
독일에 있는 며칠 동안 아침에는 라면을 끓여 먹고, 점심에는 빵과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저녁에는 고기에 맥주를 먹는다. 독일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이 생각난 적은 별로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독일의 진한 맥주와 커피가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