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을 되살려 신고하는 것이 적지 않은 고통이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여러분들의 작은 용기가 쌓이게 되면 북한체제가 변화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해 5월 11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국내 탈북자들 중 주소가 확인된 1만5천여 명에게 북한에서 겪었던 인권침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보낸 친필편지의 한 대목이다.
이 편지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 80건의 진정서가 인권위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됐다.
그러나 최근 인권위는, 접수받은 지 1년이 지난 이 80여건의 진정사건에 대해 각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이 진정건들은 조사국에서 각하 대기중인 상태"라고 전했고, 다른 관계자도 "(인권위의) 침해구제소위원회(위원장 홍진표)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가해자, 피진정인이나 참고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의 처리절차인) '조사중지'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각하처리할 것인지 한번 논의했다가 최종결론을 못 냈으나 인권위 내부에서는 결국 각하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석 인권위 노조위원장도 지난 16일 <오마이뉴스> 기고글 에서 "현(병철) 위원장은 2011년 3월 15일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를 개소하고 진정사건이 접수되지 않자 그해 여름 2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에게 인권위 진정을 독려하는 서신을 친히 발송했다"며 "하지만 1년여가 다 된 지금까지 접수된 80여 건의 진정사건은 정책국과 조사국 사이를 떠돌다가 곧 각하시킬 거라는 이야기만 들릴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인권침해조사, 실천 의지 있었는지 의문"
이 같은 상황은 인권위가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이던 지난 2006년 12월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지역에서의 인권침해행위나 차별행위는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며 북한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사안은 조사할 수 없다고 밝혔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김덕진 사무국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정책적 접근이나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넘어서서 북한 내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조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각하처리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인권위의 북한인권팀은 팀장 포함해 3명으로, 인권위에서 가장 작은 팀"이라며 "현병철 인권위가 이 문제에 대한 실천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현 위원장 연임결정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해 국제사회가 이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내 인권침해 사례조사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현병철 인권위'가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인권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홍보협력과는 "현재상황은 '조사중'단계로 표현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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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에 진정하라 해놓고는...북한인권침해 조사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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