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과 서강선돌 옆을 유유히 흘렀던 서강이 겨울 동장군에 의해 꽁꽁 얼게 됐다.
곽동운
유배가는 단종도 선돌의 기묘함에 감탄하지 않았을까영월 얼음 트레킹은 선돌에서부터 시작됐다. 선돌은 영월 읍내에서 약 4.5km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서강 강변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다. 본 바위에서 툭 튀어 나온 듯이 서 있는 선돌은 그 높이가 70m에 달한다.
선돌은 그 자태가 오묘하여 예로부터 '신선암'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기묘한 모습 때문에 선돌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비운의 임금이라고 불리는 단종 임금도 그들 중에 포함된다. 단종 임금의 유배지는 영월 땅 청령포였다. 한양에서 청령포로 가기 위해서는 소나기재라는 곳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고개 정상 부근에 선돌이 있다. 단종도 선돌을 볼 때만큼은 고된 귀양길에서 오는 피곤함을 잠시 내려놨다고 한다.
소나기재에 올랐던 단종은 기묘한 모습의 선돌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종대왕의 피가 흘러 어릴 적부터 영민했던 단종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다시는 한양 땅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자신의 불후한 운명을 말이다.
선돌 탐방을 마친 후, 산길을 1km 정도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서강 강변을 트레킹할 수 있다. 어라연을 품고 있는 동강과 한반도 지형을 품고 있는 서강은 영월읍 부근에서 서로 만나 남한강을 이룬다. 같은 영월 땅을 흐르고 있지만 서강은 동강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서강 주변은 개발의 손길에서 비켜나 있었다. 동강 주변을 따라 각종 리조트들과 래프팅 업체들이 몰려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
역설적으로 그렇게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서 그런지, 서강은 고라니들이 뛰어놀 만큼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었다. 필자가 직접 서강길을 탐방했을 때, 곳곳에서 고라니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눈길 곳곳에 찍힌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 발자국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들만 가득하니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 길은 동물 전용 노선인가? 사람이 발을 들이면 안 되는 거 아니야?'