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유독 가혹한 울산지법

179억 원 손해소 가압류·철탑농성 벌금...현대차 비정규직노조 9일 부분파업

등록 2013.01.09 21:05수정 2013.01.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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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규채용 중단과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9일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신규채용 중단과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9일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울산지방법원'은 왜 사회적 약자이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유독 가혹한 판결을 내릴까.

세계 굴지의 자동차그룹 현대차에 맞서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울산지법의 잇따른 판결이 비정규직들에게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과 2012년 잇따라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화 판결을 내렸지만 울산지법은 이와는 판이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

179억원을 비정규직 조합원이 연대해 내라고?

2010년 대법원이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 판결을 내리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현대차 회사측은 수백 명을 해고하는 한편 "조합원 530명이 연대해 179억 원을 낼 것"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울산지법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손배건에 대해 비정규직노조 통장 2건에 가압류를 결정해 노조의 숨통을 조이게 했다. 또한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7명의 월급을 가압류하고 2명의 조합원에게는 집을 가압류하는 처분까지 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울산지법이 월급 가압류 결정을 내린 지난해 9월 24일부터 당사자들은 생활고에 허덕이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며 "특히 179억원이라는 손배 금액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다" 밝혔다.


지난해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는 유서에서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고 썼다. 이를 통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179억원의 손해 배상금에 얼마나 압박감을 받을지 알 수 있다.

여기 더해 울산지법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혹한속에서 80일 넘게 철탑농성 중인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에게 "1월 14일까지 농성을 해제하지 않으면 각각 매일 30만 원씩을 내라"며 한전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전원 정규직화가 아니면 내려올 수 없다"는 두 조합원은 이제 어쩔 수 없이 매일 30만원씩을 내야 할 판이다.


이처럼 손배소와 철탑농성에서 현대차라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 손을 들어준 울산지법은 지난 8일에는 농성장 강제철거 시도를 강행했다. 시점이 묘하다. 비정규직노조가 극구 반대하고 있는 회사측의 신규채용 지원서 접수 마감일인 9일을 단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농성장 철거를 시도한 것이다.

노동계는 비록 무산은 됐지만 지난 8일 울산지법의 강제철거 시도가 개인 간 분쟁이 아닌 노사 분쟁에서 법원이 나서 농성장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철탑에서 극한의 추위를 버티며 대법원 판결 이행하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울산지법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항변이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특히 '자유, 평등, 정의'라는 큰 걸자를 법원청사에 걸고 있지만,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조치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에게만 가혹한 판결을 잇따라 내리는 것은 법원이 강조하는 평등과 맞지 않아 보인다. 또한 상대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가하는 울산지법의 판결은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법원이 현대차가 꾸미는 신규채용 사기극을 밀어주고, 불법파견 범죄행위 은폐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지법이 철탑농성장 강제철거 집행에 나선 8일 오후, 용역의 철거를 막고 있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법이 판결한 불법파견을 현대차에서 먼저 집행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서슬퍼른 법원 집행관은 용역에게 철거 지시를 내릴 뿐이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9일 2시간 부분파업으로 맞서

한편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 회사측의 사내하청 신규채용 강행에 반발해 조합원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신규채용이냐 정규직 전환이냐를 결정하는 불법파견특별교섭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날강도 같은 짓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법적 권리를 빼앗고 지회 내부를 흔들려는 꼼수이자 교섭을 파국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손배, 가압류, 고소고발, 신규채용, 징계협박, 철탑농성장 철거 등 그 어떠한 탄압과 모략을 부린다 해도 법이 보장한 정규직 전환 권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꼼수를 중단하고 대법원 판결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울산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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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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