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8일 "남북 간 신뢰회복이 우선이지, 지금 단계에서 평화조약이라는 종이 한 장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남·북 대화에 있어 점진적 접근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는 "(북한이) 국제규범이나 약속을 지키는 문제라든지 또 인도적 지원 같은 것, 호혜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류 같은 것을 계속 추진해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 교류협력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것을 인내심을 갖고 쌓아가면, 그런 노력을 한 단계 한 단계 해 가면 신뢰가 커지고 교류협력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터키의 지한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말했다. 기자는 "기조연설에 '용납하지 않겠다', '용인할 수 없다'는 말이 너무 자주 나온다"며 "북한 정권을 간섭적으로 훈계하지 않고 남북한 정부 간 신뢰와 지속적인 평화를 수립할 것인지, 그렇다면 당선 뒤 휴전조약을 평화조약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건지"를 물었다. 북한에 강경 자세 일변도이면서 어떻게 신뢰·평화 관계를 구축할 거냐는 질문이었다.
박 후보는 "북한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게 키(열쇠)이고, 신뢰문제를 제쳐놓고는 근본적으로 풀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제관계를 보면 대결관계에 있던 나라들이 신뢰회복을 통해 관계를 회복한 일도 많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과 중공, 독일과 불란서(프랑스), 그런 선례들이 있어서 (남북간 신뢰회복이) 포기해야 하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북한의 경우 도발도 많이 하고 약속도 어기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믿는다 신뢰한다 이건 아니죠"라며 "그렇다고 보상을 자꾸 줘서 해보려고 하는 것도 이 때까지 해봐서 안 된다는 걸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제는 (북한의) 일련의 검증된 행동을 통해 벽돌을 쌓아가듯이 검증해서 신뢰를 할 수 있다고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 내용은 우리나라나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그런 분야부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군위안부·독도 일본 자세 변해야"... "한·일FTA 필요, 정보보호협정 고려"향후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박 후보는 독도 문제와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면서도 한·일정보보호협정과 한·일FTA 체결 등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 후보는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유영토다. 그래서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이 1905년 일본의 독도 침탈로부터 시작됐다는 아픈 기억을 한국민들은 갖고 있다. 건강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선 이 점을 우방국가인 일본이 직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종군위안부 문제는 어떤 경우든지 합리화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며 "일본과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이런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의 현명한 두 지도자께서 이 점을 잘 깊이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80대 중반을 넘었다. 역사와의 화해라는 것을 한없이 기다려줄 수 없다. 역사와 화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니냐"며 보상과 사과 등에 일본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일본과 한국 간의 긴밀한 협력은 양국의 공동발전, 더 나아가 지역발전과 안전에 기여하고,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두 나라의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동북아 협력과 안정을 강화시키는 길이기 때문에 그런 노력도 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회의 몰래 상정'으로 추진하다 거센 반발을 사 좌초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박 후보는 "국내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어 국민의 불신을 받았고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미흡했다"며 "이런 실질적인 여건을 잘 만들어 가면서 협정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론의 반대가 해결되면 협정 체결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후보는 또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제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양국 모두 노령화 사회에 직면해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한·일FTA가 두 나라의 경제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이어 "더 나아가 한·중·일 3국 간의 경제협력도 업그레이드시켜 동아시아 공동시장을 목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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