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만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산딸기에 얽힌 추억을 떠올린다

등록 2012.06.20 17:45수정 2012.06.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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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딸기 다년생 나무로 시큼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산딸기 다년생 나무로 시큼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 신광태

▲ 산딸기 다년생 나무로 시큼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 신광태

최근 이상 고온현상으로 대자연의 질서마저 무너지는 느낌이다. 봄꽃과 여름꽃이 한꺼번에 피더니 7월에나 볼 수 있었던 산딸기도 지천이다.

 

# 산딸기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 1


어렸을 때 어머님의 직장은 산이었다. 산에서 약초도 캐시고 산나물도 뜯어서 시장에 내다 파셨다. 그렇게 버신 돈으로 우리 삼형제 고무신과 옷도 사 오시고, 쌀도 사 오시곤 했다.


쌀이 없어 당신은 도시락 대신 된장만 싸가지고 산으로 가셔서 산나물로 끼니를 해결하셔도 자식들을 위해 집에는 늘 보리밥 덩이를 꼭 남겨 두셨던 어머님.


어머님께서 산에 다니시는 덕분에 우리 삼형제의 간식은 산에서 구해오신 산새 알 또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 산딸기가 주류를 이뤘다.

 

a  산딸기만 보면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산딸기만 보면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 신광태

산딸기만 보면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 신광태

어느 날, 어머님은 늘 그러셨던 것처럼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 산딸기를 따서 넓은 칡 잎에 싸 오셨다. 그런데 우리 어린 삼형제는 그것을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웠다. 보다 못한 어머님께서는 "너희들은 먹을 자격이 없다"시며 내다 버린 이후로 다시는 산딸기를 따 오시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님 당신도 드시고 싶으셨을 텐데…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왜 싸웠을까!


그래서인지 산딸기만 보면 지금도 달콤한 맛 보다 어머님 생각이 먼저난다. 살아 계시다면 어머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오디, 산딸기를 얼마든지 따다 드리고 싶은데…


# 산딸기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 2

 

a  미확인 지뢰지대, 이곳은 사람 출입을 금해 더덕이나 산딸기가 무척 많았다.

미확인 지뢰지대, 이곳은 사람 출입을 금해 더덕이나 산딸기가 무척 많았다. ⓒ 신광태

미확인 지뢰지대, 이곳은 사람 출입을 금해 더덕이나 산딸기가 무척 많았다. ⓒ 신광태

군 생활할 때 인사계(상사)는 7월만 되면, 내가 촌놈이라는 이유로 산딸기를 따오라고 시켰다. 술을 담겠다는 이유인데, 본인은 펑펑 놀면서 왜 나만 시키냐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계급이 깡패인 조직이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군 사회다.


산속 그늘에서 실컷 자고 싶었다. 그러려면 산딸기를 빨리 한 소쿠리 따야 한다. 그런데 흔할 것 같은 산딸기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유는 병사들이 이동 중 또는 훈련 중에 다 따먹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a  산딸기는 뿌리 번식으로 군집을 이룬다.

산딸기는 뿌리 번식으로 군집을 이룬다. ⓒ 신광태

산딸기는 뿌리 번식으로 군집을 이룬다. ⓒ 신광태

무심코 건너 산을 보니 산딸기기 지천이다. 그런데 지뢰지대이기 때문에 갈 수 없다. 내가 군 생활하던 곳은 민통선 안이라 미확인 지대가 많았다. 미확인 지대란 지뢰제거를 하지 않은 곳으로 철선으로 라인을 치고 지뢰표시를 부착해 놓는다.


늘 잠이 부족한 이등병 시절에 누군가 내 소원을 묻는다면 '잠 좀 실컷 잤으면 좋겠다'라고 했을 것 같다. 그런 상황에 인사계가 내게 산딸기를 따오라고 시킨 건 어쩌면 행운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상적으로 사람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산딸기가 없고 미확인 지대인 지뢰지대에는 산딸기기 지천이다.


온통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모하리만치 바보 같은 짓을 하기로 했다. "까짓 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라는 생각에 지뢰지대에 들어서 한 시간만에 한 소쿠리나 되는 산딸기를 땄다. 그것도 모르는 인사계는 '너 재주 좋다'라는 칭찬과 함께 다음날 또 시키고, 난 그 같은 짓을 반복하고… 어쩌자고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추억이다.

#산딸기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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