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낙인, 약질이와 부구리글겡이, 총배, 안장, 등자와 편자, 재갈
김종길
'약질이'와 '부구리글겡이'는 말의 건강을 돌보는 도구였다. 대나무로 만든 '약질이'는 말에게 약을 먹일 때 쓰는 도구다. '부구리글겡이'는 쇠로 만들었는데 말과 소를 긁어줄 때 썼다. 안장은 사람이 말 등에 편안히 앉는 데 필요한 말갖춤이다. 나무로 만든 것이 먼저 나왔고 가죽으로 만든 것은 훨씬 후라고 한다.
'등자'와 '편자', '재갈'도 보인다. 이외에도 말총과 탕건... 채찍인 줄로만 알았던 '총배'는 말총으로 만들었단다. 질기고 비에 젖어도 썩지 않아 말뚝에 말을 매어 두거나 우마를 이용하여 짐을 나를 때, 상여를 상여 틀에 고정시키는 등 큰 힘을 견뎌내는 일에 주로 쓰였다고.
이쯤에서 제주 말의 쓰임새가 본격적으로 소개된다. 제주의 밭은 대부분 농작물을 한 번 수확하고 나면 '쉬돌림'이라 해서 밭을 쉬게 했단다. 이 쉬돌림 동안 밭 안으로 말이나 소를 몰아넣고 똥오줌을 받게 했는데 그 일을 두고 '바령'이라 하고 그 밭을 '바령밧'이라 했다. 바령밧을 만드는 일은 테우리(목자·牧子)의 몫이었다. 보통 두세 명의 테우리가 함께 바령 치는 일을 했는데 바령밧이 정해지면 저마다 빌려 온 말들을 한곳에 모았다. 보통 150~170마리가 모였다고 한다. 그 무리를 '바령테'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