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은교
정지우필름
자본주의 사회의 일그러진 사랑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일그러진 사랑을 펼쳐간다. 서지우는 상대적으로 강압적이고 까칠하게 은교를 다루고, 이적요는 부드럽고 조심스럽지만 은교에 대한 갈망은 같다. 17살 고등학생 소녀를 사이에 둔 사랑 또는 욕망의 충돌은 질투를 만들어내며 애증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죽음도 불사하는 대립으로 이끈다.
서지우의 사랑은 사회의 기준에서 실패한 인생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혼의 경력과 수준 낮은 문장력을 가진 이력에서 맛보는 소외 때문에 때로 은교를 강압하는 욕망해소로 나타나지만, 육체의 허함과 마음의 허함을 위로받기 위해 은교를 갈망한다.
또 스승과 공모(共謀)로 작품을 출품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만 사실이 드러날까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감과 출판사로부터 새로운 원고 청탁에 스승의 원고를 훔치는 죄책감을 달래고자 은교를 갈망한다. 그의 사랑은 소외감과 '탐욕이 낳은 부정에서 만들어진 불안함'의 피난처이다. 그래서 자본주의에 존재하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욕망'으로 덧칠 될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처럼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선생님 집에 가려면 그애의 학교, 그애의 집 앞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보고싶어 더 애가 탔다"는 진심이 있었지만 말이다.
이적요의 사랑은 젊은이에 대한 노인의 사랑을 터부시하는, 노인은 사랑이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는 긍정성이 있지만, 사회에 대한 저항은 사회의 낡은 관념을 인격화하고 있는 서지우에게 질투와 경쟁의 모습을 띠면서 욕망의 대결이 된다. 그 속에서 서지우의 사랑은 폭력 같은 것으로 재단하고 자신의 사랑은 숭고한 것으로 감싸는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질투와 시기, 경쟁에서 만들어내는 판단 행태를 잘 보여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충만한 경배가 놀라운 관능일 수 있으며, 존재 자체에 대한 뜨거운 연민이 삽입의 순간보다 더 황홀한 오르가슴일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어찌 꿈엔들 상상할 수 있으랴"며 말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세속의 명예와 성공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보여주며 세상을 조롱한다. 스승의 소설로 문학상을 거머쥐는 문단의 예는 대한민국의 부패를 상징화 한 것이다. 또 세속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고민하는 모습 즉, 이적요가 죽고 난 뒤 그가 쓴 글을 공개할지 말지 고민하는 변호사와 문단 관계자들의 모습들에서 세속의 거짓된 명예가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와 함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것은 혈연에 따른 의무와 권리로 사람의 관계를 묶어두려는 일종의 정치적인 속임수, 라고 까지, 생각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하는 이적요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제도의 허구성도 보여주려 노력한 것 같다.
은교를 읽는 동안 내 온 힘이 소설 속에 빨려드는 듯 했다. 경쾌하고 간결한 문체,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내밀한 욕망'에 대한 탐구가 그렇게 만들었다.
세상은 심미(審美)할 수는 있으나, 절대 아름답지 않은 세상 그대로의 객관성, 그 이중성을 인물들의 심리, 욕망, 탐욕, 갈등, 사랑을 잘 섞어서 반죽하여 보여줬다. 긴 인생을 살아낸 작가의 힘이 드러난 수작이다. 그러나 소설 '은교'에는 은교가 없다는 것, 남성들의 욕망 또는 사랑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은교
박범신 지음,
문학동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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