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죽음에 대한 한국사회 반응, 절망적"

[씽크카페컨퍼런스2012 기획대담②] 홍세화-이유진이 말하는 '다른 삶은 가능하다'

등록 2012.06.24 10:51수정 2012.06.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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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및 장소 : 2012년 6월 11일 오후 1시 까페더웨이
- 대담자 및 주제 : 홍세화·이유진이 말하는 한국사회의 불안과 지속가능한 삶(진행 : 더체인지 하승창)

요즘 우리 사회는 일자리, 주거, 건강, 환경 등 각종 사회 불안과 계층 양극화, 공동체적 가치의 파괴에 개인의 원자화와 돈의 절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돈' 없으면 불안한, 지금의 방식 대신 우리 불안을 잠재워줄 다른 삶의 방식은 어디 없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런 질문에 다른 삶이 있다고 하는 분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주류의 관점에서 한 발 떨어져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해주시는 홍세화 선생님과 생태와 환경, 인간다운 삶의 회복이라는 녹색 의제를 전면으로 내세운 녹색당 비례대표 1번 후보 이유진님을.

 대담 중인 홍세화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와 이유진 녹색당 19대총선 비례대표 1번 후보, 하승창 더체인지 대표.
대담 중인 홍세화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와 이유진 녹색당 19대총선 비례대표 1번 후보, 하승창 더체인지 대표.이차령

잘 아시듯이 홍세화 선생님은 민주화운동 때문에 프랑스로 망명하셨다 귀국하신 지 이제 10년이 지났고, 지금은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로 우리 사회 경계지점에서 척탄병 역할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오랫동안 녹색연합의 활동가로 일하셨던 이유진님은 시민운동계에 몇 안 되는 에너지 전문가 중 한 분이십니다. 대안적 진보라는 측면에서 미래 지향의 공유점도 많은 두 분을 모시고 우리 사회 불안과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2012년 대한민국은 '불안사회'... "한 번 추락하면 삶을 회복하기 어려워"

하승창 : "대한민국의 현재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불안사회'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승자독식의 경쟁논리가 우리 사회에 마치 신성불가침의 진리인양 퍼져있는데요,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우리 사회 불안을 양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홍세화 :  "저는 사람이란 시간적·공간적 안정성을 요구하는 존재라고 봐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미래가 불투명한 정도를 넘어 너무 어두워서 그려 볼 수조차 없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불안의 요인이긴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축복이라고 보는 사람입니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면 인생에 재미도 의미도 없겠지요.

그런데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가 뭐냐면 점점 더 열악해지는, 점점 더 배제되는 방향밖에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죠. 시공간적 안전성은 물론이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보장도 없는 그러한 상황. 요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스물 두 분이 세상을 등진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한 번 추락하면 삶의 기본적인 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경험이나 상황 인식이 불안을 낳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절대다수는 더 열악한 수준으로 떨어져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 각자가 각개약진 하려고 자기계발을 하고 스펙 쌓기를 하고 하지만,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안은 더욱 더 강도 높게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이 인간의 영혼을 잠식한다는 것이죠. 우리의 인간성, 존재와 관계를 왜곡시키고, 나아가서는 파괴하는 이런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우리가 짚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유진 : "우리사회가 '가진 것 없이 도태되면 너무나 살기 힘들다'는 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개의 죽음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해 겨울, 인천공항철도가 지나가면서 새벽에 철길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쳐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사고입니다. 또 하나는 그 비싸다는 은마아파트에 폭우로 물이 막 들어찼을 때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지하에서 물을 퍼내다 감전사해서 죽은 사고입니다. 그 죽음들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냐 하면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챙기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억울하고 힘든 상황에서 발생한 이분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가 위로와 책임을 다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정상적인 사회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가난하거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인 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라는 걸 계속 보여주다 보니까 사람들은 불안한 거예요. '내가 저렇게 안 되려면 나는 가져야 돼' 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다들 경쟁하기 시작하는 거죠. 무한경쟁, 이 좁은 땅에 한정된 자원을 서로 가지려고 싸우다보니까 경쟁은 경쟁대로 심해지고 경쟁에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많이 받는 삶 역시 불행한 거죠."

하승창 : "두 분 다 사회구조 문제를 얘기해주셨는데요. '소유'에 초점이 맞춰져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회 곳곳에서 누군가 죽어가는데, 사람들은 불감증에 걸렸다"

 홍세화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홍세화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이차령
홍세화 : "그렇죠, 불안이 경쟁을 낳고 경쟁이 또다시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인 거죠.

방금 이유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죽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이랄까 이것이 정말 참 절망적이죠. 제가 유럽에 살 때는 가령 학교폭력문제 같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사회전체가 들고 일어나서 토론을 하는 모습을 어쨌든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불감증이라고 할까요. 성장주의와 경쟁에 너무 매몰되다 보니까 옛날과는 다르게 공동체성이랄까 이런 게 완전히 와해되면서 불감증을 낳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내 코가 석잔데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어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구요."

