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감투 쪼개기'

[주장] 민주당-교육의원들, 후반기 교육위원장 자리 나눠먹기

등록 2012.07.25 10:58수정 2012.07.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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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대 경기도의회가 지난주 논란을 빚어왔던 후반기 교육위원장 선출을 끝으로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했다. 사진은 경기도의회 청사. ⓒ 김한영


제8대 경기도의회가 지난주 논란이 된 후반기 교육위원장 선출을 끝으로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교육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던 다수당인 민주통합당과 교육의원들이 교육위원장 임기 2년을 1년씩 나눠 맡기로 합의한 것이다. 민주당이 제안하고 교육의원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합의 내용을 보면 민주당이 먼저 1년을, 나머지 1년은 교육의원이 맡는 조건이다. 그러나 두 집단의 교육위원장 임기 나누기는 바꿔 말하면 '감투 쪼개먹기'나 다름 없다.

교육자치를 위한 교육상임위원회 운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이런 행위는 자치법규 위반에 해당된다. 현행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제8조는 상임위원장 임기를 전후반기 각각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두 집단은 조례규정까지 어기며 제멋대로 교육위원장 자리를 쪼개고 나눴다.

민주당-교육의원들의 '자리 쪼개기'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은 10조 원에 육박하는 경기도교육청 예산과 교육정책 등을 심의·감시·조율하는 교육위원회의 핵심 자리다. 따라서 교육위원장은 다른 상임위원장과 달리 전문적 식견과 경륜을 갖춘 정치 중립적인 인물이 맡는 게 옳다.

하지만 민주당은 교육위원장 자리를 나눈 뒤 지난 19일 미리 선정한 소속 초선의원을 먼저 교육위원장으로 앉혔다. 정치적 꼼수의 완결판인 셈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걸까. 원인은 한 가지, 상임위원장 배분 권한을 쥔 민주당의 과욕 때문이다.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교육위원장도 독식하려다 교육의원들이 집단사퇴를 결의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양보 대신 교육위원장 자리를 나눠맡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당의 교묘한 꼼수가 숨어있다. 임기는 1년 줄었지만 의원총회에서 교육위원장으로 사전에 선정된 소속 의원의 자리를 보장해 주고, 교육의원들에게 교육위원장 자리를 통째로 넘겨주지 않으면서도 집단사퇴의 파국을 막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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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교육의원들은 최근 의회에서 보름 넘게 천막농성과 삭발·단식 투쟁을 벌이며 교육위원장 배분을 요구해왔다. 사진은 지난 9일 교육의원 4명이 민주당의 교육위원장 독식 움직임에 반발해 삭발한 뒤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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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7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소수당이었던 민주당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3석의 의회직을 요구했으나 단 1석도 배정받지 못했다. 2008년 7월 4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하자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삭발식을 가진 뒤 한나라당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당 남성의원 10명은 모두 삭발했다. ⓒ 김한영


교육의원들은 최근 의회에서 보름 넘게 천막농성과 삭발·단식 투쟁을 벌이며 후반기 교육위원장을 자신들에게 배분하라고 요구해왔다. 전반기는 민주당이 맡았으니, 후반기는 교육의원한테 양보하라는 건 당연한 요구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의회 가운데 경기와 전남을 뺀 14곳도 이런 방식으로 교육위원장을 배분하거나, 아예 전후반기 교육위원장을 교육전문가인 교육의원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위원장 배분을 거부해 분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반기 때 비교섭단체인 통합진보당에 상임위원장 1석을 배정한 전례가 있다.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이유다.


이처럼 교육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기 위해 민주당이 보여 온 행태를 보면 다수당의 독선과 오만함이 짙게 느껴진다. 불과 4년 전, 12석의 소수당으로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당한 뼈아픈 수모를 깡그리 잊고 의회권력에 취해버린 건 아닌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7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교섭단체인 민주당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초선의원이 대부분인 민주당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맡길 수 없다고 잘랐다.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단 1석의 의회직도 배정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본회의장 점거농성과 삭발투쟁으로 맞섰지만,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원구성을 끝내고 의회를 일당체제로 운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과거 한나라당을 닮아가고 있다. 그것도 새누리당은 챙기고, 소수 비교섭단체 의원들을 홀대하면서. 민주당은 후반기 원구성에서 새누리당에는 전반기보다 상임위원장 1석을 더 늘려준 반면, 비교섭단체에는 전반기와 달리 단 1석도 내주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처사는 퇴행적이고 독단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의회직은 교섭단체끼리 나눠 가지는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적인 의회 운영을 위해 소수에 대한 배려와 소통, 상생하려는 민주정당다운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오만해진 민주당, 명분 잃은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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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교육위원장 배분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의회 로비에서 천막농성과 삭발·단식 투쟁을 벌여 오던 교육의원들이 지난 12일 집단으로 사퇴서를 작성하고, 민주당의 교육위원장 양보를 압박했다. ⓒ 김한영


민주당에 낚인 교육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도의회 로비에서 보름 이상 천막농성, 삭발·단식, 집단사퇴 결의 등으로 민주당을 압박해온 교육의원 7명은 최근 농성을 접고 의정활동에 복귀했다. 민주당을 향해 "후반기 교육위원장 독식을 강행하면 사퇴하겠다"고 경고하며 비장한 각오로 작성했던 6명의 사퇴서도 철회됐다.

교육의원들의 농성기간 동안 교육시민단체와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그것은 교육자치는 당리당략보다 교육 본래의 가치와 철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교육의원들의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의원들의 교육위원장 배분 요구는 자리 욕심이 아니라 책임 있는 교육위 운영을 위한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교육의원들은 민주당과 위법적인 감투 쪼개먹기에 합의했다. 교육의원들은 "미흡하나마 교육위원장을 1년씩 나눠맡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이건 그들이 주장해온 교육자치 수호를 위한 원칙이 아니다. 

"정도가 아니면 거부하겠다"고 공언했던 교육의원들이 하루아침에 최소한의 명분과 자존심도 지키지 못한 채 민주당에 투항한 것과 다름없다.

교육의원들이 얻은 결과 또한 삭발·단식과 집단사퇴 결의 등 투쟁 내용에 비춰보면 민망한 수준이다. 가뜩이나 일몰제에 걸린 교육의원들이 교육위원장 '끝자락 감투' 1년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투쟁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엊그제만 해도 "정당끼리만 상임위원장을 나눠먹는 것은 몰염치하다"고 목에 핏대를 세웠던 그들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감투인가. 경기교육과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말고 교육전문가답게 처신하기를 촉구한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감투 쪼개기 #민주당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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