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줄 타기 위해서는 이 길을 올라야 합니다. 발을 이 줄에 놓는 순간부터 긴장은 시작됩니다.
황주찬
"어떤 사람이 그러더구나. 줄 하나만 잘 타면 빨리 성공한다고... 그래서 그 말만 믿고 아홉 살에 줄에 올라와 줄타기를 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별 볼 일 없네그려. 매일 엉덩이만 터지고...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것이 있는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나를 올려다본다는 것."
줄타기 명인이 외줄에 올라 구경꾼들에게 구수한 입담을 늘어놓습니다.
지난 6월 30일 낮 12시, 세 아들과 함께 여수세계박람회장에 도착했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렸습니다. 국제관을 지나는데 하얀 줄 한 가닥이 보입니다. 허공에 매달린 그 줄을 본 순간 군대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배고픔도 잊고 그 자리에서 공연을 봤습니다.
군대에서 '유격훈련'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잘 알 겁니다. 모든 과정이 어렵지만 그중 '외줄타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죠. 엎드려 줄을 배에 끌어안고 세 번만 당기면 이내 통닭구이처럼 대롱대롱 매달리게 됩니다. 기어가야 정상인데 십중팔구는 매달려 갑니다.
제 몸무게를 손에 의지해 먼 곳까지 가려니 죽을 맛이었죠. 뒤쪽에선 조교들이 빨리 건너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요. 아! 그때 심정이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통닭처럼 매달린 채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조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얼차려'를 줍니다.
명인의 숨은 기술은 부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