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사과로 끝? 계속 이야기해야죠"

[현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이야기해주세요' 콘서트

등록 2012.09.13 08:19수정 2012.09.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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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함께하는 이야기해 주세요 콘서트'에서 가수 지현이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를 부르는 가운데, 할머니들의 고통을 표현하는 샌드아트가 상영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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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해효씨가 김화선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무대 위를 비추는 작은 조명 아래로 배우 권해효씨가 섰다.

"김화선 할머니는 16살에 싱가포르로 끌려가 그곳과 만주,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됐습니다. 정 많은 할머니는 늘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너무 고생해서… 뭐 재미난 세상을 살았어야지'라고 말하셨습니다. '내 젊음을 돌려다오. 김화선, 참 예쁘다. 내 젊음을….'"

지난 6월 13일 세상을 떠난 김화선 할머니의 삶을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겁고 단단했다. 다시 어둠이 깔렸다. 1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콘서트 '이야기해주세요'는 그렇게 시작됐다.

2011년 7월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씨는 동료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음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송씨의 제안에 공감한 지현, 정민아, 투명, 강허달림 등 여성음악인들은 올 4월부터 작업을 시작, 4개월 만에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완성했다. 이날 콘서트는 그들이 '음반 발매 후에도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준비한 것이었다.

여느 콘서트처럼 중간 중간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말이나 행동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그 고통을 잊지 말고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노래들로 채워졌을 뿐이었다.

가수 지현이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란 곡을 부를 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시덤불 안에 웅크린 소녀 모습 등으로 표현한 샌드아트(감독 최은영)가 동시상영되기도 했다. 관객 300여 명은 숨죽인 채 음반 수록곡들과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감독 김준기) 등을 감상했다. 침묵이 짙어갈수록 객석은 더욱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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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함께하는 이야기해 주세요 콘서트'에서 가수 지현이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를 부르는 가운데, 할머니들의 고통을 표현하는 샌드아트가 상영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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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함께하는 이야기해 주세요 콘서트'. ⓒ 권우성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사로 이어가야... 젊은 세대가 할 일"


전정민(25·대학생·경기도 과천시)씨는 "(위안부 문제를 문화로 접근하니까)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봉사단에서 전씨와 함께 활동하는 이지연(23·회사원·경기도 성남시)씨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의 사죄나 배상을 받으면 끝이 아니라 계속 역사로 이어가야 한다"며 "그걸 알리는 게 저희 일"이라고 얘기했다. 두 사람이 활동하는 봉사단은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페이스북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공연장 옆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집회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 중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안해룡 감독이 음반 프로젝트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야기해주세요' 행사를 주관한 전쟁평화여성 문화행동 시민위원회는 뜻 있는 사진작가와 시민들의 작품을 모았다. 지난 10일 시작한 사진전은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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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함께하는 이야기해 주세요' 사진전은 서울 용산구청내 용산아트홀에서 오는 1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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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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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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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던 장명진(43·한겨레평화나눔합창단·경기도 성남시)씨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20년 전, 대학교 3학년이던 장씨는 수요집회에 여러 번 참여했다.

"지난해 수요집회 1000회 때 합창단이 공연을 갔어요. 제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됐는데 20년 전에도 열렸던 시위를 위로해 드리러 왔다는 게…. 아무리 정치적으로 쉽지 않아도 정부가 똑바로 못한 거죠. 다들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힘을 보태면 보탰지, 정부가 한 게 없어요. 이러다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무덤 만드는 일에나 힘쓸까요?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에요. 관심 있는 일본인들은 사과 뜻을 밝히기도 하지만 한국이든, 일본이든 국민에게 떠맡길 일이 아니죠."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해주세요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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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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