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벌벌 떨어야 만날 수 있는 풍광

[포토에세이] 서리꽃... 북한산 겨울 숲

등록 2013.01.03 15:12수정 2013.01.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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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떨어진 낙엽에 피어난 서리꽃이 날개같다. 그 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서리꽃떨어진 낙엽에 피어난 서리꽃이 날개같다. 그 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김민수

올 겨울들어 가장 춥다는 날, 북한산 자락과 인접한 곳에서 2013년 시무식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몇 년간 출퇴근하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일찍 출근하면 종종 들르곤 하던 약수터, 그곳에서 시원한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일 수 있을까 싶어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헤치고 올랐습니다.


서리꽃 하얀 눈꽃보다 더 하얀 서리꽃
서리꽃하얀 눈꽃보다 더 하얀 서리꽃김민수

약수터와 이어진 작은 계곡, 규모는 작지만 용천수인듯 꽁꽁 얼어붙지 않았습니다. 강추위에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들에 서리꽃이 피어났습니다. 흡사, 낙엽에 하얀 날개가 돋아난듯했습니다.

서리꽃 서리꽃을 피우기 위해 밤새 조금씩 자랐을 것이다.
서리꽃서리꽃을 피우기 위해 밤새 조금씩 자랐을 것이다.김민수

저 하얀 날개로 날아갈 수 있을까? 저만큼의 날개를 만들려면 밤새워 조금씩 자랐을 것입니다. 상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작은 소경들을 마주하면서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리꽃 저마다 하얀 날개를 달고 비상을 준비하는 듯하다.
서리꽃저마다 하얀 날개를 달고 비상을 준비하는 듯하다.김민수

이런 행운같은 일들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겨울 꽤나 추운 날이 많았으니 이런 소경들이 매일 아침 반복되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신비한 풍경들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아름다운 일들도 늘 있었겠지요. 단지, 내가 다른 곳에 눈이 팔려 그것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겠지요.

서리꽃 하나가 더해저 더 아름다운 자연
서리꽃하나가 더해저 더 아름다운 자연김민수

그래도 오늘 여기에 서있고, 나는 그것을 보고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감사하자 했습니다. 그들을 바라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도 감사하고, 설령 내가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본듯 살아가자 했습니다.

서리꽃 낙엽에서 하얀 날개가 돋아난듯 하였다.
서리꽃낙엽에서 하얀 날개가 돋아난듯 하였다.김민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삶, 내 일상을 깊이 바라보면, 조금만 천천히 걸어가면, 경쟁의 구도에서 잠시 벗어나기만 하면, 더 풍성한 삶이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겠습니다.

서리꽃 모든 것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서리꽃모든 것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김민수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젠 흙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생각했는데 그 삶에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낙엽이 그렇게 말하는듯 했습니다. 그의 의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봅니다.


서리꽃 엄동설한이 아니고서는 피어나지 않는 서리꽃
서리꽃엄동설한이 아니고서는 피어나지 않는 서리꽃김민수

아무 일 없이, 별 볼일 없이 그날그날 연명하는 것 같아도 그 삶이 아름다워지는 날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노라면'이 아닐까요?

반영 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수
반영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수김민수

반영 겨울 계곡에서 반영된 풍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반영겨울 계곡에서 반영된 풍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김민수

용천수는 대략 10도 정도의 기온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지요. 그 용천수가 추운 날이면 모락모락 하얀 김을 내고, 그 김이 얼어붙어 서리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겨울 숲, 겨울 계곡에서 반영을 보는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집니다. 추위에 벌벌 떨며 나왔는데, 그 추위가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는 풍광을 만났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좋다고 좋은 것만 아니고, 나쁘다고 나쁜 것만이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북한산 자락, 작은 약수터와 이어진 작은 계곡에서 1월 3일 담은 사진입니다.
#서리꽃 #반영 #용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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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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