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스님들, 이 책 꼭 읽으세요

[서평]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힘 <반야 참회>

등록 2012.12.09 21:08수정 2012.12.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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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깊이 깨닫고 반성하는 게 참회입니다.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깊이 깨닫고 반성하는 게 참회입니다. 임윤수

여러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는 사회, 조직, 단체, 집단들마다 물의를 일으키는 몇몇 사람은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으로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범법자들, 연구 인력으로 등록시킨 제자의 인건비를 떼어 먹다 구속되는 수전노 같은 교수들, 떡검, 그랜저검사, 성(性)검에 이어 '비리 전문 검사'로 뉴스 제목을 뽑을 정도로 범죄의 양상이 점점 진화되고 있는 파렴치한 검사들, 뒷돈을 챙기거나 국고를 빼 먹은 게 들통 나 구속되거나 파면되는 공무원들이나 경찰들,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게 들통 나 수갑을 차고 영어의 몸이 되는 정권 실력자나 정치인들…, 이런 사람들이 소속된 조직이나 집단에 누를 끼치는 대표적인 무리입니다.


성직자 집단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목회자 자리를 세습하고, 여성신도를 성 노리개쯤으로 여기다 구속되는 목사, '승려 도박사건'과 '룸살롱'으로 회자되던 스님들의 일탈에 이어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프로멍크(Pro-monk)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소속된 조직이나 집단에 누를 끼치는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평소에는 인천의 스승이라며 신도들로부터 3배를 받았을 스님, 행정적 조치 일지라도 그 처리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종교탄압이 아니냐'며 정교분리를 외치던 스님들이 어느 대통령 후보자를 지지합네 하며 정치권에서 기웃거리는 작태야말로 스님들을 욕보이는 파계 아닌 파계, 자해행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대한민국헌법 제20조에는 분명하게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통령선거가 시작되면서부터 '정책제안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치권력에 기웃거리더니 이젠 지지선언까지 해가며 노골적으로 권력에 줄을 대려고 안달을 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립니다.

 미물은 살생을 하고도 참회할 줄을 모릅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도 참회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미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미물은 살생을 하고도 참회할 줄을 모릅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도 참회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미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임윤수

정치권력에 기웃거리는 이런 행동이야말로 인천의 스승으로 존경받아야할 출가수행자 집단인 승가를 스님들 스스로가 정치권의 하수인쯤으로 전락시키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자 청정한 승가집단을 욕되게 하는 파계행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잘못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며 인간들의 삶이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그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후에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달리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하며 용서를 빕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기도 합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참회(懺悔)라고 합니다.


참회를 수행의 절구질쯤으로 승화시켜주는 죽비소리 같은 안내서

혜룡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출판의 <반야 참회>는 마른 땅에 내린 비가 푸석 거리던 땅을 더 단단하게 다져 주듯이 참회를 반야의 지혜를 더 단단하게 다져주는 수행의 탁마이자 절구질쯤으로 승화시켜주는 죽비소리 같은 안내서입니다. 

 <반야 참회> 표지 사진
<반야 참회> 표지 사진불광출판사
참회의 목표는 악업을 짓지 않고 수행의 수준을 높이며 나아가 올바른 깨달음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참회 대상이 되는 악업을 전혀 짓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반야 참회의 강조 사항은 악업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악업을 짓더라도 반드시 참회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 참회는 진실한 참회가 되어야 한다. - <반야 참회> 143쪽

과녁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긴 활시위를 놓으며 활을 쏘아도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과녁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대충 보고 쏘는 화살이라면 명중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는 목표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참회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108배로 참회하고, 100일 기도로 참회하며 참회를 합니다.

그런데 그 참회라는 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참회를 했다는 사람이 같은 실수와 잘못을 또다시 저지르고 있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입에 발린 참회는 당장의 실수나 위기만을 모면하려는 술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참회는 마른 땅에 내린 비처럼 각오를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왜, 어떻게 참회해야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혜룡 스님은 <반야 참회>를 통해 참회를 단순하게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깊이 깨닫고 반성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힘', 수행의 강을 건너는 돌다리처럼 늘어놓고, 깨달음으로 연결되는 사다리처럼 가지런하게 세워놓고 있습니다.

