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 브로커와 수십차례 통화도 '모르쇠'..."사퇴해야"

[전망] 김병화 대법관 후보, 세금탈루에 저축은행 로비 의혹... 새누리당도 '부담'

등록 2012.07.11 21:39수정 2012.07.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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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부동산특혜 의혹에 관한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들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부동산특혜 의혹에 관한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들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남소연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은 너무 흔한 일이니 일단 접어두자. 하지만 대법관이 될 사람이 부동산 거래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회피하면 취득세의 3배를 내게 돼 있다. 고의적 탈세라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물론 위장전입도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누구도 이런 이력을 가진 자에게 '심판'하는 자리를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11일 국회 대법관 특별인사청문회는 김병화 대법관 후보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검증을 벌였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위장전입 두 건, 다운계약서 작성과 이로 인한 세금 탈루,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태백시장 수사 무마 의혹과 제일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는 위장전입을 사과했고 다운계약서 작성과 세금탈루를 일부 시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MB 정부에서 낙마한 후보자들의 '4대 필수과목'을 이수했다고 주장했다. 4대 필수과목이란 세금탈루, 위장전입, 병역, 부동산투기다. 이 중 세금탈루와 위장전입은 김 후보가 시인했고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과 부동산 투기 의혹은 청문회 내내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세금탈루를 위해 아파트 매매가를 낮춰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 지난 2000년 서울 삼성동 아파트를 4억6500만 원(실거래액)에 구입해 대검찰청에 재산신고를 했으나, 강남구청에는 기준시가인 2억3500만 원에 매매했다고 신고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탈루한 것이다. 김 후보는 "당시 거래가 대부분 그렇게 이뤄져서 법무사에게 위임해 계약했는데 결과적으로 다운계약서가 됐다, 사과드린다"며 다운계약서 작성과 세금탈루를 시인했다.

위장전입은 보다 명확했다. 김 후보는 지난 1988년부터 부산지검 울산지청에 근무하면서 실제로는 울산에 거주했지만 주민등록상 전입신고는 배우자의 외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록해 위장전입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1990년 부산지검으로 발령을 받은 뒤에도 서울에 위장전입 주소를 유지했다. 김 후보는 "젊은 시절 빨리 집을 마련하겠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김병화 세금탈루-위장전입 시인...낙마 1순위, 국회 통과 쉽지 않을듯

 11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검사로 재직할 당시 박아무개 공소장에 기재된 근저당권 해지 관련 진술을 문제삼아 질타하고 있다.
11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검사로 재직할 당시 박아무개 공소장에 기재된 근저당권 해지 관련 진술을 문제삼아 질타하고 있다.남소연

이에 따라 김 후보의 낙마 가능성은 높아졌다. 야당은 어느 고위공직자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법관 자리에 '위법'한 대법관이 앉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기세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에게 "대법관 자격이 없다, 스스로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비록 김 후보가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병역혜택 의혹과 각종 수사 개입 의혹들을 틀어쥐고 맹공격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를 청문회 이전부터 낙마 순위 1번으로 꼽았다.


새누리당도 김 후보의 임명을 무조건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 김 후보가 위법 사실을 인정한 상황에서 임명동의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과거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있었던 고위공직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대법관 자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문회 내내 김 후보를 감싸기 바빴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태백시장 수사 무마 의혹과 제일저축은행 로비 의혹도 김 후보가 인정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비리 혐의로 구속된 박종기 전 태백시장의 수사에 김병화 대법관 후보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경찰이 내사 중에 검찰의 수사지휘로 종결됐는데, 그 과정에서 김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수사무마를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박영헌 재경태백시민회장에게 로비를 지시해 그 명목으로 박 회장에게 2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근거로 민주당 의원들은 "얼마 전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 조사에서도 김 후보가 39차례나 거론된다, 박 회장에게 로비를 받은 적이 있느냐"라고 추궁했다.

 박범계 의원이 입수한 박영헌 재경태백시민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유동국 전무는 "근저당권을 해지해 줄 테니, 박영헌 회장가 잘 알고 있는 검찰 관계자에게 부탁하여 고양지청 수사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박영헌 부동산에 설정된 채권최고액 95억 원의 근저당권을 해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관계자가 곧 김병화 후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범계 의원이 입수한 박영헌 재경태백시민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유동국 전무는 "근저당권을 해지해 줄 테니, 박영헌 회장가 잘 알고 있는 검찰 관계자에게 부탁하여 고양지청 수사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박영헌 부동산에 설정된 채권최고액 95억 원의 근저당권을 해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관계자가 곧 김병화 후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범계 의원실

 제일저축은행 수사과정에서 '의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돈을 건네라고 진술한 내용. 민주당 측은 11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고위관계자가 김병화 후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만 답했다.
제일저축은행 수사과정에서 '의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돈을 건네라고 진술한 내용. 민주당 측은 11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고위관계자가 김병화 후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만 답했다. 박범계 의원실

 태백사랑 산악회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영헌 재경태백시민회장(가운데 모자)과 김병화 후보자 (맨 왼쪽)
태백사랑 산악회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영헌 재경태백시민회장(가운데 모자)과 김병화 후보자 (맨 왼쪽) 박범계 의원실

이에 김 후보는 "아무리 가까운 지인이라도 사건 청탁성 전화를 하면 곧바로 면박을 주고 끊어 버린다"면서 "유동천 회장과는 전혀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태백시장 수사무마 의혹에도 "최근 태백에 그런 소문이 있다는 이야기를 누굴 통해 들었는데, 거기에 어떻게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반신반의했다"며 "맹세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후보는 유동천 회장을 모른다고 했다가 몇 번 만났다고 번복해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해명이 충분하지 못했다.

로비의 중간고리인 박영헌 회장과 김 후보는 같은 시기에 시가 20억의 아파트를 동시에 구입해 같은 동 위아래 층에 살고, 수시로 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수사무마 청탁을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다. 하지만 김 후보는 박 회장이 유동천 회장에게 로비자금 2000만 원을 받았던 시기에 그와 수십 차례 통화했다는 검찰 조서를 들고 그 이유를 묻는 의원들에게 "모른다"고만 답했다.

이밖에도 이날 청문회는 오후 9시를 넘겨 진행되며 김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와 부산 아파트 부동산투기 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대법관 후보 4명 가운데 유일한 검사 출신인 김 후보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대법관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김병화 #대법관 인사청문회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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