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사고 싶어도... 전조등 하나 교체에 186만 원

시장점유율 10%대 넘보는 수입차, 비싼 수리비·부품 값에 발목 잡히나

등록 2012.07.31 20:38수정 2012.07.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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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MW 천안 서비스 통합 센터에서 직원들이 차량 정비를 하고 있다.

BMW 천안 서비스 통합 센터에서 직원들이 차량 정비를 하고 있다. ⓒ BMW 코리아 제공


수입차 공세가 매섭다. 토종 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다. 비결은 무엇일까. 한미·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문이다. 관세 인하로 수입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 덕분에 수입차 판매는 작년 10만 대에서 올해는 12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점유율도 8%에서 이제 10%대를 넘보고 있다. 수입차 대중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부족한 애프터서비스(AS)센터, 비싼 부품·수리비, 중고차 가격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큰맘 먹고 수입차로 갈아탔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리비와 유지비 등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유통업을 하는 박홍석(가명·41)씨는 최근 수입차를 구매하려고 전시장을 찾았다. 3년간 몰았던 국산차(그랜저)를 바꾸기로 맘 먹고 내친김에 견적서도 받았다. 차량 소개서를 담은 책자도 꼼꼼히 보고 국산차와 비교도 해봤다. 하지만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은 국산 대형차였다.

최근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다 결국 국산차로 돌아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세등등한 수입차가 발목 잡힌 이유는 무엇일까. 등록된 수입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애프터서비스와 고장이 났을 때 지불해야하는 비싼 수리비와 부품가격 때문이다.

또한 유지비가 많이 드는데다 3년 후 중고차 가치가 국산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도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게 한다. 이처럼 수입차 대중화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깐깐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기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얘기다.

a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특화된 테크니션 교육 프로그램인 AMT(Automotive Mechatronic Traineeship)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특화된 테크니션 교육 프로그램인 AMT(Automotive Mechatronic Traineeship)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수입차 구입 망설이는 이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정비센터

30일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는 현재 25개에 이른다. 판매되는 모델만도 약 350개에 달한다. 그런데 연간 판매 12만 대를 바라보는 수입차업체들의 서비스센터는 260곳에 불과하다.


이른바 수입차 빅4(BMW·아우디·벤츠·폭스바겐)로 불리는 업체의 정비공장은 늘어나는 판매대 수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시장서 1, 2위를 달리는 BMW와 벤츠의 정비센터수는 각각 32개, 26개에 불과하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역시 20개를 넘지 못한다.

정비망 부족은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수입차 정비센터 한개 소당 차량등록대수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수입차 등록대수가 11만2천 대를 웃도는 BMW는 3306대, 9만5천 대에 달하는 벤츠 역시 3672대로 드러났다. 폭스바겐(등록대수 5만879대) 2677대, 혼다(4만2015대) 2625대, 아우디(4만9207대) 2589대 정도다.


판매대수는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이 차들을 정비할 수 있는 시설은 크게 부족하다. 시장이 커진 것에 비해 정비공장은 턱없이 부족, 정비 불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정비공장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다수 수입차들의 정비공장 40%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때문에 지방 고객들이 수리를 맡겨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가격이 내린 후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지만 부족한 정비망이나 비싼 수리비로 인해 (수입차)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싼 수리비·부품값 걸림돌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산차에 비해 너무 비싼 수리비용과 부품 값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2010년 기준)는 국산차보다 약 3.5배 높다. 부품가격은 한술 더 뜬다. 무려 5.3배에 이른다. 특히 수입차는 전체 수리비 중 부품비용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차(44.1%)에 비해 훨씬 높다는 얘기다. 

a  BMW 일산 풍동 전시장 내부

BMW 일산 풍동 전시장 내부 ⓒ BMW 코리아


실제 부품가격을 보면 입이 짝 벌어질 정도다. 중형세단인 BMW 320d의 경우 헤드램프 1개를 교환할 경우 약 100만 원 정도 들어간다. 앞뒤 범퍼 부품가격은 개당 각각 121만·138만 원에 이른다. 

벤츠 C200 역시 만만찮다. 헤드램프(1개)를 바꾸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186만 원이 든다. 앞뒤 범퍼 교환비용도 126만·135만 원이다. 반면, 쏘나타는 앞 뒤 범퍼 교체 비용이 개당 28만 원이면 충분하다. 헤드램프 역시 13만 원 정도면 교환이 가능하다.

배기량이 많을수록 수입차의 부품가격은 더 비싸다. 벤츠 S500과 BMW740i의 헤드램프 1개 값이 각각 215만 원과 128만 원을 웃돈다. 앞뒤 범퍼 가격도 각각 142만·144만 원, 162만·167만 원에 달한다. 현대차 에쿠스(3.8)를 비교할 경우 무려 3배 이상 비싼 편이다.

수입 중고차 값 하락폭 국산차보다 훨씬 커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국산차에 비해 낮은 중고차 가격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평균 3년 이상 수입차를 타고 중고차로 내놓을 경우 신차 구입 때보다 가격이 40%에서 최대 절반 이상 감소한다는 것. 5년 가까이 몰았을 경우에는 초기 구입의 70% 수준까지 가격이 뚝 떨어진다.

SK엔카가 최근 발표한 수입차 중고차 하락폭을 보면, 2009년식 BMW 320i(4490만 원)와 벤츠 E300 아방가르드(7390만 원)는 신차구입 당시보다 가격이 39.9%와 39.4%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 렉서스 ES350과 BMW 528i의 경우는 신차 구입 후 3년 만에 무려 51.6%와 51.3%로 가격이 내려앉았다.

이에 반해 2009년식 현대 그랜저(Q240) 39.5%, 아반떼 30.3%, 제네시스(BH330) 38.2%, 르노삼성 SM7(뉴아트) 32.0%로 드러났다. 이는 국산차가 수입차보다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정재희 수입차협회장(포드코리아 사장)은 이에 대해 "부족한 정비망을 확충해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해 나가는 등 질적 내실화를 추구하겠다"며 "수입 중고차 판매가격 안정을 위한 수입 중고차 가이드북을 이르면 올해 안에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기세등등 수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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