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7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소수당이었던 민주당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3석의 의회직을 요구했으나 단 1석도 배정받지 못했다. 2008년 7월 4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하자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삭발식을 가진 뒤 한나라당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당 남성의원 10명은 모두 삭발했다.
김한영
교육의원들은 최근 의회에서 보름 넘게 천막농성과 삭발·단식 투쟁을 벌이며 후반기 교육위원장을 자신들에게 배분하라고 요구해왔다. 전반기는 민주당이 맡았으니, 후반기는 교육의원한테 양보하라는 건 당연한 요구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의회 가운데 경기와 전남을 뺀 14곳도 이런 방식으로 교육위원장을 배분하거나, 아예 전후반기 교육위원장을 교육전문가인 교육의원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위원장 배분을 거부해 분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반기 때 비교섭단체인 통합진보당에 상임위원장 1석을 배정한 전례가 있다.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이유다.
이처럼 교육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기 위해 민주당이 보여 온 행태를 보면 다수당의 독선과 오만함이 짙게 느껴진다. 불과 4년 전, 12석의 소수당으로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당한 뼈아픈 수모를 깡그리 잊고 의회권력에 취해버린 건 아닌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7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교섭단체인 민주당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초선의원이 대부분인 민주당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맡길 수 없다고 잘랐다.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단 1석의 의회직도 배정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본회의장 점거농성과 삭발투쟁으로 맞섰지만,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원구성을 끝내고 의회를 일당체제로 운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과거 한나라당을 닮아가고 있다. 그것도 새누리당은 챙기고, 소수 비교섭단체 의원들을 홀대하면서. 민주당은 후반기 원구성에서 새누리당에는 전반기보다 상임위원장 1석을 더 늘려준 반면, 비교섭단체에는 전반기와 달리 단 1석도 내주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처사는 퇴행적이고 독단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의회직은 교섭단체끼리 나눠 가지는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적인 의회 운영을 위해 소수에 대한 배려와 소통, 상생하려는 민주정당다운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오만해진 민주당, 명분 잃은 교육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