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돈, 남자'... 주말에 뭘 끓여먹지?

[색깔라면 전쟁] 다시 붙은 라면 3사의 대결, 그 승자는

등록 2012.05.20 12:48수정 2012.05.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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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만 유행과 복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식품'인 라면에 다시 색깔라면들이 재등장했다. 지난해 팔도의 '꼬꼬면'으로 시작된 하얀 국물 열풍은 삼양의 '나가사끼 짬뽕'과 오뚜기의 '기스면'으로 이어지며 한때 라면시장의 근간을 흔들 기세였다. 

하지만 라면국물은 모름지기 붉어야 한다는, 오래된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짭짤하고 얼큰한 것을 들이켜야 제대로 마신 것 같다는 습관 역시 그렇다. 그래서인지 올 초 20%까지 차지했던 맑은 국물 라면시장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그에 맞춰 각 기업은 다시 색깔라면을 들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각자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문구로 치장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맛이 얼마나 보강됐나일 것. 이에 농심의 '진짜진짜', 삼양의 '돈라면', 팔도의 '남자라면' 등 각 제조사가 새롭게 내놓은 색깔라면 3종을 맛보고, 각 면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려 한다.

참고로 개고기 빼놓곤 뭐든 다 먹는, 요즘말로 '평타'(평균) 입맛이라고 믿지만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위 지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 부모님을 비롯해 평소 밥보다 라면을 좋아하는 70대부터 20대까지의 의견을 반영했다. 제품 순수의 맛을 보기 위해 물 이외 파나 달걀 등 어떠한 것도 첨가하지 않았다.

[농심 진짜진짜] 명불허전, 국물맛은 훌륭... 그런데 좀 짜네

 농심의 '진짜진짜'면 끓인 모습
농심의 '진짜진짜'면 끓인 모습나영준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의 야심작 진짜진짜면은 포장지 전면에 '맵다, 맵다!'라고 강조되어 있다. 정말 그렇게 자신있는 걸까. 스프는 세 가지. 채소가 든 건더기와 땅콩가루와 검은 깨가 든 스프다. 그 중 두 개를 라면이 끓고 난 이후에 넣으라고 써 있다.

면은 농심의 대표스타 신라면보다 얇다. 덕분에 끓이는 시간이 단축된다. 면의 넘김도 무척 쫄깃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잇겠지만 시간과 맛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럽다. 중요한 건 국물이다. 적당히 얼얼하다. '진짜진짜 맵냐'고 물으면 글쎄다. 매운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찾아다니며 먹는 스타일이 아닌 입맛인데, 그냥 그렇다.


물론 국물맛 전체는 좋다. 명불허전이라고 할까. 돼지뼈가 기본 베이스라고 하는데 신라면과는 다르지만, 농심 특유의 깊고 중후한 맛이 배어난다.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잔재주 없는 '묵직한 돌직구'에 가깝다. 그런데 조금 짜다는 생각이 든다. 면이 굵지 않아선지 면에도 짠 맛이 배어나는 것 같다. 혹시 혼자만의 생각일까.

감기가 끝물이라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주변 지인이 대번에 '맛은 있는데, 좀 짜네'라고 한마디를 보탠다. 신라면 마니아인 그에게 매운지 묻자 고개를 흔든다. 물을 좀 적게 잡은 것 아닌가 싶어 남은 국물에 다시 생수를 넣어봤다. 여전한 것 같다.


물론 제대로 된 짬뽕국물 역시 해물이 아닌 고기국물로 만들고 그 자체가 원래 염도가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쨌든 다소간 차이는 있어도 정통의 국물에 가깝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땅콩가루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소하다는 쪽과 쓸데없는 첨가물이라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다.

[팔도 남자라면] '왕뚜껑' 업그레이드 버전?... 전형적인 팔도라면

 팔도의 '남자라면' 봉지
팔도의 '남자라면' 봉지나영준

라면 마니아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여러 노력을 달리한다 해도 각 회사마다 가진 고유의 맛이 있다. 호불호가 아닌 그 회사 제품에서 느껴지는,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다. '남자라면'은 그런 면에서 가장 '팔도'에 가까운 라면인 것 같다.

라면 포장에는 검은색과 빨간 흰색이 잘 조화를 이뤄 강인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준다. 그 위에 '남자가 생각하는 맛, 남자가 흘리는 땀 한 방울' 등 화끈한 남성성을 상징하는 글귀가 쓰여 있다. 시각적 대비가 잘 어우러졌다.

