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전동 시크노래주점에서 지난 5일 밤 화재가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화재가 난 '시크노래주점' 건물.
부산소방본부
그런 가운데 어린이날에 부산 서면에 위치한 노래방에서 화재로 9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당하는 큰 참사가 있었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이들 중에는 자동차부품업체인 ㈜기수정밀에 근무하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세 명이 있었다.
이 사고로 기수정밀은 한국인 노동자 세 명과 함께 총 여섯 명의 직원을 한꺼번에 잃었다. 화재 사고가 언론에 보도될 초기에는 기수정밀 노동자들이 '회식' 혹은 '단합대회'를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보도되다가, 사측 관리이사의 인터뷰 이후 '회식'이니, '단합대회'니 하는 말들은 사라지고, 사측 입장만 그대로 보도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회사 측 입장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손영태 관리이사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다. 사측은 "근무시간이 아닌 주말 오후에 본인들이 별도로 약속을 잡아 가진 자리인 만큼 보험이나 보상을 거론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우선 선을 그은 뒤, "함께 일하던 식구였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하면 사망 사고에 대해 위로를 표할 수는 있지만, 업무상 재해 관련해서는 사측과 연관성이 없다고 미리 입장 표명을 한 것이다.
9일 오후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도 회사 측은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손영태 관리이사는 "산재가 될 수 없다. 그날 5시까지 일을 했다. 회식이라고 하는데, 자기들끼리 마음 맞아서 나간 거다. 회식이 아니었다"라고 산재로 처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상해보험을 든 것도 아니고, 보상이 애매하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을 뿐인데. 직원들과 임원들이 위로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사측에서 희생자들은 산업재해가 적용되는 회사 모임이 아닌 개별적 만남으로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미리 입장 표명을 한 이유는 산재 신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산재 처리가 될 경우 사망자가 여섯 명이나 되기 때문에 피해 유가족들과 보상 문제를 놓고 민사적인 부분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비용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산재 신청을 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언하고 있는 이유는, 비용적인 측면과 함께 산재 보상과 관련한 유가족과의 충돌, 대외적인 이미지 등 외적인 부분에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사측은 행사 참여에 강제성이 있거나, 사업주의 지시 또는 적극적인 독려가 없었던 사실 등으로 보아 회사의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한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희생자 가족들 위해서라도 '산재 신청' 피해선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