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은씨의 아버지 고 이규환씨의 모습이다. 수십 년 전 어느 여름날, 재래 형태의 철물점 앞에서 이규환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은
아버지는 전형적인 시골스타일로 철물점을 운영했다. 아들은 시대변화에 맞춰 계속 옷을 갈아입었다.
"나무가 땔감이던 가마솥시대, 연탄보일러시대, 석유보일러시대, 전기보일러시대, 태양열 시대까지. 연탄보일러시대 말기에서 석유보일러시대에 접어들 무렵,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다"며 설명해주는 종은씨. "철물점을 보니 서민들의 에너지이용 변천사가 보인다"며 우리는 서로 웃었다.
"이 일을 해보니 백화점보다 더 계절에 민감하더라. 예컨대 겨울 되기 전에 그 시대에 유행하는 난방기구를 확보해놓아야 한다. 그 예측이 맞으면 다행인데, 틀리면 재고도 쌓이고 적자도 쌓인다"며 씁쓸해하는 종은씨. 그는 10년이 넘어가니 그제야 좀 보이더란다. 한 분야에서 최소한 10년은 해야 조금 알 거란다.
모든 게 기계화된 농촌에서 그와 관련된 철물도 수없이 많아졌다. 덕분에 밥벌이도 했지만, 위험부담도 많아졌다. 계속 변화되는 새 제품을 확보해야한다. 때를 놓치거나 지나면 재고가 된다. 재고품이 늘어나면 파산은 당연하다.
"20년을 했는데 요즘 이 일이 재밌다. 이제야 이 일이 익숙하고 편해서 그렇다"는 종은씨. 자신이 아는 건 빙산의 일각이란다. 아직도 철물에 관해 배울 게 많다는 마음가짐이 재미있다고 말한 것일 터.
시골철물점 직원 3명이 모두 정규직 사원옛날 아버지로부터 이어 받은 낡은 가게에 비가 샜다. 그 비로 인해 철물이 젖었다. 그 많은 철물을 바깥에 늘어놓고 말렸다. 그 때 그만두고 싶었단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06년에 3층 건물을 지었다. 시골철물점으로선 획기적인 변화였다.
2013년, 현재 직원이 3명이다. 종은씨와 아내, 직원 3명이 하루 종일 바쁘다. 직원들은 모두 소위 정규직이다. 이젠 조그만 구멍가게의 차원을 넘어섰다.
직원들에겐 늘 "'먼빨제자'로 인사하자"고 주문한다. '먼저, 빨리, 제때, 자주 인사하자'는 거다. 친절은 우리의 재산이라며 강조한다. 인사만 잘해도 밥 먹고 살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