안에 든 내용물은 일반라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말과 건더기 스프다. 면은 '진짜진짜'라면과 달리 조금 굵다. 너구리라면 면발과 비슷하다. 면발에 특이한 점은 느낄 수 없었다. 평범함과 괜찮음의 중간 사이 정도. 국물을 마셔본다. 얼큰함보단 다소 알싸한 정도랄까. 적당히 맵다.

 팔도 '남자라면' 끓인 모습
팔도 '남자라면' 끓인 모습나영준

농심과의 국물 맛 차이는 분명 있었다. 생선찌개를 오래 끓이면 분명 얼큰하고 묵직함은 배가 되지만, 나중에는 그게 지나쳐 짜거나 쓴 맛이 난다. 그래서 적당히 끓으면 불을 끄고 각자의 국그릇에 나누어 생선 특유의 맛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진짜진짜' 라면이 오래 끓인 찌개의 무거움이라면 '남자라면'은 후자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는 팔도라면이 가져 온 맛의 연장선상이다. 스테디셀러인 도시락면과 왕뚜껑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듯하다. 국물 맛이 깊으냐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산뜻한 매콤함을 묻는다면 끄덕일 만하다. 주변의 평은 '괜찮다' 정도. 그릇에 기름이 많이 묻어난다는 일부 지적이 있긴 했지만, 크게 호불호가 갈리진 않았다. 무난하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차별화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삼양 돈라면] 맛은 있는데, 쌓아놓고 먹긴 좀... '호불호' 확실히 갈려

 삼양의 '돈라면' 봉지
삼양의 '돈라면' 봉지나영준

돈라면은 색깔있는 라면이라는 점에서 앞의 두 라면과 같지만 색이 확연히 다르다. 된장찌개 색에 가까운 '갈색국물'이다. 그리고 맛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육개장과 짬뽕의 중간 경계가 아닌 일본식 돈코츠 라면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면은 두께가 굵다. 4분간 끓이라고 적혀 있다. 끓는 동안 이미 국물이 갈색임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먹기 전에 넣는 '로스팅 마늘 조미유'다. 별첨 스프에 들어있는 썰린 마늘과 더해져 강한 맛을 낸다. 다만 맛이 상당히 강하니 마늘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조절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돈골농축액 분말, 쉽게 말해 돼지육수가 23.6%나 들어간 맛은 어떨까. 일본 돈코츠 라멘 맛이 분명히 난다. 마지막에 넣은 마늘 조미유 맛이 더해져 느끼하진 않다. 물론 일본식 라멘 그 자체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인스턴트 라면으로 가장 가깝게 맛을 낸 것이다. 거기에 한국식 얼큰함도 더해졌다. 그런데 과연 대중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을까.

 삼양의 '돈라면' 끓인 모습
삼양의 '돈라면' 끓인 모습나영준

라면이라면 가리지 않고 즐기시는 어머니가 "나는 이상하다, 못 먹겠다"며 두 손을 들고 나서신다. 수십 년 전 원조 닭 라면의 맛을 기억하고 계신 아버지가 "그 당시의 둥둥 뜨던 기름기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하신다. 젊은 층의 입맛은 조금 다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식 라멘을 접할 수 있으니 좋다는 이도 있지만, 돈 더 주고 라멘집 가는 게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분명 맛있었다. 하지만 호불호는 세대뿐 아니라 같은 나이 대에서도 다양하게 갈렸다. '맛은 있는데, 쌓아놓고 먹긴 그렇다'는 의견에는 대개가 동의한다. 한 지인은 '틈새라면 모를까 대세가 되긴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가성비' 좋은 라면을 기대하며

이렇게 각 라면 제조사가 내놓은 대표라면을 시식해 봤다. 물론 맛에는 정답이 없다. 같은 라면도 다양한 조리방법이 있으니 그 맛을 정의하긴 힘들다. 몰론 맛있는 시기와 장소는 대충 알 듯하다. 두 끼 정도 굶다가 야외에서 먹는 것이 가장 맛나다고들 한다.

제조사들이 여러 방법을 시도해 만들어내는 라면은 한편 서민 입장에선 반가움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함에 있어 라면만큼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를 지닌 음식물이 또 있을까.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라면 시식기였다. 제조사에 계신 분들, 혹 섭섭한 구석이 있더라도 고까움보단 관심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 주시길 빈다. 굳이 비교를 해서 그렇지 각각의 라면, 맛이 충분히 살아 있었다.
#라면 #돈라면 #남자라면 #진짜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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