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숙지원 여름 어느날 하루 수확한 채소들을 잡은 그림
홍광석
그렇다. 여름에 김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달려드는 모기를 쫓는 일도 귀찮은 일이다.
스르륵 기어가는 뱀을 보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고구마와 야콘을 심을 밭을 만드는 일 고추 모종을 옮기고 지주대를 세워 묶는 일, 감자를 캐는 일, 깨를 베어 터는 일들도 땀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100여 종의 꽃을 보기 위해 계절에 따라 꽃밭을 일구고 모종을 옮기는 일도 장난이 아니다.
농촌을 모르는 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며 금년 2월 말, 퇴직하기까지 만 5년 동안 직장에 근무하면서 그런 것을 보고 겪으며 텃밭 농사를 병행했다고 말하면 쉽게 믿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오히려 아내와 나의 건강은 좋아졌고, 마음은 편해졌으며 그래서 마침내 집을 짓고 아주 이사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설명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기들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나 역시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농업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농사로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귀농을 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귀농하는 희망하는 분들을 만나면 내가 먼저 농촌의 실정과 농업정책을 말하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신중하게 결정하여 달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채소 정도를 자급하는 귀촌이라면 적극 검토해 보기를 권장한다.
특히 은퇴자와 은퇴예정자들에게 권하는데, 요즘은 텃밭 농사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도 귀촌이란 조금 다른 환경의 마을로 이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권하고 있다.
요즘은 도로 사정도 좋기 때문에 도시 직장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도 시골이 뒤처지지 않는다. 시골 고등학교는 농어촌 전형이라는 제도가 있어 대학 진학에도 유리한 경우가 많다. 도시 고등학교에서라면 지방의 2류 대학 가기도 어려웠던 성적의 아이가 농어촌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은 물론 서울 소재의 괜찮은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면단위 마을에도 기본적인 응급조치는 물론 도시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개인 병원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시장이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도 5일장을 이용한다거나 농협마트를 이용하여 며칠 간의 찬거리를 사 둔다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부가 뜻만 모은다면 농촌생활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