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쌍절각과 노비 대갑의 비
김종길
수십 그루의 왕버들에 둘러싸인 연못의 초입에서 부자쌍절각을 만나게 된다. 부자쌍절각은 어계 조려 선생의 6세손이자 이곳 정자의 주인 무진 조삼 선생의 증손인 조준남과 그의 아들 조계선의 효와 충을 기려 세운 전각이다. 부자쌍절각 옆에는 충노대갑지비(忠奴大甲之碑)라는 비가 있는데, 정유재란 때 전사한 주인 조계선을 따라 죽은 노비 대갑을 기려 세웠다.
무진정에 오르려면 길게 놓인 다리를 지나 영송루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어야 한다. 연못 가운데에 있는 이곳에서 주변 경치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느긋하게 정자에 오르면 된다.
목백일홍으로 불리는 배롱나무가 붉게 피어 선경을 자아낸다. 배롱나무는 원래 이름이 '자미목'으로, 도교의 선계를 일컫는 '자미탄'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조들은 정자 주위에 배롱나무를 심어 자신만의 선계와 이상향을 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