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두 번 열리는 책과 공연이 있는 '심야책방'.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하 '이상북')은 평범한 동네의 평범한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번듯한 간판도 없는 너무 평범하여 찾기도 힘든 건물 지하의 문을 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책방 입구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다양한 전집. 그런데 판매용이 아닌 책방지기의 소장용이라고 써있다. 그러고 보니 4500여 권이 꽂혀있는 책장 군데군데에 '소장용' 딱지가 붙어있다. 팔 생각이 없으니 그냥 읽기만 하라는 것인데 배짱도 좋은 주인장이다.
거꾸로 가는 원형의 벽시계, 앨리스와 다스베이더 가면, 피노키오와 레고 등으로 꾸며져 있는 아늑한 공간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약 30평 크기의 가게 첫 인상은 책방이라기보다 카페 같은 느낌으로 실제로 500원에서 2000원까지의 과자와 음료도 판다. 한쪽에는 주말 저녁에 열린다는 공연을 위한 작은 무대가 있고, 편안히 누워 책을 읽고픈 큰 쇼파, 공연 외에 영화도 상영하는지 벽에 하얀 스크린이 붙어있다.
끈으로 묶여 쌓여있는 헌책 더미,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책장, 구석구석 쭈그리고 앉아서 책을 찾는 사람들… 내게 익숙했던 헌책방의 풍경을 이곳에선 볼 수가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얼굴이 하얀 책방지기가 처음 온 손님을 금세 알아보고 별 다른 설명도 없이 얇은 책자 한 권을 건네준다. 손 글씨와 만화가 버무려져 써있는 이름 하여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여행하는 법', 페이지를 넘기면서 슬금슬금 웃음이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