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일본군 장교 복장 자주 입었던 박정희

[대선 책 훑어보기 2] 언론인 김종철, 박근혜 검증서 <박근혜 바로보기> 펴내

등록 2012.10.08 16:17수정 2012.10.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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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지닌 정책을 살펴보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안철수가 지닌 허점을 콕 찌르고 있는 <박해전의 생각>과 전 연합뉴스 사장을 지낸 김종철이 펴낸 <박근혜 바로보기>, 프레시안에서 기획한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이 그 책들이다. 이번에는 첫 번째 <박해전의 생각>(2012, 9, 27)에 이어 <박근혜 바로보기>를 훑는다. [기자 주]

a 김종철 김종철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낱낱이 파헤치는 <박근혜 바로보기>(프레스바이플)를 펴냈다

김종철 김종철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낱낱이 파헤치는 <박근혜 바로보기>(프레스바이플)를 펴냈다 ⓒ 이종찬

"1944년 4월 일본 육사를 3등으로 졸업한 뒤 만주의 제8연대 소대장으로 부임해서 다카기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근무한 바 있는 박정희는 8·15 해방 뒤 '광복군'으로 변신했다가 귀국해서 대한민국 육군 장교가 된다. 1948년에 소령으로 진급한 그는 '여수·순천 반란사건'에 연루되어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자신이 알고 있던 군부 내 남로당원들의 이름을 군 특무대에 실토하고 목숨을 건진 것이다." -22~23쪽, '변신에 능한 기회주의자' 몇 토막


1967년 <동아일보> 기자를 하다가 19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 주동자라는 까닭으로 강제 해직당한 뒤 문학평론과 번역에 묻혀 살았던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종철. 1988년 5월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다시 돌아온 김종철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낱낱이 파헤치는 <박근혜 바로보기>(프레스바이플)를 펴냈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최초의 박근혜 검증서'라는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에는 고문과 죽음이 넘쳐났던 박정희 정권이 지닌 야만과 독재를 똑똑하게 기억하는 이가 몸과 마음을 다해 쓴 글이어서 더욱 눈길이 쏠린다. 그는 그 독재자 딸이자 퍼스트레이디를 맡았던 박근혜를 제대로 보기 위해 박정희부터 새누리당까지 그 속내를 들춘다. 

이 책은 인터넷종합신문 <프레스바이플>에 '박정희, 박근혜 그리고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이다. 김종철은 '머리말'에서 "이 글을 올 2월 19일부터 8월 초까지 여섯 달 동안 40여 편을 실었다"며 "박근혜를 말할 때 반드시 짚어보아야 하는 인물은 아버지 박정희이다. 생물학적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아버지'인 박정희가 없었다면 오늘의 박근혜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 책은 1부 '박정희는 누구인가', 2부 '박근혜가 걸어온 길', 3부 '새누리당의 뿌리와 실체' 등 모두 3부에 37꼭지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닌 뿌리부터 그 속내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신화'에 숨겨진 참과 거짓, '이명박의 길과 박근혜의 길'은 무엇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등.

'변신에 능한 기회주의자', '법 위에 내가 있다', '사무라이 박정희의 섹스파티', '22세의 퍼스트레이디', '아버지의 가슴엔 조국뿐', '박근혜가 잃어버린 18년', '박근혜의 기회주의와 말 바꾸기', '박근혜와 조·중·동의 사랑과 미움', '박근혜 대세론과 한계론', '박근혜의 어지러운 그네 타기', '새누리당의 원조 민주공화당', '새누리당이 새 세상 만들 수 있을까'가 그것.


5일(금) 저녁 6시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 식당에 만난 언론이자 문학평론가 김종철은 "박정희의 딸이자 실질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였던 박근혜가 반성은커녕 5·16 쿠데타와 유신 시대를 옹호하고, 정수장학회를 비롯한 각종 의혹에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개탄하며 <박근혜 바로보기>를 썼다"고 귀띔했다.

청와대에서 일본군 장교 복장을 하고 있었던 박정희


a 박근혜 바로보기 독재자 딸이자 퍼스트레이디를 맡았던 박근혜를 제대로 보기 위해 박정희부터 새누리당까지 그 속내를 들춘다.

박근혜 바로보기 독재자 딸이자 퍼스트레이디를 맡았던 박근혜를 제대로 보기 위해 박정희부터 새누리당까지 그 속내를 들춘다. ⓒ 프레스바이플

"청와대 비서실장 이후락이나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르던 강창성(전 보안사령관)은 이렇게 증언했다. '계엄 선포 한 달쯤 전인가(1971년 10월 17일 계엄이 선포되었다), 박 대통령이 나를 불러요.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박 대통령은 일본군 장교 복장을 하고 있더라고요. 가죽장화에 점퍼 차림인데 말채찍을 들고 있었어요.

박 대통령은 가끔 이런 복장을 즐기곤 했지요. 만주군 장교 시절이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다카기 마사오 중위로 정일권 대위 등과 함께 일본군으로서 말 달리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죠. 박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할 때에 그분은 항상 기분이 좋은 것 같았어요.'"-51쪽, '사무라이 박정희의 섹스파티' 몇 토막

김종철은 '사무라이 박정희의 섹스파티'에서 박정희가 벌인 여자관계를 꼬치꼬치 캐낸다. "차지철은 또 하나의 원칙으로 박정희에게 같은 여자를 두 번 이상 들여보내지 않았다"는 것. 왜? "단골을 만들면 보안상이나 기타 부담스러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강제 차출도 꽤 있었다. "박정희가 국산영화를 시사하거나 TV 연예 프로 등을 보다가 마음에 든 배우나 가수의 이름을 대며 '한번 보고 싶다'고 하면 큰 물의가 없는 한 대개 불러왔다"는 것.

