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선임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27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권우성
"만약 사형이 집행된다면, 아마 조금 더 어려운 마음으로 재판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집행이 안 될 거라 생각하니 뭐랄까, 부담이 좀 덜했다."대법관 퇴임 직전인 지난 7월 초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지금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결합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사형제에 대해 한 말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에게 궁금했던 건 퇴임 이후 계획, 즉 전관예우를 찾아 대형 로펌으로 갈 것인지 여부였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무엇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면에 연연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법조 원로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원론적인 답을 했으나(물론 그는 그 뒤 이례적으로 대법관 퇴임 직후 정치권으로 이동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형제에 대한 답은 예상 밖이었다.
대법관 시절, 여행 온 젊은이 4명을 살해한 '보성어부' 사건과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총 2건에 대해 사형확정 판결을 내렸던 그는 '사형제 폐지' 문제에 대해 "이미 사형제는 다시 부활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이제 논할 때가 지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집행도 안 되고 있고, 아마 집행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한다고 말할 필요도 없는 정도까지 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다면 아예 폐지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국회에서 여론을 수렴해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
최소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는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이고, 더 나아가 여론이 받쳐준다면 사형제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대희 "검사 시보 때 사형 집행 목격... 마지막 말이 '저는 억울합니다'"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검사시보때 목격했던 사형집행 장면을 전하기도 했다.
"8, 9명이 한꺼번에 차례대로 집행을 받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사형수가 종교인이 돼 있거나, 간첩으로 온 사람들은 '김일성 만세!'하고 죽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택시기사가 승객을 성폭행한 뒤 죽이고 시체유기한 사건이었는데, 그 사람이 죽으면서 마지막 말이 '저는 억울합니다' 하면서 죽더라. 그것 참…."안 전 대법관의 발언이 떠오른 건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는 박근혜 후보의 발언 때문이다. 박 후보는 4일 '아동 성폭행범 사형집행론'에 대해 "사형제 폐지 움직임이 있었을 때도 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하게 고려할 일이지 폐지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며 '사형제 존치' 입장을 밝혔다. "지금 대통령이라면 사형 집행을 하겠나"라는 질문에는 " 글쎄…, 그때도 저는 그렇게(사형제 존치) 주장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형제 존치 입장은 분명한 가운데 상황에 따라 아동 성폭행범 등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집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도의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사형제 집행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가 자신의 발언이 '사형집행 찬성' 쪽으로 해석될 것인지 몰랐을 리는 없다.
MB정부 "EU서 인도받은 범죄인은 사형 선고돼도 집행 않는다"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