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터는 예전 공설운동장이었다
김종길
수목이 우거진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붉은 단풍이 특히나 아름답다는 상림은 신라 말 함양(당시는 천령) 태수였던 최치원이 조성했다. 고을을 가로지르는 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물줄기를 돌렸다. 원래 대관림으로 불리던 숲은 대홍수로 상림·하림으로 나뉘었다가 지금은 복원 중인 하림은 없어지고 상림만 남게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으로 쓰였던 너른 공터는 이젠 아름드리 숲에 둘러싸여 이곳을 찾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거나 삼삼오오 모인 행락객들이 볕을 쬐며 이야기하는 따스한 공간이 됐다.
상림에는 40여 종의 낙엽활엽수 등 모두 116종의 나무가 위천의 긴 둑을 따라 너른 폭으로 조성되어 있다. 숲 중간 중간에는 예쁜 오솔길이 있어 나무가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마시며 걸을 수 있다. 상림의 숲은 이런 자연에다 인간의 역사 또한 오롯이 담겨 있다. 함화루, 척화비, 이은리 석불, 문창후 최선생 신도비, 역사인물공원 등 각종 유적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곳은 쉼터이자, 자연학습장이며,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사하면서 이름도 바꾼 건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