이유진 : "한 회사에서 일하던(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노동자와 그 가족이 스무 명 넘게 죽었고, 굴지의 반도체회사에선(삼성반도체) 오십 명 넘게 죽었는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대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9명의 아이들이 자살을 했어요. 왜 이렇게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는 걸까요? 왜 이렇게 조용한거죠?

우리 사회는 마음속에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몇 명 정도는 희생을 당하더라도 우리 사는 데 전체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몇 명의 희생을 개인적인 일로 묻어버리고 가는 것 같아요. 그게 박정희 때 한창 경제성장을 하면서 "파이 키워야 한다" "키워서 나눠먹으면 다 잘 살게 된다" 그러면서 노동자라든지 스러져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 논리가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홍세화 선생님이 공동체 얘길 하셨는데,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지 같이 공분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공감하기보다는 대부분은 '사고가 또 일어났구나'라고 무관심하게 대하고,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냉소하지 않습니까. 이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회가 저는 제일 걱정이 됩니다."

하승창 : "삶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을 해체하기보다는 돈만 있으면 된다는 사회분위기가 큰 문제죠.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학교 교육조차 그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게 이런 불감증과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세화 : "제가 20년 만에 한국에 왔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물신주의였습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이 광고를 보고 엄청나게 비호감이 들었던 것은 이건 그 자체로 야만인 거거든요, 상상력의 빈곤에서 오는. 그만큼 우리가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상실해버렸다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상상력이 좀 남아있다면 화면 속 고급 아파트 모습에 매몰되지 않고 대단히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사람들의 처지에 한 번 서서 그 말을 되새겨보면 야만성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요.

'부자되세요'를 외치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그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데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학문과 종교일 텐데요. 대학은 경쟁하듯 기업화의 길을 가고 있고 종교도 주류는 물신주의에 앞장선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구성원들은 어렸을 때부터 전인적 인간이 아닌 경제 동물로 축소지향하는 가치관을 접하는 셈이죠."

모두가 부자일 수 없지만, 모두가 '부자되세요'를 외치는 대한민국

이유진 : "그만큼 한국 사회가 돈 없으면 살기 힘든 사회가 된 거겠죠. 돈이 있어야지 기본적으로 집도 구하고, 애 양육시키고 등록금 낼 수 있잖아요. 부모들이 양 어깨에 돈이라는 무거운 짐을 힘겹게 들고 있는 걸 본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이 최고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돈이 없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복지서비스나 사회적 기능들이 있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돈 돈 하지 않을텐데…."

홍세화 : "보편적으로 미래를 전망해볼 때 우리에게는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불안의 요인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 교육․양육을 잘 시킬 수 있을까,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인간의 존엄성에 맞는 주거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까, 노후에 일을 못 하게 되면 길거리에 나앉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노동하는 인간으로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이 다섯 가지가 가장 중요한 불안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을 개인이,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겁니다. 여기서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가족중심을 말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철저하게 가족이기주의 형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국가는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이념적으로는 국가주의가 관철되고 있는 거죠. 결국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파편화 되어 가고 있는 겁니다. 관계성에 있어서 가족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이유진 :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 다섯 가지. 집, 일자리, 자녀양육, 그리고 건강, 다음에 노후. 진짜 이 다섯 가지만 어느 정도 안전망이 있다면 사람들이 꿈이라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니까 불안하고, 돈에 집착하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다들 워커홀릭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최근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복지라는 것도 관계망으로 풀어야 된다고 봅니다. 예산도 늘려야 되지만, 어떻게 접근하는가 역시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 보육비, 양육비 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런데 막상 보면 그곳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선생님들의 임금조건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선생님들의 과중한 노동과 스트레스가 잦은 이직을 낳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 못하는 겁니다. 그것이 결국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겠지요.

이처럼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그 예산이 누구를 위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모두가 노동자인 이 관계망이 건강해져야 복지도 증진되는 것 같아요.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망 속에서는 서로가 쉽게 지치고 피곤하기 때문이죠."

하승창 : "지속가능한 삶을 생각해볼 때 환경이나 안전, 생태적인 문제들에 대한 불안도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유진 : "녹색당 강령 중에 첫째로는 생태적 지혜가 있어요. 저는 이 문제가 앞으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욕심이 환경의 한계수용용량을 넘어서고 있거든요.

1년 열 두 달 중 이젠 여름이 다섯 달이나 되었잖아요. 5, 6, 7, 8, 9월. 지난 5월이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최고온도를 기록했대요. 요즘 지역에 다녀 보면 농부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농사 짓는 게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세요. 또, 유가도 계속 올라가고 후쿠시마 사고도 터졌잖아요. 기후변화, 유가상승, 핵 사고는 우리 경제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협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기에 너무나 둔감하고 무감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다섯 가지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하지만 이제는 외부 충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불어 세계 금융위기와 장기적인 경제 침체도 대비해야 하고요. 경제가 성장을 못한다하면 사람들은 거의 패닉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당연히 경제는 성장해야 하는 것이고, 더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747공약이 나온 거잖습니까.