박근혜가 최태민을 처음 만나는 과정도 눈에 띤다. 최태민이 박근혜를 처음으로 만난 때는 1975년 3월 6일. 그때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합쳐 창업한 영세계 교리인 '영혼합일법'을 내세우고 있던 최태민은 1975년 2월 끝자락 박근혜에게 세 번에 걸쳐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내용이 참 우스꽝스럽다. "육영수 여사가 꿈에 나타나서 근혜를 도와주라"고 했다는 것.

최태민은 박근혜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그때 종교계 흐름을 꼬집으며 '구국선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4월 29일에는 박근혜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잘 따르는 심복을 중심으로 '대한구국선교회(1976년 12월 10일 구국봉사단으로, 1979년 5월 1일 새마음봉사단으로 개칭)를 세우고 총재를 맡았다. 박근혜는 그때 명예총재를 맡았다.

김대중 납치, 이후락 '나는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아?'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사후에 나돌던 모든 소문을 한마디로 '악성'이라고 단정했다. 특히 '박정희가 김대중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조차 '악성 루머'라고 일축해버렸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11월 출범시킨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7년 1월 김대중 납치사건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정희가 지시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무모한 공작에 반대하는 실무자들에 대해 이후락 부장이 '나는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아?'라며 계획을 강행하도록 하였고, 당시 주일공사가 대통령이 결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공작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곧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는 정황에 비추어 대통령이 지시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최소한 묵시적으로 승인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127~130쪽, '김대중 납치 아버지와 무관' 몇 토막

김종철은 박근혜 대선후보 역사관에 대해서도 "박정희 일인독재를 지탱하는 대가로 얼마나 많은 청년학생과 민주인사들이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목숨을 잃기까지 했는지 박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명백한 사실을 장차 어느 시절에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말인가?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역사'가 드러내는 치명적 결함은 역사와 국민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거나 상극적인 실체라고 보는 점"이라고 거칠게 꼬집었다.

그는 박근혜 '어록'에서 요즘 두드러지는 낱말이 민생이라고 되짚는다. "민생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논쟁을 하느냐?", "국민생활이 참으로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민생을 잘 보살피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는 어록이 그것. 김종철은 이에 대해 "민생은 역사와 현실을 넘어 추상적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는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악수를 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고달픈 삶도 민생이지만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데 온 힘을 쏟는 운동가들, 1천 번 넘게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어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도 민생"이라며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는 청년들도, '4대강 죽이기'에 반대하는 실천가들도 민생의 동일선상에 있다"고 썼다.

역사와 정치가 맞닥뜨리는 고된 현실 비추는 길라잡이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면서 170일 동안 파업을 벌이다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인사 보복을 당한 MBC 노조원들도 민생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이다. 1천일이 넘도록 정리해고가 해결되지 않아 22명의 해고노동자와 가족이 고통 속에서 세상을 등지게 한 쌍용자동차 사건을 박근혜 후보는 중대한 민생문제라고 밝힌 적이 있는가?" -218쪽, '박근혜의 역사와 국민은 상극인가' 몇 토막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종철이 펴낸 <박근혜 바로보기>는 민주주의에 총칼로 피를 뿌린 박정희 군부독재정권 바로보기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바로보기다. 옛말에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정치가 맞닥뜨리고 있는 고된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길라잡이다.     

박동천(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언론이 박근혜에게 씌워준 '신뢰와 원칙'이라는 포장은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MB의 허장성세처럼 공허하다"며 "이 책을 통해 박근혜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인기에 영합하려고 교묘하게 이미지 관리를 하면서 최고의 권력을 향해 달려온 것이 확인된다"고 적었다.  

함세웅(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천황 폐하'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박정희가 역사의 발전을 어떻게 가로막았는지, 박근혜가 과연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지도자인지, 새누리당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당인지, 이 책에 해답이 실려 있다"고 썼다. 소설가 현기영은 "1970년대부터 나와 같은 길을 걸어온 김종철이 쓴 이 책은 소설보다 현실감이 넘치고 재미있다. 한 편의 뛰어난 역사소설이나 정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하다"고 평했다.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종철은 1944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1967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으나 19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 주동자라는 까닭으로 강제 해직당한 뒤 문학평론과 번역 일을 했다. 1984년 민중문화운동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았고, 1985년부터 민주통일 민중운동연합(민통련) 대변인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논설간사와 편집부위원장,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그 뒤 연합통신(연합뉴스로 바뀜) 대표이사, 사단법인 한국-베트남 함께 가는 모임 이사장, 민주개혁국민연합 공동대표, 아태 민주지도자회의 이사, 국제언론인협의회 이사, 한국신문협회 감사 등을 맡았다.

펴낸 책으로는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지역감정 연구>(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말콤 엑스>(공동번역) <프랑스혁명사> <인도의 발견> <마호멧> <무장한 예언자 트로츠키> 등 20여 권이 있으며, 인문학총서 '문화의 바다로' 5권을 펴냈다.

2012년 2월에는 인터넷종합일간지 <프레스바이플> 창간에 참여해 거의 날마다 연재기획물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미디어오늘>에도 사흘에 한 번꼴로 칼럼을 싣고 있다. 그는 요즘 '타살의혹'이 짙어져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장준하 선생 삶과 투쟁을 알리는 기획물 '장준하는 누구인가?'도 두 매체에 함께 연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문학in]에도 보냅니다

박근혜 바로보기 -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본격적 박근혜 검증서

김종철 지음,
프레스바이플(Pressbyple), 2012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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