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군산 소풍, 인근 유적지를 찾아서

원봉연 문화관광해설사의 군산 문화유적지 이야기

등록 2012.06.17 21:08수정 2012.06.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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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8일부터 매주 화요일 열리고 있는 '群山學'(군산학: 군산을 제대로 이해하기) 여섯 번째 강좌는 16일(토)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 군산 일원의 주요 문화유적을 돌아보는 '현장 탐방교육'으로 치러졌다. 이날 강사는 맛깔스러운 해설로 이름난 원봉연 문화관광해설사.

오전 9시 군산시청에 집결한 수강생(40명)들은 시티투어용 대형버스로 임피 향교- 발산초등학교- 발산리 충의사- 이영춘 가옥- 내항 부잔교- (중식)-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스 가옥)- 동국사- (구) 군산세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보았다. 간식으로 나온 빵을 받아든 여성 수강생은 "꼭 소풍 가는 것 같아요!"라며 활짝 웃기도. 


해박한 지식과 유머를 겸비한 원봉연 강사는 여유와 재치로 탐방교육 분위기를 주도해나갔다. 특히 다른 지역에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사진 자료와의 비교 분석은 자칫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역사 이야기에 흥미를 유발하는 촉진제 역할을 해주었다.

a  임피 향교 홍살문 앞에서 원봉연 강사의 해설을 듣는 수강생들.

임피 향교 홍살문 앞에서 원봉연 강사의 해설을 듣는 수강생들. ⓒ 조종안



오전 9시 20분, 첫 탐방 유적지 임피 향교(임피면 읍내리 538)에 도착한 수강생들은 입구에 세워진 개하마(皆下馬)와 홍살문의 의미, 대성전(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95호)과 명륜당 건물의 특징과 구조, 기능 등에 대해 원 강사의 해설을 들었다.

"이곳에도 수령이 많아 보이는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는데요. 전국 어느 향교와 서원에도 2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를 뜰이나 입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자가 제자를 은행나무 아래에서 가르쳤다'는 고사(古事)를 본떠 심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임피 향교는 조선 태종 3년(1403년) 임피면 교동에 창건했고, 숙종 36년(1710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개하마'는 말을 타고 온 양반도 내려서 경건한 마음으로 사당(향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홍문'으로도 불리는 홍살문은 마귀를 쫓는다는 '벽사의 의미'이며 대성전은 공포의 양식과 초석 등이 특이한 건물이죠. 


대성전은 앞면 3칸, 옆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공자, 안자, 자사 희자, 맹자 등 중국의 5성(5聖)과 주돈이, 정이, 정호, 주희 등 4현(4賢), 그리고 우리나라 18현(설총, 최치원, 안향,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김인후, 이황,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체)을 배향하고 있습니다.

지방 고등학교 격이었던 임피 향교 건물 배치는 '전학후묘'(前學後廟) 양식으로 앞쪽은 공부하는 강학(講學) 공간이고 뒤쪽은 배향하는 사당(祠堂) 공간입니다. 국립대학 격인 성균관 건물은 이곳과 반대의 '전묘후학'(前廟後學) 배치로 앞쪽에 공자 등을 배향하는 대성전이, 뒤쪽엔 공부하는 명륜당이 자리 잡고 있지요."


a  발산초등학교 뒤뜰에 남아 있는 발산리 5층 석탑.

발산초등학교 뒤뜰에 남아 있는 발산리 5층 석탑. ⓒ 조종안



원 강사의 해설이 끝나고 발산초등학교로 이동해서 뒤뜰에 남아 있는 발산리 5층 석탑(보물 제276호)과 발산리 석등(보물 제234호), 발산리 6각 부도(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제185호), 일본인 농장주 창고(국가등록 문화재 제182호) 등을 돌아봤다. 

원 강사는 "발산리 5층 석탑은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신라양식의 석탑으로 처음엔 2층 기단 위에 5층으로 세웠으나 지금은 4층만 남아 있다"며 "일본인 농장주 '시마타니'가 자신의 농장이던 발산초등학교로 옮겨온 것이다"고 말했다. 원래 위치는 전북 완주군 봉림사 터에서 이전했다는 견해와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가져왔다는 견해로 나뉜다고.

a  발산리 석등(왼쪽)과 발산리 육각부도(오른쪽).

발산리 석등(왼쪽)과 발산리 육각부도(오른쪽). ⓒ 조종안



이어 "발산리 석등은 신라 시대 작품으로 높이는 2.5m이고, 원통형 기둥 돌에는 구름 속에서 요동치는 힘찬 용(龍) 모습이 조각된 뛰어난 예술품이다"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예의 작품으로 이 석등도 시마타니가 옮겨왔다"고 덧붙였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6각 부도는 '승탑'으로도 불리며 일반적인 탑형 부도양식을 따르면서도 그 평면이 6각이라는 희소성과 함께 비교적 높은 조각수법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으며 이 또한 시마타니가 알 수 없는 절터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a  시마타니 금고(왼쪽)와 금고로 사용했다는 구 조선은행 인천지점 창고(오른쪽).

