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찍으라는 거냐'는 댓글, 속상했어요"

[찜! e시민기자] 진솔한 '사는이야기'의 힘! 장윤선 시민기자

등록 2012.09.13 14:45수정 2012.09.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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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기자는 최초의 독자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찍는 일처럼, 아무도 읽지 않은 재미난 글을 맨 처음 읽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글을 갈고 닦고 다듬는 것을 하루 종일 하다보면, 그렇게 '신선한 흥분'을 느끼는 순간은 점점 줄어들고야 만다.


이 시민기자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오랜만에 그 신선한 흥분이 온몸에 확 끼쳤다. 아버지의 역사를 찾아 일본으로 훌쩍 떠난 40대의 딸. 흐릿한 기억의 결을 한 올 한 올 더듬어가며 마침내 아버지의 진심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과정이 담긴 색다른 여행기였다. 읽는 사람을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구성과 내밀한 고백이 잘 어울린 한 편의 흥미진진한 소설 같았다. 세 편으로 이어진 그 글을 차례차례 편집하는 동안, '최초의 독자'인 나부터 얼른 다음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올 여름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해, 사는이야기의 매력인 진솔함에 소설적인 구성력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선보이고 있는 장윤선 시민기자. 12일, 전자우편과 전화로 그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장윤선 시민기자의 기사 보기

"며느리 글이 신문에 실렸다고 시어머니가 자랑하셨대요"

a  장윤선 시민기자

장윤선 시민기자 ⓒ 장윤선


-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심각한 후천성 여행 중독증과 시도 때도 없이 공상에 빠지는 중병을 앓고 있는 40대 중반 자영업자입니다. 50세 이후에는 전업작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지요. 대전에서 남편과 시어머님, 아들과 함께 다이어트 고민하고 드라마 보면서 조촐하게 살고 있습니다."


- 시민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서 기억할 만한 일이 있으면 메모장이나 블로그에 메모해두곤 했어요. 언젠가는 쓴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인가 신랑이 먼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보면서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래저래 쓰고 싶은 글들이 있었는데 딱히 발표할 데가 없어 고민이었거든요."

-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을 둘레 사람들이 알고 있나요? 특히 글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신랑은 저의 글쓰기에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님께서는 인터넷을 아예 안 하시는 분이라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라고 말씀만 드렸는데, (며느리 글이 신문에 실렸다고) 노인정에 가서 자랑하셨다고 하더군요. 같이 문학을 공부했던 친구들 몇 명에게는 한번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외에는 잘 알리지 않았어요. 제 글이 막상 인터넷에 떠 있는 걸 보니 좀 부담이 되더군요. 더 만족할 만할 글을 쓰면 그때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 글에서 보여주신 이야기들이 사실 참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인데, 진솔하게 잘 풀어주셨습니다. 내 경험을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실명으로 공개한다는 점 때문에 혹시 글쓰기를 주저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실명으로 공개하게 되니 좀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친정의 오빠들에게는 '닛코 여행기'(<아버지의 거침없는 일본 사랑, 어쩌자고 그러십니까> 외)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오빠들에게는 아버지란 존재가 딸하고는 많이 다르게 다가가니까요. 하지만 가족 간의 화해, 이 힘든 세상과의 화해와 이해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기검열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 짧은 소설처럼 잘 짜인 구성이 돋보입니다. 지금도 창작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소설은 현재 준비 중입니다. 이전에 신인 문학상에 작품을 낸 적이 있는데 떨어졌구요.(웃음)"

- 교육 문제에 대한 칼럼도 쓰셨습니다(<사교육 종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외). 사교육계에 종사하시면서 대학 서열화에 반대하신다니, 일상적인 번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아주 많습니다. 제가 사교육으로 먹고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결국 밥벌이가 되었어요. 글을 쓸 때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을 고민하면서도, 일터에 와서는 '현재의 입시제도를 받아들여라', '어쩔 수 없다',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굉징히 답답하고 슬픕니다. 요즘에는 생각을 달리해서, 가능한 한 최대로 문학의 즐거움, 국어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치부 상근기자와 동명이인... "'박근혜 지지하냐'는 댓글도"

- 글 분량이 다 좀 깁니다. 주로 두세 편짜리 '미니 시리즈'로 써주시는데, 그러다보니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것을 종종 봤습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하나 소개해주세요.
"제 글에 대한 비판적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니 굉장히 무서웠어요. <나꼼수>를 둘러싼 남편과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제 의도와 달리 글을 읽으신 분들이 많아서 속이 좀 상했습니다(<'나꼼수' 때문에 각방... 스마트폰 원망스러워> 외).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세대 간의 대화와 이해'였는데 글의 내용이 새누리당 편을 드는 것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새누리당 찍으라고 선동하는 글 같다'는 댓글이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 <오마이뉴스> 정치부의 상근기자인 장윤선 기자와 이름이 같습니다. 혹시 독자들이 잘못 알고 엉뚱한 쪽지를 보낸다거나 댓글을 남긴 적은 없나요?
"앞서 말씀드린 <나꼼수> 관련 글의 댓글에 '장윤선 기자님, 이제 박근혜를 지지하시는 건가요'라는 내용이 떠서 무슨 소린가 의아했습니다. 아마 <오마이뉴스>를 오래 보신 분들은 좀 혼동이 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쓰는 글이 정치적인 글보다는 사는이야기 쪽이라 다행이지요."

- 기사를 쓰는 데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주변의 삶에서 소재를 많이 가져오는 편입니다. 그것이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지요. 이번의 세입자 이야기만 해도 더 생생하게 쓰고 싶으나 실명을 거론하거나 실제 동네를 거론하는 데서 부담을 많이 느꼈습니다(<"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고 요강 놓고 살아요"> 외). 그리고 제 글이 문제의식은 있어도 대안적 관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 다른 시민기자 분들 가운데 누구의 글을 눈여겨보시나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이준목 시민기자님의 글을 즐겨 읽습니다. 관점이 있는 스포츠 기사라고 할까요. 전두환 정권 때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이벤트에 하도 데어서 아직도 스포츠 좋아한다고 하면 백안시 하는 사람들이 있죠. 스포츠의 본질과 즐거움을 잘 알게 해주는 좋은 기사라서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아 성폭력상담소나 여성민우회에서 쓰시는 기사들은 빠짐없이 보고 있어요."

- 올해가 가기 전에 시민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아시아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걸 정리해서 좋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하는 시간과 글쓰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고 싶습니다. 늦은 나이라도 제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확실히 디디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와 편집부에 바라는 점, 한 말씀 해주세요.
"별 볼일 없는 글을 실어주신 것에 대해 황공함과 감사함이 무궁할 뿐입니다.(웃음) 저는 어떤 사안이건 다양한 관점에서 이쪽저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싶습니다. 쟁점이 되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여당 쪽의 사람들 의견이 어떤지 육성으로 듣고 싶기도 해요. 그런 인터뷰나 기사들도 실린다면 저는 더 좋겠습니다."
#찜이시민기자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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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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