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관람객들
신은미
할 수 없어 뒷문 쪽으로 갔다. 남편은 열심히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고, 김정남 안내원은 흐뭇한 표정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는 게 아닌가. 나를 보더니 얼른 담뱃불을 끈다.
"아니 지난번 피자집에서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을 하더니 어떻게 된 거예요? 아빠 건강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딸한테 아무래도 알려줘야 할 것 같네요. 전화 좀 걸어 주세요.""사실이지 건강 챙긴다고 술·담배 딱 끊은 친구들이 끊기가 무섭게 먼저 세상 뜨고 말았단 말입네다. 그래서 좀 끊기가…. 제가 지금 담뱃불을 끈 것은 신 녀사님께서 노래를 부르셔야 하는데 담배 연기가 목에 좋지 않아서 끈 겁네다."김정남 안내원은 눈을 찡긋하며 겸연쩍은 마음을 은근슬쩍 감춘다.
이곳 북한에서도 요새 들어 금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단다. 공공장소에서는 금연 표시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남편이 "정말인가요? 내가 평양에 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무 데서나 담배를 마음 놓고 필 수 있어서인데…"라고 장난스레 한마디 건네며 웃는다. 내 남편도 제발 담배 좀 끊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인공위성 실험한 것은 어떻게 됐어요?"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남편이 물어봤다. 나도 궁금했던 차였다. 김정남 안내원은 "아, 그것이 궤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실패했습네다. 인공위성 띄우는 일이라는 게 실패를 해가며 하는 일이니까니 뭐…"라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순간 남편과 나는 서로 쳐다보며 의아해 했다. 이제까지 북한에서는 발사할 때마다 성공했다는 발표만 했는데 이렇게 빨리, 그것도 실패한 뉴스를 발표해 의외였기 때문이다.
북녘 동포들은 이렇듯 과학 기술도 있고 부지런하며 근면하고 재주도 많다. 하기야 조그마한 반쪽 나라, 당당히 세계 경제 대국으로 우뚝 솟아 오른 한국, 우리와 한민족이니 말해 무엇하랴.
그럼에도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북녘 동포들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이유야 어쨌든 복잡하게 얽히고 꼬여버린 남북의 힘든 관계 속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서로 이해하고 도와 가며 새로운 한겨레의 멋진 역사를 행복하게 써내려 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흐뭇한 기대가 현실로 이뤄질 날을 상상한다. 마음이 마구 설렌다. 언젠가 그날이 꼭 오리라는 간절한 소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본다.
뜨거운 마음... "잠깐 만나도 심장에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