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오전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회 특전사마라톤 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맨 오른쪽). 12.12쿠데타, 5.18광주학살 관련자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정호용 전 국방장관(가운데) 등의 모습이 보인다.
권우성
국가보훈처가 수상하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영예로운 삶 유지'를 임무로 하는 보훈처가 본연의 임무는 소홀한 채 '안보교육'을 앞세워 극우보수 이데올로기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특정 정치인 미화와 함께 현 정권 홍보에 앞장서는 등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그 정점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있다.
논란의 단초는 최근 보훈처 국감에서 거론된 이른바 '종북 DVD'. <한겨레> <뉴스타파> 등의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DVD는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을 '종북세력의 활동'으로 매도한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사업 타당성 여부 및 환경파괴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홍보성 멘트를 담고 있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논란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민주통합당 정호준 의원. 국회 정무위 소속(보훈처는 정무위 소관임)인 정 의원은 지난 23일 문제의 DVD를 입수해 이를 국감에서 공개했다. 정 의원은 이날 보훈처 종합국감을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보훈처의 동영상 자료를 살펴보니 박정희의 업적을 '신화'라 찬양했고, 반유신·반독재 운동을 민주화투쟁을 빙자한 종북좌파 세력이라고 폄하했다"고 폭로했다. 참고로 4·19혁명 및 5·18광주항쟁 공로자는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보훈 대상자들이다.
정 의원은 또 "(DVD는) 평화적·자발적 집회였던 '광우병 촛불집회'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종북세력의 반정부 투쟁으로 묘사한 데 이어 쌍용차 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종북세력의 활동이라 지칭했다"며 이같은 DVD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행해진 명백한 정치개입인 만큼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위반한 보훈처장은 DVD 배포 배경을 밝히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DVD는 '국가 정체성 확립'이라는 주제로 3편, '남북관계' 4편, '북한 실상' 4편 등 총 11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편당 5~10분 분량의 동영상들이 3~7개씩 편집돼 있다. 24일자 <노컷뉴스>는 "이 DVD는 지난해 말 11편의 동영상이 한 세트로 제작됐으며, 1000세트가 올 4월에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와 12월 실시될 제18대 대통령선거에 맞춰 전국의 보훈관서와 민간단체 등에 배포됐다"고 보도했다.
민주화운동 '종북' 폄하한 동영상, 전국에 1000세트 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