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암
김종길
스물 한 번의 제주도 여행 첫날, 저녁을 거나하게 먹은 일행에게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가까운 곳에 용두암이 있어 산책삼아 가보기로 했다. 점점 붉어지고 있는 하늘도 우리의 발길을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다에 이르자 하늘은 붉다 못해 선홍빛으로 변하더니 급기야 다홍빛을 띠었다. 다홍색의 고운 옷감이 하늘에 나리고 거친 듯 부드러운 잿빛 구름이 가볍게 붓질을 한 듯 파란 창공을 톡톡 쳤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 하늘이 다시 붉어졌다. 마지막 온 힘을 다해 붉은 기운을 토해내던 태양이 바다 너머로 사라지자 하늘은 다시 선홍빛으로, 다홍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