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동 뒷골목 포장마차에 불이 들어 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때로는 일 이천 원으로 싸우기도 하지만 외상으로 달아주는 후한 인심도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김학섭
박아무개(78)씨는 아들 딸이 있지만,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며느리하고 같이 사는 것이 더 부담스러워, 자식이 형제지만 혼자사는 게 훨씬 신상이 편혀. 괜히 같이 살면 눈치만 서로 보일테고, 왜 그렇게 살어."최근 발표에 의하면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던데,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아무개(65) 할아버지는 자식에게 몽땅 재산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죽고 나서야 저희들끼리 재산을 어떻게 하든 상관 없지만 아버지가 눈을 뜨고 살아 있는데 재산 싸움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이냐며 효자도 많지만 부모를 버리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지금은 자식들을 다 키워 시집 장가를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데, 신상이 아주 편안하다고 합니다. 2020년에는 151만 명의 혼자 사는 노인들이 생길 것이라고 합니다(통계청 장래가구추세).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탑골공원 담장을 따라 좀더 걸어가 봤습니다. 파고다 다방, 커피 한 잔에 2천 원, 옛날식 다방입니다. 다방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들어가보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깨끗합니다. 노인 몇 분이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를 팔아도 남느냐고 하자 이미숙(36)사장은 "봉사 정신으로 일한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다방 역사는 오래된 것 같으나 직접 맡아서 운영한 지는 3년 밖에 안 됐다고 합니다.
그 옆 이발소, 머리 자르는 데 드는 돈은 3500원. 다른 곳에 비해 매우 싼 가격이지만, 역시 사장은 "값을 인상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이발소 역사는 50년이 됐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오고가는 사람들만 다를 뿐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합니다. 방송에도 나왔다며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즐겁게 한다고 합니다.
그 옆 음식점 가게 간판에는 이색적인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오늘이 생일이신 분 식사 무료, 이 골목에서 제일 맛있는 집' 닭한마리 가게입니다. 정말 공짜로 주고 있을까요. 이기복 사장님은 주방일을 하면서 지금도 1주일에 한 번꼴로 생일 선물인 공짜 음식이 나간다고 합니다. 가게 문을 연지 30년이 됐다고 하니 그 숫자가 적지 않을 텐데 어른들을 대접하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1000원 한 장 때문에 싸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