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모히또를 마시며 새해를 맞다.
이규봉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얼굴이 자주 TV에 나오나 사회주의 국가이며 1당 독재국가라는 쿠바에서 나는 이 날 처음으로 TV에 나온 카스트로를 보았다. 12시가 지나면서 로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옆 사람과 포옹을 한다. 나도 옆에 있는 글래머러스한 아줌마의 포옹 세례를 받았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부터 자전거로 오면서 길가에서 본 풍경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피델의 형상이나 사진보다는 체의 사진과 형상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아니 피델의 상징물은 거의 없었다. 쿠바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지로는 외형적으로 체를 내세워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연대감을 갖도록 하고, 내부적으로는 피델과 그의 동생이 정권을 쥐고 정치적인 지배력을 가져가는 듯한 구조같이. 그러나 북한과 달리 쿠바는 살아있는 사람을 숭배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방으로 들어 왔으나 역시 로비에서는 새벽 2시까지 음악을 연주하였다, 물론 잠을 잘 잘 수는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음 해가 밝았다. 2012년이다.
피델의 약속, 바꾸나야구아 다리 완공새해 첫 날이며 일요일이다. 쿠바를 완주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호텔을 나와 광장을 한 바퀴 돌고(광장은 길이 한 방향이다) 왔던 반대 방향으로 가니 우리가 올 때 봤던 바다가 나온다. 4km까지 완만한 언덕이 이어진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빛깔이 너무도 환상적이다. 뉴질랜드 남섬의 중부에 있는 테카포 호수의 환상적인 빛깔에 놀란 이후로 두 번째이다. 도로는 지금까지 지나왔던 기존 도로와 달리 포장이 너무 잘 되었고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쿠바의 7개 수려한 토목건축 중 하나인 바꾸나야구아 다리(Puente de Bacunayagua)가 보인다. 다리는 매우 깊은 계곡을 가로질러 있다. 약속의 다리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 당시 이 주변 주민에게 완성시켜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혁명에 성공한 후 바로 이 다리를 완성했다. 바티스타 정권인 1956년 시작하여 혁명을 완수한 1959년 9월 26일 준공했다. 이 다리는 아바나와 마탄사스를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하며, 높이 110m, 길이 310m, 폭 16m이다.
다리 중간에서 내려보면 아래가 까마득한 이 다리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쿠바가 혁명을 이루고 나서 2년 후인 1961년 4월 미국이 훈련시킨 용병이 피그스 만을 침공하여 잠시나마 전쟁을 한다. 이 전쟁 이후 쿠바는 군복무가 의무화되었다. 당시 혁명 반대세력들은 이 새로운 군복무 제도에 대해 흑색선전을 했다. 일단 군대 들어가면 다시는 못나온다, 어디로 끌려가서 죽도록 고생할지도 모른다, 피델이 어디론가 멀리 보낸다는 등 엄청난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한 젊은 청년이 군 입대를 앞두고 애인이랑 함께 이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했다고 한다. 어디고 높은 곳이 있으면 떨어지도록 유혹하는가 보다.
다리 초입에서 경치를 구경했다. 숲 너머로 멀리 바다도 보였다. 마침 소풍 나온 한 일가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리를 건너니 이 다리에 대한 초석이 세워져 있다. 지은 지 50주년을 기념해서 세워진 것 같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쿠바 토목공학의 경이로움 1959년 9월 26일 설계자 : 토목공학자 루이스 사엔스 두쁠라쎄Luis Sáenz Duplace 건축 : 사엔스ㅡ깐씨오 이 마르띤 회사 50주년 기념 우나익-마탄사스 2009년 9월 26일다리 끝에 다다르니 인접한 산마루에 전망대가 있었다. 다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전망대에서는 여러 가지 상품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열대 과일을 현장에서 짜 만든 피나콜라다 쥬스를 마셨다. 무려 한 잔에 2.75세우세였다. 기념품은 주로 수제 가죽 작품이었다. 사고 싶어도 자전거 여행이라 무게를 늘릴 수 없어 살 수가 없었다.
전 선생은 가죽으로 만든 야구공을 하나 샀다. 한 가지 이상 한 것은 쿠바 사람들이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자전거로 여행하는 동안 야구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과 야구장 같은 시설도 보질 못했다는 것이다. 아님 우리가 야구장을 피해 다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