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합격한 이들, 월급 못 받는 이유는?

[인터뷰] MBC 신입 이우람 PD 등 "신입사원들, 파업 동참 이견 없었다"

등록 2012.05.15 11:52수정 2012.05.1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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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라면 어린아이도 다 아는 곳, 언론계 직종 선호도 1위 '꿈의 직장' MBC. 작년 말 이곳에 지원한 1만5천여 명 중 선택 받은 사람은 단 14명이다. 이중 경영부문 사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은 5월 초 연수가 끝나자마자 노동조합 파업에 가담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이들 중 두 명의 '용자'를 지난 9일 만나 봤다. <기자 말>

"아직 고졸입니다."

대학 마지막 학기를 채 마치기도 전 26살의 나이로, 단 1명만 모집한 편성PD에 합격한 이우람씨는 차분한 목소리를 가진 '미소년스런 청년' MBC 신입사원이다. 응시 자격을 갖추게 된 작년 말에 방송사에 처음 지원해 단번에 합격했다는 그는 겸손한 웃음으로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제 단점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면접에서 좋게 보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칭 소심하다는 그가 입사하자마자 '꿈의 직장'이 안겨 줄 달콤한 첫 봉급도 마다하고 파업에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돈에 양심을 팔 수 없었다"
a  MBC노조 총파업 100일째(자료사진).

MBC노조 총파업 100일째(자료사진). ⓒ 유성호



"월급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있게 된다면 나중에 10년, 20년 후에 그런 나를 용납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는 월급 때문에 언론인의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언론사 시험 준비 4년 만에 좋은 결실을 맺은 김경락 신입 카메라 기자도 '파업 같은데 끼지 말고 회사생활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어겼다. '회사원'이 아닌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담담히 말했다.

"계속 시험을 준비하면서 MBC의 뉴스가 공정하지 못하고, 보도가 공정한 과정을 거치치 않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접해왔기 때문에 공정방송을 위해서 파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MBC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MB정부 하에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은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일반적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언론사를 준비하던 친구들이야 사정들을 잘 알고 있죠. 이 파업이 단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파업이 아니라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이고, 사장에 대한 문제도 있고, 이런 자세한 내막들을 알고 있죠."(이우람)

함께 외친 "MBC 프리덤"

a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신입 동기들 14명이 다 같이 모여서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이야기해 봤어요. 다들 파업에 동참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파업 참여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어요." (이우람)

"카톡 같은 걸로 얘기하면 리더 비슷한 사람이 생기고 그 의견에 쫓아가게 되고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혹시라도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의사표현을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했어요. 특별한 강요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충분히 자기 생각을 피력할 수 있었어요." (김경락)

이들이 더 나은 방송을 위해 입사와 동시에 징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선택을 하는 동안,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방송 차질을 피하기 위해 회사는 계약직을 뽑고 있다. 당초 회사는 지난 4월 말의 계약직 채용공고를 통해 20명의 기자를 새로 충원하려 했으나 실제 면접장에 나타난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 결국 6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아나운서 복귀로 파업이 무너진다?

지난 7일 양승은, 최대현 아나운서에 이어 11일 배현진 아나운서가 방송에 복귀했다. 일부 노조원의 이탈로 MBC 노동조합의 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두 신입사원은 파업이 충분히 단단하다고 강조했다.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오래 온 것 같아요. 만약 그런 일이 파업 한두 달 안쪽에 있었다면 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는데 100일을 넘어가다 보니까 사소한 문제로 물러설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이우람)

"(노조에서) 이탈하는 분이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전망의 글을 어떤 분이 온라인에 올려놓으셨던데 저는 그 글에서 말하는 그런 분위기를 노조 안에서 못 느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와해되는 분위기 같은 것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김경락)

양승은, 배현진 아나운서 등이 원래부터 파업 집회에 함께하지 않았기에 파업에 별다른 타격이 되지 않는다는 MBC노동조합 관계자들의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이우람 신입PD도 노조의 분위기에 대해 "100일을 넘기면서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고 많은 해고 징계자가 나오는 것이 조합원들의 분노를 자극해서 오히려 지금은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누가 새로 사장으로 오더라도 사장이 마음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지금처럼 독하게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파업의 의미를 정리했다.

김경락 신입조합원은 이같은 MBC 노동조합의 끈끈한 투지가 국민들과 연결되길 기대했다.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MBC방송만 보면 파업을 하는 티가 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더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이 상황에 대해서 더 많이 인지를 할 수 있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MBC신입사원 #MBC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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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혁'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노래 만들고 글을 쓰고 지구를 살리는 중 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서울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얼마 전부터 제주도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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