그런데 안팎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요.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최고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성장의 한계와 한계 안에서의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아직 그 논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의 상황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까 외부적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무심한거죠. 내부의 치열함으로 인해 외부에서 오는 더 큰 충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도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은 후손에게서 빌린 것'... 녹색 가치 지향하는 관계의 시대로 가야


 이유진 녹색당 19대 총선 비례대표 1번 후보
이유진 녹색당 19대 총선 비례대표 1번 후보이차령
홍세화 :
"제가 지난해 말 <한겨레>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 진보신당의 기치라고 할까요, '녹색 가치의 깃발을 든 전태일'이 우리 당의 표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기후변화라든지 핵에너지, 피크오일, 생태파괴 등... 결국은 고갈되고 마는 석유 문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낙관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여기에 생태적 지혜로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게 자본주의 시스템 특히 신자유주의 시스템이라는 건 마치 자전거와 같아서 이게 멈추면 쓰러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파국이 올 수밖에 없는 거예요.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게 아니고, 우리의 자손에게서 빌린 것이다.' 동시대인들 사이에 연대는커녕 철저하게 착취하는 구조에 대한 성찰도 없는 이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사회에서 과연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나 연대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식이죠. 어쩌면 이 부분이 제가 녹색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반자본주의, 자본주의 극복에 관한 성찰을 중시하는 바로 그 지점이고, 차별성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승창 : "두 분이 말씀하신 우리 사회의 불안과 관계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해가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홍세화 : "저는 지금의 20대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젊은이들이 새로운 지역공동체, 협동조합, 생협 이런 것들을 생태적 가치와 같이 하면서 성공사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제가 구체적으로 바라는 바에요.

예를 들면, 농업과 인문학이 결합되는 시도들과 같은  것들이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돼서 사람들을 매력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도록 창출해 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다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보편적 복지를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 입니다. 당연히 국가가 국민부담률을 높이는 증세도 고려해야 하지만 쓸데없는 데 들어가는 돈도 줄여야 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즉, 소유의 시대에서 관계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제 기본적인 생각인데요, 지금까지는  이른바 좌파들도 '누가 소유의 주체가 되느냐' 그게 관심이었잖아요. '해방하기 위해서는 소유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성장을 많이 해야 한다', 이런 소유의 시대의 목표는 성장입니다.

그런데 관계의 시대에는 목표가 성숙이 될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당연히 자연과의 관계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앞서 이유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생태적 지혜라고 할 수 있겠죠. 자연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그런 새로운 심성이랄까, 자본주의적 심성과 다른 그런 새로운 심성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설정되는 이런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가는 토목·인프라 건설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사람에 돈을 써야"


이유진 :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이 이야기를 참 좋아해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 흔히 우리는 자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부가 맞벌이를 해요. 맞벌이로 돈을 벌어 교육비에 쏟고 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지고, 아이와의 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하지요. 그런데 만약에 마을이 있고, 공동체가 있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밤낮으로 일하지 않고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관계망과 주거나 양육의 안전망이 탄탄하다면 훨씬 더 만족스럽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제는 국가가 패러다임을 전환해 토목에 돈을 쓸 것인지 국민들의 삶에 돈을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해요. 그동안 4대강에 쏟아 부은 예산을 도시와 농촌지역의 주거개선 사업이나 문화나 교육개선을 위해 썼다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면, 핵발전소 하나 짓는데 2조 5천억 원이 들어요. 그 돈을 고스란히 에너지 절약과 효율개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잖아요.

국가예산을 인프라 건설에 쓸 것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농촌을 지원한다 하고선 창고 지어주고 시설물 지어주고 문제는 그걸 운영할 사람이 없어서 문 닫고 있잖아요. 공동체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사람과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홍세화 : "비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풀어나가는 공간, 창출해내는 모색과 실천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유럽에서 100년 전부터 시도됐던 '민중의 집' 같은 공간을 확보하여 거기서 같이 어울려 학습하고, 토론하고, 놀고, 삶을 공유할 수 있는 '희망의 기지'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녹색의 가치가 아닌 삶의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두 분은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불안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나 격려 같은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다른 삶의 길이 아니라 '패배자'를 만들어 내는 획일적인 경쟁구조와 가진 자와 없는 자로 사회를 가르는 '돈'이라는 절대적 가치 대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면, 먼저 우리 삶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근본적 성찰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상상하는 '불온함' 들이 모이면 어느새 세상은 지금과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면상 대담의 주요 부분만을 요약․발췌한 글로, 원문은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2012가 끝난 후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http://thinkcafe.org/conference)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면상 대담의 주요 부분만을 요약․발췌한 글로, 원문은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2012가 끝난 후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http://thinkcafe.org/conference)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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