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터스 용역들이 SJM공장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김희진
사무실로 연결되는 2층 통로는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란히 걷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다. 용역들의 진입 당시 1층 라인에 있던 노동자들은 이 계단을 이용해 피신했다. 계단 벽면에는 쇳덩이들이 남긴 상흔들이 즐비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곳곳에 쇠붙이들이 눈에 띄었다. 벨로우즈 수십 개가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부서진 책상과 물품들은 이미 밖으로 옮겨진 뒤였고, 조합원들이 깨고 탈출했다는 창문은 이미 유리가 교체되어 있었다.
조합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폭행을 당하던 조합원 일부가 용역을 피해 2층 창문에서 뛰어 내렸다. 창문 밖 풀밭 위에 철근 사다리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그 오른편으로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고압전류관이 보였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류관을 향해 뛰어든 것이다.
이날 부상을 입은 조합원은 총 44명. 그 가운데 11명이 4주~8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다. 하지만 회사의 대표이사나 노무관리이사 그 누구도 다친 노동자들을 위해 병문안을 가거나 안부전화 한 통 넣지 않았다.
회사 노무관리이사 "할 수 있겠냐?"-컨택터스 "할 수 있다"... 곧바로 진입이날 현장조사에서는 사측이 이번 폭력사태를 사실상 사주하고, 경찰 역시 이를 묵인·방관한 정황이 확인됐다. 의원들은 SJM의 대표이사와 민아무개 노무관리이사, 우문수 안산단원경찰서장을 현장으로 불러 관련 내용을 추궁했다.
직장폐쇄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였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민 노무관리이사는 자꾸 말을 번복했다. 경찰에 신고한 것보다 2시간 먼저 용역이 공장에 들이닥친 것에 민 이사는 "컨택터스 측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곧 추가 질문이 들어오자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당일 컨택터스는 용역들을 오전 6시 공장에 배치한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보다 2시간여 빠른 오전 4시 공장에 들어갔다.
당시 조합원들이 무장을 하고 있었다는 컨택터스 측의 주장과 같은 말이 민 이사의 진술에서도 나왔다. 민 이사는 용역을 투입하기 전 조합원들을 타이르기 위해 접근했을 때 "조합원 일부가 못이 박힌 방망이와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화기를 들고 있었던 조합원이 누구였는지 묻자 "어둡고 멀리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번복했다. 경찰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어떤 증거물에서도 무장한 조합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해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질의 내용을 바탕으로 의원들은 "민 이사가 '추정적 승낙'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진두지휘한 것과 다름없다"고 결론 내렸다. 예상보다 현장에 노조원들의 수가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민 이사가 컨택터스 측에 "할 수 있겠냐?"라고 질문했고, "할 수 있다"는 컨택터스의 대답으로 사업장 폐쇄가 진행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