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장에 앉아 있는 모습.
청와대
따라서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한·일 관계 전문가들을 만나 자신의 이전 발언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해명'이 아닌 '번복'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제 그만 싸우자'는 얘기다. 지난 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장에서 나오면서 마주친 한·일 정상이 4~5분 정도 서서 얘기하면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유화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면 허탈하기만 하다. 한·일 군사정보 협정 등 군사협력을 추진하다가 돌연 독도를 방문하고 연이어 일본을 향한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일, 정상간 친서 전달을 놓고 외교당국간 반송 소동을 벌이고 양국 의회가 서로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일 등 한·일 양국 관계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정상에서 바닥으로 급한 내리막을 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외교 롤러코스터'에도 독도 영유권이나 종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노다 일본 총리가 독도 영유권에 대해 TV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급기야는 내각 각료들이 일본군의 종군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던 1993년의 '고노 담화'까지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뿐 아니라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이 나서서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고, 재무장을 위해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선거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이 요란하게 움직이니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잘못된 주장도 일본 국민들 사이에 더 널리 공유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국제스포츠 경기를 구경하는 일본 관중은 어느 때보다 욱일승천기에 강한 애착을 표현하고 있다. 일본 내 친한파는 입지가 좁아졌고, 인기 있던 한국 연예인들도 각종 출연기회가 봉쇄되는 등 한류도 철퇴를 맞았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높았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60% 이상 압도적으로 독도 방문을 찬성했고, 20% 근처에 머물던 국정지지도도 독도방문 뒤 30% 근처까지 올랐다.
강창희 국회의장의 표현대로 상당수 국민들은 '속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 말고 한국 국민이 얻은 실익은 찾기 힘들다.
이 같은 지적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독도방문 이후 이 대통령의 한·일관계 운영에 대해 "당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강경책이 인기를 끄는) 독도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독도는 분쟁 없이 20년이 지나면 국제법상 우리들이 절대 유리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를 해왔던 것인데, 대통령이 또 저렇게 사고를 쳤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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