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문이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변창기
지난 15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한 회의실에서 불법파견 관련 교섭이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2000년 7월 초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에 입사해 성실히 일해오다 2010년 3월 중순경에 모양새만 사직서인 문서에 서명을 하고 나오게 됐습니다. 모양만 그렇지 내막은 정리해고가 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현대차 불법파견 교섭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강제된 그 사직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진 가장인데 제가 왜 쓸데없는 짓 하겠습니까.
"사직서 안 쓰면 한 달 위로금 못 받아요."업체장은 "원청(현대차)에서 새공정 공사 한다고 하니 어쩔수 없다"면서 회식자리 마련해 저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업체 노동자를 모아 놓고 사직서를 내밀었습니다. "나중에 일자리 생기면 다시 부르겠다"는 말까지 하니 어쩔 수 없이 사직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새 일자리가 났다는 연락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현대차 불법파견 교섭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교섭은 특별교섭으로 노동자 쪽에선 금속노조, 현자노조, 비정규직 노조 3지회(울산·아산·전주) 노조 대표단을 꾸려 참석했습니다. 현대차에선 대표가 아닌 대리로 교섭단을 꾸려 나섰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소식을 보니 처음부터 난항이었습니다. 회사는 교섭 자리를 '협의'라 하고 노조는 '협상'이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협의는 뭐고 협상은 뭘까요? 협의와 협상이 어떻게 다르길래 첫 교섭부터 팽팽히 맞설까요?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6일 오전 9시경 현대차 울산공장 관련부서로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변창기라고 합니다. 15일, 불법파견 관련 첫 교섭을 했다던데 노조에선 협상 자리라고 주장하고 현대차에선 협의 자리라 주장하고 있더군요.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 궁금합니다."
현대차 언론사 관련 부서원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그 직원은 제가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뜬금없이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기자가 아니고 시민기자요? <오마이뉴스> 직원인가요? 시민기자도 기자인가요?"그 직원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들어가 '변창기'라고 검색해보세요. 제가 쓴 글들이 뜰 것입니다."현대차 직원은 "잠시 기다려보라"더니 잠시 후 상냥해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퉁명스레 받더니 말입니다. 현대차 직원은 저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노조랑 단체협약을 체결 중 입니다. 올해도 임단협을 하는데요. 직원복지나 근로조건 향상에 대해 교섭을 할 때는 단체협약을 다루는 것이니만큼 협상을 하는 것이고요. 이번 문제는 단협에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개념상 협의라 하는 게 맞습니다."드디어 시작된 현대차 불법파견 관련 교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