시마타니 금고(왼쪽)와 금고로 사용했다는 구 조선은행 인천지점 창고(오른쪽). ⓒ 원봉연



일본인 농장주 창고는 일제강점기 군산지역 대표 농장주였던 '시마타니 야소야'가 지은(1920년대) 금고 용도의 창고이다. 시마타니 금고로 불리는 이곳은 각종 서류 및 현금, 조선에서 불법으로 수집한 고미술품 등을 보관해온 건물로 해방 이후 수많은 보물급 예술품들이 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한편 군산에는 현재 이같은 금고가 18 은행 금고, 영화동 19~10번지, 구영 1길 65~1호,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 몇 군데 남아 있다.  

원 강사는 1912년 개통된 군산선(군산-익산)의 간이역(임피역, 대야역, 개정역 등) 이름을 거명하며 일본인 농장들이 철도(군산선) 인근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자신은 반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마모토(개정), 오쿠라(대야), 시마타니(발산), 이협사 농장(서수) 같은 대농장이 있었기에 부근에 간이역이 들어섰고, 영업을 개시할 수 있었다는 것.

a  충의사 내력에 대해 설명을 듣는 수강생들.

충의사 내력에 대해 설명을 듣는 수강생들. ⓒ 조종안



오전 10시 5분 임진왜란(1592~1598)의 명장 충원공 최호(崔湖: 1536~1597) 장군 위패를 모신 발산리 충의사에 도착한 수강생들은 정유재란(1597) 때 칠천량 해전에서 왜군을 무찌르다 순국한 최호 장군의 업적과 군산의 서원, 사우(사당)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서원(書院)은 경상도 풍기군수 주세붕(1495~1554)이 1543년(중종 38) 그 지역의 명현 안향(安珦)을 배향하기 위해 유생교육을 겸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입니다. 사우는 17세기 이후 자기 문중 유학자나 왜란과 호란 때 명장을 모시기 위해 서원이 만들어졌는데, 교육시설이 없지요. 이곳 충의사는 군산에 하나밖에 없는 '충절 서원'으로 교육시설이 없어 사우로 부릅니다."

a  이영춘 가옥(왼쪽)과 조선총독부 관저(오른쪽). 두 건물 모두 겉은 유럽의 르네상스풍이라고.

이영춘 가옥(왼쪽)과 조선총독부 관저(오른쪽). 두 건물 모두 겉은 유럽의 르네상스풍이라고. ⓒ 원봉연



충의사 탐방을 마치고 일본인 대농장주 구마모토가 살았던 이영춘 가옥(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으로 이동해서 외부 형태는 유럽양식을 따르며, 평면 구조는 서양식과 한식, 일식의 건축양식이 절충된 건물의 특징과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농장운영에 대해 해설을 들었다. 특히 원 강사는 2대 총독(하세가와)이 신용산에 지은 르네상스풍의 조선총독부 관저(1912~1927) 자료사진과 비교해가며 설명했다.

a  군산 내항의 부잔교. 쇠줄로 길게 묶인 둥근 시멘트 기둥은 험한 파도도 견딜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군산 내항의 부잔교. 쇠줄로 길게 묶인 둥근 시멘트 기둥은 험한 파도도 견딜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 조종안


오전 11시 50분 진포 해양테마공원에 도착한 수강생들은 강바람이 시원한 내항에서 1차(1905~1910), 2차(1911~1915), 3차(1916~1933), 4차(1936~1938)에 걸쳐 진행된 군산항 축항공사, 3기의 부잔교(뜬다리)와 함선(방주, Pontoon)의 역할, 일제의 식량 수탈에 대해 해설을 듣고 점심으로 감자탕과 냉면을 먹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1시부터는 식당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183호)과 동국사(등록문화재 제64호), 구 군산세관(전라북도 기념물 제87호)에 들러 건물이 세워지게 된 역사적 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a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1층 구석기시대 유물 전시장에서 해설을 듣는 수강생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1층 구석기시대 유물 전시장에서 해설을 듣는 수강생들. ⓒ 조종안



이날 마지막 탐방지는 장미동에 자리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이곳은 '역사가 미래가 된다'는 모토로 해상물류유통 중심지였던 군산의 과거 모습과 세계로 뻗어 가는 국제 무역항으로의 미래를 함께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전국 최대의 근대 문화자산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군산-장항 철도공사 도중 내흥동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유물(도자기와 토기 등)이 전시된 해양물류역사관과 옥구 농민항일항쟁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2층 특별전시관, 1930년대 군산 거리를 재현한 3층 근대생활관에서 원봉연 강사의 실감 나는 해설을 끝으로 오후 3시 30분 '현장 탐방교육'을 모두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산학 #원봉연 #탐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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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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