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해효씨가 김화선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권우성
무대 위를 비추는 작은 조명 아래로 배우 권해효씨가 섰다.
"김화선 할머니는 16살에 싱가포르로 끌려가 그곳과 만주,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됐습니다. 정 많은 할머니는 늘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너무 고생해서… 뭐 재미난 세상을 살았어야지'라고 말하셨습니다. '내 젊음을 돌려다오. 김화선, 참 예쁘다. 내 젊음을….'"
지난 6월 13일 세상을 떠난 김화선 할머니의 삶을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겁고 단단했다. 다시 어둠이 깔렸다. 1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콘서트 '이야기해주세요'는 그렇게 시작됐다.
2011년 7월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씨는 동료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음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송씨의 제안에 공감한 지현, 정민아, 투명, 강허달림 등 여성음악인들은 올 4월부터 작업을 시작, 4개월 만에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완성했다. 이날 콘서트는 그들이 '음반 발매 후에도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준비한 것이었다.
여느 콘서트처럼 중간 중간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말이나 행동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그 고통을 잊지 말고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노래들로 채워졌을 뿐이었다.
가수 지현이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란 곡을 부를 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시덤불 안에 웅크린 소녀 모습 등으로 표현한 샌드아트(감독 최은영)가 동시상영되기도 했다. 관객 300여 명은 숨죽인 채 음반 수록곡들과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감독 김준기) 등을 감상했다. 침묵이 짙어갈수록 객석은 더욱 몰입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