화를 내야 할 때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을 지킨다는 측면 뿐 아니라 이 사회를 올바로 지탱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즉 잘못을 저지르거나 부정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나타내고 응징을 애야 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다. 불자들이 사회운동에 대한 참여가 부족한 이유는 위와 같은 경전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제6장 중 '자신을 지키지 못함 참회(Ⅱ)'참고) - <반야 참회> 185쪽.

맞습니다. 무조건 참고 무조건 용서하는 것만이 자비이고 불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불의에는 항거하고, 부조리는 고발하고, 불편부당한 처리에는 목 놓아 항변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불심을 탁마하고 불국정토를 향하는 해바라기 같은 몸짓이 될 것입니다.

종교지도자들부터 꼭 읽고 솔선수범해야 할 <반야 참회>

자신의 입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이라면 설사 그것이 참회를 빌린 행위라 할지라도 이익만을 좇는 시중 모리배의 아부나 집단적 위세에 불과한 치졸하고 비겁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헌법에서 조차 분리하고 있는 정교를 위반하면서까지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스님들에게는 '시간이 남아 돌면 목탁 치며 염불이나 하라'며 조롱하고 싶어집니다.
헌법에서 조차 분리하고 있는 정교를 위반하면서까지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스님들에게는 '시간이 남아 돌면 목탁 치며 염불이나 하라'며 조롱하고 싶어집니다. 임윤수

'반야 참회'가 무엇인 줄을 알고, '반야 참회에 필요한 불교교리'를 알쯤이면 반야 참회를 위한 준비와 순서로 이어집니다. 이어서 근기와 수준에 맞춘 참회, 초급·중급·고급 반야 참회로 나뉘며 참회의 눈높이를 달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눈높이는 고정불변의 눈높이가 아닙니다. 참회를 하는데 급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지만 살다보면 피치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참회를 초급에서 중급, 중급에서 고급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수행과 심안의 척도를 높일 수 있는 지혜의 마당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불교계 내부에 대한 측면으로, 불교 교단 내부에서 불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에 대해 엄중한 문책을 촉구해야 한다. 외부에서 불교를 침해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비난과 공격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 <반야 참회> 226쪽

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됩니다. 같은 칼이라도 강도가 들면 흉기가 되지만, 의사가 잡으면 목숨을 살리는 도구가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행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과 같은 정치행위라 할지라도 여느 사람들이 하면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국민적 의사표현이 될 수 있지만 헌법에서 분리하고 있는 정교를 혼란시키는 행위는 사회적 해악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출가수행자인 스님들이 찾아 갈 곳은 광명천지와 같은 청정한 수행생활이지 권모와 술수가 판 치는 정치권처럼 어두운 피안이 아닐 겁니다.
출가수행자인 스님들이 찾아 갈 곳은 광명천지와 같은 청정한 수행생활이지 권모와 술수가 판 치는 정치권처럼 어두운 피안이 아닐 겁니다.임윤수

인천의 스승은 삭발을 하고 염의를 입었다고만 되는 건 아닐 겁니다. 구도자다운 행보, 출가수행자로 속세를 떠난 몸이라면 세속에서 기댈 수 있는 이런저런 권력 기꺼이 내려놓을 때 인천을 아우를 수 있는 승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불교가 뭔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 불교를 종교로 하고 있지만 교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사부대중에게도 꼭 필요하지만 정작 우선해서 혜룡 스님이 짓고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반야 참회>를 읽어야 할 구독자는 이런저런 일로 불가에 물의를 일으키는 스님들, 불교 종단의 지도자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뿔싸!
서평을 쓴답시고 버릇처럼 삼업, 몸으로 짓고, 입으로 짓고, 마음으로 짓는 신·구·의 삼업을 또 짓고 말았습니다. 돌다리를 건너듯이 <반야 참회>를 읽고, 사다리를 오르듯이 <반야 참회>에 담긴 뜻을 헤아리다보면 이번에 하는 참회만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힘'이 되는 진실한 참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반야 참회>┃지은이 혜룡 스님┃펴낸곳 불광출판사┃2012.12.3┃값 1만 3000원

반야 참회 -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힘

혜룡 지음,
불광출판사, 2012


#반야 참회 #혜룡 스님 #불광출판사 #삭발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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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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